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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트체크] 인권위, 박원순 '성추행'을 '성희롱'으로 바꿔치기?

송고시간2021-01-27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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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위법상 '성희롱'에 '성추행'도 포함된다는 인권위 설명은 사실 부합

형법에 명시된 추행과 명시안된 희롱, 법적위치 달라…인권위도 구분해 표현한 전례

'인권위는 제대로 응답하라'
'인권위는 제대로 응답하라'

(서울=연합뉴스) 이지은 기자 =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성추행 의혹 등을 조사해 온 국가인권위원회의 제2차 전원위원회가 열리는 25일 오전 서울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서울시장위력성폭력사건공동행동 관계자들이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2021.1.25 jieunlee@yna.co.kr

(서울=연합뉴스) 김수진 기자 = 국가인권위원회가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생전 잘못을 희석하기 위해 '성추행'이라는 표현을 '성희롱'으로 바꿔치기 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는 인권위가 박 전 시장의 성추행 의혹 직권조사 결과 '피해자에게 한 성적 언동 일부가 사실이며 성희롱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고 25일 발표한 데 따른 것이다.

인권위는 "박 전 시장이 늦은 밤에 피해자에게 부적절한 메시지와 사진, 이모티콘을 보내고 집무실에서 네일아트한 손톱과 손을 만졌다는 피해자의 주장은 사실로 인정 가능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와 같은 박 전 시장의 행위는 성적 굴욕감 또는 혐오감을 느끼게 하는 성적 언동으로 성희롱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이러한 소식이 알려지자 온라인커뮤니티와 소셜미디어(SNS), 댓글 등에서는 인권위 발표에 대한 갑론을박이 이어졌다.

일부는 "인권위가 성추행을 굳이 성희롱이라고 수위를 낮춰서 표현하는 이유가 궁금하다", "성추행을 성희롱으로 덮고 넘기려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반면, 박 전 시장의 일부 지지자들은 "성추행이 아니라 성희롱이었는데, 목숨까지 버린 박 전 시장이 안타깝다", "그동안 여성단체가 성희롱을 성추행이라고 억지를 부렸다"와 같은 주장을 폈다.

이에 연합뉴스는 인권위의 설명과 과거 용어 사용 전례, 법률상 성추행, 성희롱 개념 등에 비춰 이러한 주장의 타당성을 따져봤다.

◇인권위법상 성희롱에 성추행도 포함된다는 인권위 설명은 대체로 사실에 부합

인권위는 국가인권위원회법에 규정된 대로 '성희롱'이라고 표현한 것이라면서, 일각의 의혹 제기에 당혹스럽다는 입장을 보였다.

인권위 관계자는 26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인권위법에서 규정한 성희롱 개념에는 성추행, 성폭행이 모두 포함된다"며 "인권위법에 근거해서 조사·심의·의결 하기 때문에 법에 따라 성희롱이라는 용어를 쓴 것"이라고 말했다.

인권위는 지난 7월 박 전 시장 성희롱 의혹에 대한 직권조사 실시를 발표할 때도 국가인권위법이 규정한 성희롱 규정에 관해 설명한 바 있다.

당시 인권위는 보도자료를 통해 "인권위법상 성희롱에는 위력에 의한 '성추행', '성폭행', '강제추행', '성적 괴롭힘' 등이 모두 포함된다"고 밝혔다.

실제 국가인권위원회법에는 '성추행'이라는 표현이 별도로 나오지 않고 '성희롱'만 명시돼 있다. 법 제2조는 성희롱을 '업무, 고용, 그 밖의 관계에서 공공기관의 종사자, 사용자 또는 근로자가 그 직위를 이용하여 또는 업무 등과 관련하여 성적 언동 등으로 성적 굴욕감 또는 혐오감을 느끼게 하거나 성적 언동 또는 그 밖의 요구 등에 따르지 아니한다는 이유로 고용상의 불이익을 주는 것'이라고 규정한다.

또 고용노동부가 작성한 '직장내 성희롱 예방대응 매뉴얼'에 따르면 '성적 언동'에는 '육체적·언어적·시각적 언어나 행동'이 모두 포함된다. 즉, 신체를 만지거나 음탕한 농담, 외모에 대한 성적 비유나 평가, 음란한 사진·그림 등을 직접 혹은 전화나 문자로 보여주는 등의 행위가 일체 해당되는 포괄적인 개념이다.

