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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트체크] '백신에 최적화' K-주사기, 前정부때 예산지원?

송고시간2021-03-10 1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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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매체, 지성호 의원실 자료 인용해 "박근혜 정부 사업" 보도

풍림파마텍 "2016년 예산지원받은 건 'K-주사기' 아닌 다른 제품"

풍림파마텍의 최소잔여형(LDV) 주사기(왼쪽)
풍림파마텍의 최소잔여형(LDV) 주사기(왼쪽)

조미희 풍림파마텍 부사장이 최소잔여형 주사기(왼쪽)과 일반 주사기를 들어 비교하는 모습. 오른쪽 일반 주사기에는 피스톤을 끝까지 밀었을 때 붉은 시약이 남아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서울=연합뉴스) 김수진 기자 = 작은 병에 담긴 코로나19 백신 용액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도록 해주는 이른바 'K-주사기'가 때 아닌 '치적 논쟁'에 휩싸였다.

국내 중소기업인 풍림파마텍이 최소잔여형(LDV·Low Dead Volume) 기술을 적용해 개발한 주사기와 관련, 9일 국내 일부 매체가 국민의힘 지성호 의원실 자료를 인용해 "K-주사기는 박근혜 정부 때 지원사업…박영선 후보 성과 아니다", "'K-주사기'가 박영선 치적이라고?…실제 예산 지원한 건 박근혜 정부였다"고 보도한 데 따른 것이다.

즉,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가 중소벤처기업부(중기부) 장관 시절 주요 성과로 'K-주사기'를 꼽는데, 이를 박 후보의 공으로 볼 수 없다는 것이다.

박 후보는 지난달 17일 연합뉴스TV로 생중계된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경선 후보 토론에서 "우리 중소기업이 만든 백신 특수주사기를 FDA가 정식 승인했는데, 제가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으로서 마지막으로 한 일"이라고 말하는 등 중기부 장관 시절 업적 중 하나로 K-주사기를 여러 차례 언급한 바 있다.

이에 연합뉴스는 해당 매체가 인용한 지 의원실 배포 자료를 살펴보고, 풍림파마텍과 중기부, 지 의원실 관계자 인터뷰 등을 통해 이전 정부에서 'K-주사기'에 예산을 지원했는지, 또한 박 후보가 중기부 장관으로서 'K-주사기' 탄생에 기여했다고 볼 수 있는지 등을 따져봤다.

국민의힘 지성호 의원실 'K-주사기' 관련 배포 자료
국민의힘 지성호 의원실 'K-주사기' 관련 배포 자료

[지성호 의원실 제공] ※자료상의 담당자 이름, 전화번호는 개인정보 보호 차원에서 삭제

◇2016년 중기부 예산 해당업체에 제공됐지만 전혀 다른 제품에 지원된 것

우선 '전 정부가 2016년 K-주사기로 불리는 LDV 주사기에 예산을 지원했다'는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 같은 회사의 다른 제품 개발을 지원한 것이었다.

풍림파마텍과 중기부에 따르면 풍림파마텍이 2016년 중기부에서 2억5천만원의 연구개발(R&D) 예산을 지원받은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당시 중기부가 지원한 사업은 '다목적 의료용 루어락 일체 프리필드 유리주사기(루어락 프리필드 주사기)' 개발로, 현재 K-주사기로 불리는 LDV 주사기와는 다른 제품이다.

루어락 프리필드 주사기는 자체에 약제를 담아 주입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의료기기로, 주로 독감 백신이나 필러와 같은 약제 주입에 활용된다.

조미희 풍림파마텍 부사장은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그 제품(루어락 프리필드 주사기)은 (LDV 주사기와) 100% 다르다"며 "LDV 주사기의 경우 예전부터 구상은 했지만, 백신용으로 최적화한 제품은 이번에 개발된 것"이라고 말했다.

풍림파마텍은 작년 말부터 지난 1월 사이 LDV 주사기에 적용된 4건의 기술에 대한 특허출원을 마무리했다.

애초 지 의원실이 배포한 자료에도 "풍림파마텍은 2016년 정부를 상대로 '다목적 의료용 루어락 일체형 프리필드 유리주사기 개발(신제품개발, 2억5천만 원)' 관련 예산을 지원받았다"고 나와 있으며, 전 정부가 LDV 주사기를 지원했다는 내용은 없다.

지 의원실 관계자는 "2016년 정부가 연구 개발 예산을 지원한 주사기는 LDV 주사기를 지칭한 게 아니고 자료에도 그렇게 적혀 있다"면서 "보도된 기사는 언론사들이 자체적으로 판단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결국 지 의원발 자료를 인용한 매체들이 기사 제목이나 본문 등에서 "K-주사기는 박 정부 때 지원사업", "K-주사기에 2억5천만원 예산 지원은 박근혜 정부"라는 표현을 사용함으로써 마치 LDV 주사기 개발에 이전 정부 시절 예산 지원이 이뤄졌던 것처럼 보이게 만든 것이다.

