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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영아 기억할게③] 아동학대 80% 가정에서…"위기가정 관리 급선무"

송고시간2021-01-24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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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일본, 육아 서비스 제공 형식 빌어 아동학대 가능성 줄여

전문가 "아이를 인격체로 대하는 관점의 개선이 학대 예방의 첫걸음"

(수원=연합뉴스) 권준우 류수현 기자 = 친부의 무관심과 양모의 학대 속에서 16개월 만에 세상을 떠난 정인이 사건을 비롯해 대부분의 아동 학대는 가정에서 발생했다.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2019 아동학대 연차보고서'에 따르면 아동학대는 해마다 늘어 2019년 피해 사례가 3만 건을 넘었고, 이 중 가정 내 발생 사례가 79.5%로 대부분을 차지했다.

학대 행위자 역시 부모가 75.6%, 대리양육자 15.5%, 친인척 4.4% 순으로 나타났다.

수많은 아동학대 가해 부모들이 "아이를 훈육하려고 그랬다"고 말한 것에서 드러나듯 양육자들이 체벌과 학대를 구별하지 못하면서 아동학대가 광범위하게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곪을 대로 곪아 터져 표면화되기 전 단계의 가정 내 음성적 아동 학대는 실제 통계수치보다 훨씬 많을 수 있다"고 지적한다.

따라서 아동학대 피해를 줄이기 위해선 위기 가정에 대한 체계적인 관리와 함께 법과 제도의 초점을 예방과 인식 개선에 맞춰야 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다.

범죄 수준에 이르기 전에 위기 가정을 꾸준히 관리할 수 있는 시스템을 확립해야 제2의 원영이, 제3의 정인이를 막을 수 있다는 것이다.

'정인아'
'정인아'

(양평=연합뉴스) 서명곤 기자 = 13일 오전 경기도 양평군 하이패밀리 안데르센 공원묘원에서 한 시민이 양부모의 학대로 생후 16개월 만에 숨진 정인 양을 추모한 뒤 주변에 쌓인 눈을 치우고 있다. 2021.1.13 seephoto@yna.co.kr

◇ 일본, 모든 가정 방문 점검…미국, 가정별 맞춤형 대응

아동학대가 심각한 사회문제로 거론되는 일본의 경우 생후 4개월까지 영아가 있는 모든 가정을 방문하는 '영아 전 가정 방문사업(안녕 아카짱 사업)'을 하고 있다.

표면적으로는 가정방문을 통해 출산 가정의 애로사항을 듣고 필요한 서비스를 지원하는 목적이지만 궁극적 이유는 담당자가 직접 가정을 살펴보며 아동학대 가능성을 살피고 예방하기 위함이다.

아동학대 범죄는 가정 내에서 일어나기 때문에 타인에 의해 발견되기도 어렵지만, 설령 발견했더라도 설마 하는 마음에 어지간한 확신이 없으면 부모를 학대 가해자로 몰아 신고하는 게 쉽지 않다.

이 때문에 가정방문 형태의 전수조사를 해 부모가 갖는 거부감을 낮추면서 자연스럽게 육아 환경을 점검해 아동학대를 예방할 수 있게 했다.

미국 일부 주에서도 '차등적 대응'을 도입해 아동학대 조사에 대한 거부감을 낮추고 있다.

접수된 모든 아동학대 피해 사례에 동일한 대응을 했던 기존 방식과 달리 고위험 사례와 저위험 사례를 구분해 심각한 사례는 형사적 대응을, 저위험 사례는 서비스 제공 차원에서 접근해 재발을 막는 방식이다.

학대 행위인지를 판단해 처벌하기 위한 조사 방법은 부모들의 반발을 부르기 쉽기 때문에 가정의 문제를 공공이 개입해 함께 돕는다는 취지의 접근으로 더 밀접하게 위기 가정을 관리할 수 있다.

◇ 체계적인 위기가정 관리 시스템 마련해야

그러나 우리나라에서 이러한 방식의 위기가정 관리는 현실적으로 무리가 따른다.