이러한 점에 비춰 '박 전 시장의 피해자에 대한 일부 성적 언동(말과 행동)이 성희롱에 해당한다'는 발표 내용이 국가인권위법에 근거한 것이라는 인권위의 설명은 일단 일리가 있다.

◇과거 인권위 결정문·성명 여러건에서 성희롱·성추행 구분해 병기…두 행위의 차이 의식한 셈

'성추행 사건'혹은 '성희롱·성추행' 병기한 인권위 자료
'성추행 사건'혹은 '성희롱·성추행' 병기한 인권위 자료

[출처: 국가인권위원회 홈페이지]

그러나 인권위가 과거 성희롱 사건에 관해 작성한 결정문이나 보도자료를 보면 성희롱과 성추행 용어를 병기한 사례들이 눈에 띈다.

인권위는 지난 2018년 '한국국토정보공사 성추행 고발 및 재발방지대책 마련 권고' 보도자료에서 "하급 직원에게 우월적 지위에 있는 상급자에 의해 성희롱·성추행이 발생할 개연성이 있다"며 "2015년도에 발생한 팀장에 의한 성추행 사건도 이러한 배경에서 발생한 것"이라고 밝혔다.

인권위는 이 사건에 대한 결정문에서도 "(조사 결과) 회식자리에서 성희롱, 성추행이 많았다"며 두 용어를 함께 기재했다.

앞서 인권위는 2014년 육군 사단장의 여군 성추행 사건에 대한 위원장 성명과 관련 보도자료에서도 성희롱·성추행을 병기했다.

위원회는 당시 성명에서 "군대 내 성희롱·성추행 사건이 잇달아 발생하고 있다"며 "국방부는 군대 내 성희롱·성추행 사건이 근절되도록 인권위 실태조사를 비롯해 국내외 관련 실태조사, 해외 사례 등을 재검토해 군대 내 성희롱·성추행 사건의 원인, 고충처리 시스템 및 피해자 보호조치를 포함한 기존 제도의 한계를 철저히 파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결국 인권위법은 '성추행'을 '성희롱'의 범주에 포함하고 있지만 실제로 인권위가 낸 여러 문서는 성희롱과 성추행을 구분해 표기한 것이다. 두 행위의 차이에 대해 인권위가 의식했음을 추정할 수 있다.

◇형법에서 '강제추행'은 처벌대상 범죄로 명기…성희롱은 형법엔 안 나오고 국가인권위법·양성평등기본법·남녀고용평등법 등에 명시

성추행과 성희롱 두 개념 모두 '상대방이 원치 않는 성적 언동으로 성적 자기 결정권을 침해하거나 성적 불쾌감을 유발하는 행위'라는 공통분모를 갖는다. 하나의 성적 언동이 성희롱인 동시에 성추행이 될 수 있다.

하지만 두 용어의 현행 법률상의 위치, 사회 통념상의 엄중성 등이 서로 다르기에 공적 기관이 일관된 기준이나 국민들을 납득시킬 수 있는 검토 결과 없이 편의적으로 두 용어를 하나로 통일해 사용할 경우 불필요한 오해를 살 소지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여성변호사회 공보이사인 이수연 변호사는 "법적으로 강제추행과 성희롱은 구별되는 개념"이라며 "국민들의 정확한 이해를 돕기 위해서 이를 구분해 명확히 표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우선 성추행은 형사 처벌 대상이다.

성추행은 엄밀히 말해 법률 용어가 아니고, 형법상 '추행'으로 지칭된다. 이는 '일반인에게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일으키게 하고, 그로 인해 피해자의 성적 자유를 침해하는 행위'다.

형법에서는 강제추행을 처벌 대상으로 규정한다. 상대방의 의사에 반해 폭행이나 협박을 이용해 추행을 저지르면 10년 이하 징역 또는 1천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반면, 성희롱은 형법에 등장하지 않는다. 국가인권위원회법, 양성평등기본법,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에 각각 규정돼 있는데, 이러한 법의 목적은 가해자 처벌이 아닌 '조직 내 성희롱 예방 및 근절'이다. 따라서 성희롱 예방 교육을 실시하지 않거나 성희롱이 발생시 제대로 대처하지 않을 경우 사업주에 과태료 부과, 공공기관 장 및 사용자 등에 권고 조치 등이 이뤄진다.

gogog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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