"K-주사기는 전 정부 지원사업?"
"K-주사기는 전 정부 지원사업?"

일부 매체가 지성호 의원실 자료를 인용해 보도한 기사 [출처: 매체 홈페이지 화면 갈무리]

◇박영선 장관 시절 중기부가 K-주사기 지원?…연구·개발 지원은 없었고 양산 위한 대기업과의 협력에 '중개자' 역할

그렇다면 풍림파마텍의 LDV 주사기가 미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게 된 것이 자신이 중기부 장관 재임 시절 성과였다는 취지의 박영선 후보 주장은 사실일까?

우선 LDV 주사기의 원천 기술은 온전히 풍림파마텍의 노력으로 만들어진 것이다. 1999년 설립된 풍림파마텍은 2012년부터 주사기를 연구·개발해왔다.

다만 이번에 LDV 주사기 제품이 세상에 나와 미국 FDA 승인을 받고 수출을 하게 되기까지의 과정에서 박 후보 장관 시절 중기부가 대기업과의 협력에 '중개자' 또는 '촉진자' 역할을 했다는 것이 업체의 설명이다.

중기부와 풍림파마텍에 따르면 풍림파마텍에 LDV 주사기 제작 가능성을 먼저 타진한 것은 삼성이다. 작년 말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코로나19 백신 접종에 최적화된 주사기가 필요하다'는 미국 제약회사 화이자의 요청을 듣고 관련 특허와 기술력을 갖춘 풍림파마텍에 접촉했지만, 조희민 대표이사는 이때만 해도 다소 회의적인 입장이었다. 중소기업인 풍림파마텍이 생산 비용, 상황 변동 등을 우려했다는게 중기부의 설명이다.

이때 박영선 당시 중기부 장관이 풍림파마텍 조 대표에게 전화를 걸어 '국민을 위한 일'이라고 설득했고, 삼성전자와 함께하는 '스마트공장 지원사업' 등 여러 지원 프로그램을 제안했다고 한다.

조미희 부사장은 "사장님이 주저하셨었는데, '나라를 위한 일'이라고 설득을 하시니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해야겠다고 생각하시게 됐다"고 말했다.

또한 "중기부가 대출 조건을 알아봐 주거나 지원 프로그램을 연결해줬고 (박 후보가) 저에게도 전화로 격려를 많이 해주시는 등 도움을 주신 게 맞다"고 조 부사장은 덧붙였다.

풍림파마텍이 LDV 주사기 양산을 결정한 뒤에는 일이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정교한 금형(金型) 기술을 갖춘 삼성전자가 중기부와 함께 '스마트공장 지원사업'으로 풍림파마텍 LDV 주사기의 시제품을 나흘 만에 제작해 화이자에 전달했고, 좋은 반응을 끌어 냈다.

스마트공장 지원사업은 대기업이 중소기업과 협력해 스마트공장을 구축할 경우 일부 비용을 정부가 지원하는 중기부 사업이다.

이후 화이자를 비롯해 전 세계 각국에서 LDV 주사기 공급 요청이 밀려들면서 풍림파마텍은 신규 공장을 짓는 등 생산 설비를 증설 중이다.

중기부는 이를 위해 중소기업진흥공단, 하나은행 연계 대출 프로그램을 통해 130억원 상당을 저금리로 대출했는데 이 역시 박 장관 재임 중 진행됐다. 중기부는 현재 풍림파마텍에 생산인력 20여명도 지원하고 있다.

결국 정리하면 2016년 중기부 지원 예산으로 만들어진 풍림파마텍 주사기는 K-주사기로 불리는 LDV 주사기가 아니다. 따라서 'K-주사기가 전 정부 지원사업'이라는 보도는 사실과 다르다.

그리고 중기부 장관 시절 박 후보가 기여한 바의 경우, 재임 당시 중기부가 풍림파마텍의 LDV 주사기 기술 개발에 도움을 주지는 않았고, 풍림파마텍이 대기업과의 협력을 통해 제품을 양산하는 과정에서 '중개자' 역할을 한 것은 사실로 판단된다.

생산되는 최소잔여형 주사기
생산되는 최소잔여형 주사기

[군산=연합뉴스 자료사진] 최재구 기자 = 전북 군산시 코로나19 백신접종용 최소잔여형(LDV) 주사기 생산시설인 풍림파마텍에서 2월 18일 업체 직원들이 주사기를 생산하고 있다. 2021.2.18 jjaeck9@yna.co.kr

gogog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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