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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트체크] '성폭행범 무조건 사형' 해외제도 소개글 유포…실상은?

송고시간2021-01-28 1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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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법원의 선처 관행 비판하며 해외 엄벌규정 소개한 글 퍼져

'중국선 대부분 사형' 주장 사실과 달라…'그리스에선 화형' 황당주장도 '거짓'

한국도 법정형량 높은 편이나 집행유예 선처 많아

성범죄 처벌 강화를 위한 형법 개정안 발의 기자회견하는 류호정
성범죄 처벌 강화를 위한 형법 개정안 발의 기자회견하는 류호정

[연합뉴스 자료사진] 정의당 류호정 의원이 2020년 8월1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성범죄 처벌 강화를 위한 형법 개정안 발의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0.8.12 toadboy@yna.co.kr

(서울=연합뉴스) 임순현 기자 = 최근 성폭행 범죄자에게 집행유예로 선처하는 법원 판결이 잇따르자 성폭행 범죄자를 엄벌하는 해외사례와 비교해 법원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법조계에 따르면 광주고법 제주형사1부는 20일 만취한 여자친구를 성폭행한 20대 남성에게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했다.

앞서 5일에는 전주지법 형사12부가 미성년자 제자를 집으로 유인해 성폭행한 고교 운동부 코치에게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해 '솜방망이 처벌' 논란을 불러 일으켰다.

성폭행 범죄자를 집행유예로 선처하는 판결이 계속되자 온라인에서는 다른 나라의 성폭행 범죄자 처벌 사례를 들어 "우리나라도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런 가운데, 최근 온라인상에 유포된 '나라별 성폭행범 처벌 수준으로 보는 한국'이라는 제목의 글에는 '중국에서는 성폭행 범죄자에게 대부분 사형을 선고하고 14세 이하 어린이 대상 성폭행 범죄자는 무조건 사형에 처한다'는 주장과 '그리스에서는 성폭행 범죄자를 화형에 처한다'는 다소 황당한 주장 등이 실렸다. 연합뉴스는 관련 국가 법률에 입각해 형량을 확인해봤다.

온라인상에 유포되는 '나라별 성폭행범 처벌 수준' 중 중국 관련 내용
온라인상에 유포되는 '나라별 성폭행범 처벌 수준' 중 중국 관련 내용

사진=개인 블로그 캡처

◇ 중국선 성폭행범 대부분 사형?…법정형은 징역 3년∼10년, 가중처벌 사유 있으면 최대 사형 가능

우선 중국이 성폭행 범죄자를 대부분 사형에 처한다는 주장은 엄밀히 따져 사실이 아니다.

중국 법무부 사이트에 게시된 '중화인민공화국 형법' 236조는 여성을 성폭행한 자나 미성년자인 여성과 성행위를 한 자에 대한 기본 법정형을 징역 3년∼10년으로 규정한다. 사형은 물론 무기징역도 규정돼 있지 않기 때문에 성폭행 범죄자에게 대부분 사형이 선고된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

단, 범행 장소가 공공장소이거나 집단으로 성폭행을 한 경우, 피해자가 부상을 입거나 사망한 경우 등 가중처벌 사유가 있으면 최대 사형까지 처할 수는 있다.

이론상 성폭행 범죄자에게 사형까지 선고가 가능하지만, 중국 법원이 실제 선고하는 형량은 '너무 약하다'는 여론의 비난 대상이 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중국 언론 등에 따르면 중국 원난성 전슝현 법원이 지난 15일 5살 조카를 유인해 성폭행한 남성에게 징역 5년을 선고하자, 중국 네티즌 사이에서 판결을 비난하는 여론이 거센 것으로 전해진다.

다만 중국 형법에는 성폭행 피해자의 정당방위를 무한 면책하는 규정이 있다.

중국 형법 20조는 '성폭행 피해 등을 중지하기 위해 피해자가 취한 모든 행위에는 형사 책임이 없다'고 규정한다. 이른바 '무한 정당방위' 규정이다.

중국법 전문가인 강효백 경희대 국제법무대학원 중국법학과 교수는 28일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중국은 성폭행 피해자 등의 정당방위를 무한하게 인정해준다. 피해자가 성폭행 가해자를 살해하더라도 아무런 형사책임을 지지 않는다"면서 "무한 정당방위 규정이 도입되면서 중국에서는 성폭행 범죄가 크게 줄었다"고 설명했다.