보건복지부 등에 따르면 지난해 신규 배치된 아동학대 전담 공무원은 전국에 290명이고, 경찰 내에서 아동학대 사건을 직접 접하는 학대 예방 경찰관(APO)은 669명이다.

해마다 늘고 있다지만 2018년 2만4천604건, 2019년 3만45건에 달하는 아동학대 피해사례를 일일이 관리하기엔 한참 모자란 수준이다.

아동학대 현장 대응에 컨트롤타워 없이 경찰과 아동보호전문기관(아보전), 아동학대 전담 공무원이 각기 역할을 나눠 맡고 있다는 점도 문제점으로 꼽힌다.

전문인력이 부족한 상황에서 경찰과 전문기관, 지자체가 따로 움직이다 보니 유기적인 메커니즘으로 협조하기보다는 서로 책임을 떠넘기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지난 2019년 자신의 폭력 때문에 집을 떠나 보육원에서 생활하던 5살, 4살 두 의붓아들에 대해 법원이 내린 피해아동보호명령이 끝나자 보육원을 찾아 무작정 집으로 데리고 가겠다며 의붓아들들을 데려간 뒤 목검 등으로 마구 때려 둘째 아들을 숨지게 한 인천 계부 사건은 이러한 문제들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계부는 두 의붓아들의 피해아동보호명령이 끝나기까지 3개월가량 남은 시점에 인천아동전문보호기관(아보전)을 찾아가 아들들의 보육원 퇴소를 원한다며 어떤 노력을 하면 되겠냐고 물었고 계부는 아보전이 요구한 '3개월간 매번 1∼2시간씩 진행되는 대면상담 12차례, 양육과 아동학대 예방과 관련해 배우는 부모 교육'을 7차례 이수했다.

당시 아보전 관계자는 "3개월간 지켜본 입장에서는 계부가 (과거 아이들을 학대한) 잘못을 깊게 뉘우치고 (교육에) 협조도 잘했다"며 "한마디로 아보전이 계부한테 기만당하고 속은 것"이라고 말했다.

계부의 재학대로 인한 아동 사망이라는 비극을 막지 못한 이 사건은 학대 전력이 있는 가정에 아이들을 다시 보내는 것에 대한 다층적 논의가 있었더라면, 또 재학대 가정에 들어간 아이를 꾸준히 관리하는 인력과 시스템이 존재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을 짙게 남겼다.

아동학대 신고(GIF)
아동학대 신고(GIF)

[제작 김유경. 자료출처 아동권리보장원.재판매 및 DB금지]

◇ "아이는 하나의 인격체, 존중의 대상 돼야"

전문가들은 효율적인 제도 마련과 함께 인력 부족 등 기존에 나타난 문제들의 해결이 동시에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선아 숙명여대 아동복지학과 교수는 "아동학대 예방을 위한 법안 마련도 중요하지만, 제도 실행을 뒷받침할 충분한 인력도 필요하다"며 "예를 들어 내복 차림으로 아이가 쫓겨나서 아동학대 사건으로 분리했는데, 단순 부주의로 학대 사례가 아닐 경우도 이 가정을 '팔로우업'을 해야 하므로 전담 인력이 많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사건이 터지고 나서야 제도를 개선한다고 하는데, 아이를 하나의 인격체로 인정하고, 그들을 존중의 대상으로 바라보는 관점이 개선돼야 아동학대를 본질적으로 예방하는 데 한 걸음 나아갈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신수경 변호사는 "아동 학대 신고 시 피해 아동을 즉시 분리한다는 방침은 아이들을 보호할 기관 등 인프라가 마련되지 않는 이상 현실적으로 힘든 부분이 있다"며 "분리 기능을 행정에 맡길 경우 행정 편의적으로 업무가 이뤄질 우려도 나온다"고 지적했다.

신 변호사는 "정인이법에는 학대 이후 분리된 아이에게 무슨 질문을 할 건지, 이 상황을 어떻게 설명할 건지, 또 아이들을 어떻게 관리할 건지에 대한 '학대 이후'에 대한 고민은 담기지 않은 것 같다"며 "아동학대 예방법에 접근하는 정부 단위의 연구가 이뤄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stop@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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