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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형 중이온가속기 '과학계의 4대강 사업'으로 전락하나

송고시간2021-02-04 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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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군 이래 최대 기초과학 프로젝트…투입 예산만 1조5천억

연구자들 "가속기 반쪽짜리로…해외 전문가가 실사해야" 지적

한국형 중이온 가속기 조감도
한국형 중이온 가속기 조감도

[IBS 중이온가속기사업단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대전=연합뉴스) 박주영 기자 = 한국형 중이온 가속기 '라온' 구축을 맡은 사업단이 사실상 사업 관리에 실패했다는 결론이 나면서 후폭풍이 일고 있다.

가속기 핵심시설인 고에너지 가속장치(SCL2) 개발은 언제 가능할지조차 알 수 없다는 전문가 진단이 나오면서 안팎으로 비난이 거세다.

라온은 양성자에서 우라늄까지 다양한 중이온(heavy ion)을 가속해 희귀 동위원소를 생성, 핵물리·물성과학·의·생명 등 기초과학 분야에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는 시설이다.

1조 5천억원 규모의 예산을 투입해 2011년부터 시작된 단군 이래 최대 기초과학 프로젝트라 불린다.

중이온가속기 설치 시작
중이온가속기 설치 시작

[IBS 중이온가속기사업단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입자 가속을 위해 세계 최초로 ISOL(온라인 동위원소 분리 시스템)과 IF(비행 파쇄 시스템) 방식을 동시에 사용, 새로운 희귀 동위원소를 발견할 가능성을 높일 것으로 주목받았다.

ISOL은 가벼운 이온을 두꺼운 표적에 충돌시켜 희귀 동위원소를 생성하는 방식이고, IF는 반대로 가벼운 표적에 무거운 중이온 빔을 충돌시키는 원리다.

우선 저에너지 가속장치(SCL3)를 통해 입자를 가속한 뒤 고에너지 가속장치(SCL2)에서 훨씬 더 높은 속도로 다시 한번 가속해 IF에 충돌시키는 방식으로 작동한다.

SCL2가 없으면 ISOL과 IF 실험을 동시 진행하는 것이 불가능하고, 독창적인 가속 방식이라는 타이틀 또한 얻을 수 없게 된다.

물론 희귀 동위원소를 발견할 확률 역시 낮아진다.

2017년 이미 저에너지 초전도선형가속기(SCL1) 개발을 포기한 데 이어, SCL2 구축까지 사실상 좌초 위기에 놓이면서 라온이 완공되더라도 제 기능을 할 수 있을지 의구심을 낳고 있다.

최숙 전 중이온가속기사업단 연구위원은 연합뉴스 통화에서 "SCL1에 이어 SCL2까지 무산되면 반 토막이 아니라 아예 3분의 1 짜리로 전락하는 셈"이라며 "저에너지 가속장치는 이미 해외 가속기 시설에도 있는 만큼, 완공되더라도 이용자가 얼마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미 SCL1을 접고 사실상 사업 기간과 비용이 늘어났음에도 허송세월을 했는데, 사업단은 다시 기간 연장과 추가 예산 투입을 요청하고 있다"며 "이제는 더이상 은폐할 것이 아니라 '과학계의 4대강'으로 전락한 이번 사업에 대해 연구 윤리 훼손의 책임을 물어야 할 때"라고 지적했다.

최 전 연구위원은 해외 전문가 등으로 구성된 실사단을 꾸려 이미 구축된 장치에 대해서도 제대로 된 성능 검증을 할 것을 요구했다.

중이온가속기사업단에 몸담았던 A 박사도 페이스북을 통해 관련 기사를 링크하며 씁쓸함을 토로했다.

A 박사는 "놀라운 것은 여전히 그들(초기 낙하산)이 존재하고, 더 놀라운 사실은 살면서 만나기 힘든 빌런들이 여전히 그 밥상에 숟가락을 얹고 있다는 것"이라며 "남아있는 동료들이 벌이는 사투를 듣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아프다"고 전했다.

그는 "경험은 없고 해외 기술 협력은 안되고, 공부하면서 만드는 사람이라도 있어야 하는데… 당연하게도 전 세계 최초 개발은 있을 수 없다"고 못박았다.

앞서 중이온가속기 장치 점검을 맡아 구축 진행 상황을 점검해온 전문가 점검단은 지난 2일 "올해 말까지 시운전을 통해 빔 인출을 달성할 예정이었던 고에너지 가속장치가 아직 설치조차 시작되지 않았다"며 "현재로서는 구축 가능 여부조차 불투명하다"고 진단했다.

이에 따라 올해 말까지 저에너지 가속장치 구간만 구축을 완료하는 방안과 사업단의 요구대로 사업 기간을 2025년까지로 4년 더 늘리고 예산도 1천444억원을 추가로 투입하는 등 두 가지 방안을 제시했다.

jyou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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