◇ '그리스에선 화형' 황당 주장도…그리스 2001년 사형제도 폐지

범죄자를 화형에 처한다는 내용은 그리스 형법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 더군다나 사형을 선고할 수 없도록 한 유럽연합 기본권 헌장 2조에 따라 그리스는 2001년 사형을 전면 폐지한 상태다.

사형이 형벌의 한 종류로 규정돼 있지만 '사형의 선고 방식'을 규정한 형법 86조를 삭제함으로써 현재 그리스에서는 무기징역과 유기징역, 벌금형만이 형벌로써 활용되고 있다.

애초에 그리스 형법엔 성폭행 범죄자에 대한 처벌로 징역형만 규정돼 있다.

그리스 형법 336조는 성폭행 범죄자를 징역형으로 처벌하도록 하면서 따로 징역형 기간을 정하지 않았다. 단 2명 이상이 공동으로 성폭행 범죄를 저지른 경우엔 10년 이상의 징역으로 처벌하도록 한다.

미성년자를 성폭행하거나 성폭행으로 피해자가 사망한 경우 등에는 처벌이 가중되지만, 이때도 사형이 선고되지는 않는다.

◇ '프랑스 징역 15년∼30년'은 사실…러시아는 징역 3년∼20년

반면 글쓴이가 중국과 그리스의 사례와 함께 제시한 프랑스와 러시아의 사례는 얼추 실제 법정형량과 비슷하다.

프랑스의 경우 성폭행 범죄자를 징역 15년∼30년 형으로 처벌하도록 한다고 주장하는데, 실제로 프랑스 형법 222-23조는 폭력 등을 사용해 성폭행한 자를 징역 15년으로 처벌하도록 한다.

또 15세 미만 미성년자를 성폭행하면 222-24조에 의해 징역 20년, 성폭행 피해자가 사망하면 징역 30년에 처한다.

실제 프랑스 법원이 성폭행 범죄자에게 어떤 수준의 형벌을 선고하는지는 별론으로 하고 적어도 법에 규정된 처벌 수위는 징역 15∼30년 형이 맞는 셈이다.

성폭행 범죄자를 짧게는 징역 3년, 길게는 징역 30년으로 처벌한다는 러시아 사례는 최저 형량은 사실에 부합하고, 최고 형량은 사실과 다르다.

러시아 형법 131조는 성폭행 범죄자의 기본 형량을 징역 3년∼6년으로 규정한다. 미성년자를 성폭행한 경우엔 징역 8년∼15년, 14세 미만 피해자를 성폭행한 경우엔 징역 12년∼20년으로 가중 처벌된다.

법원 기소ㆍ재판 징역확정 (PG)
법원 기소ㆍ재판 징역확정 (PG)

[제작 최자윤, 정연주] 일러스트

◇한국도 법정형은 '엄벌' 수준이나 합의 등 이유로 집유 선고 적지않아

그렇다면 앞서 사례로 든 나라들에 비해 한국의 성폭행 범죄자 처벌이 약하다고 단정할 수 있을까?

우리 형법은 성폭행 범죄자를 3년 이상의 징역으로 처벌하도록 한다. 유기징역의 상한이 45년이기 때문에 이론상 징역 3년∼45년으로 처벌이 가능하다.

또 피해자가 사망하거나, 사망하지 않더라도 13세 미만의 미성년자인 경우엔 10년 이상의 징역이나 무기징역으로 처벌된다. 13세 미만인 피해자가 사망하면 최대 사형까지 가능하다.

즉 성폭행 범죄자에 대한 기본적인 법정형만 따진다면 유럽 국가인 그리스나 프랑스, 러시아는 물론 중국에 비해서도 우리나라의 처벌이 결코 가볍지 않다.

또 13세 미만 미성년자인 피해자가 사망한 경우에는 사형이 폐지된 유럽 국가들과 달리 사형까지 선고할 수 있도록 규정돼 있다.

문제는 무거운 법정형에도 불구하고 법원이 성범죄에 대해 피해자와의 합의 등을 감안해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법에는 다른 나라보다 무겁게 성범죄자를 처벌하도록 규정해 놓았지만, 그 법을 적용하는 법원이 자주 선처하고 있는 것이다.

대법원이 제공하는 사법통계에 따르면 2019년 1심 법원에서 강간 또는 강제추행 혐의가 인정돼 징역형이 선고된 3천700건 중에 2천165건(58.5%)에서 집행유예가 결정됐다.

또 같은 기간 1심 법원에서 성폭력처벌법 위반 혐의로 징역형이 선고된 3천154건 중 1천735건(55.0%)이 집행유예로 선처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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