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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눔동행] 아이들에게 꿈과 희망을…20년째 동화책 읽어주는 할머니

송고시간2021-04-04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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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직교사 최영학씨, 유치원·초등학교서 책 읽어주고 인형극 공연

"남을 위한 봉사는 나의 존재를 확인하는 또 다른 즐거움"

동화책 읽어주는 할머니로 불리는 최영학씨
동화책 읽어주는 할머니로 불리는 최영학씨

[양영석 기자]

(예산=연합뉴스) 양영석 기자 = "80살이 넘으니 이제 조금 보이기 시작합니다. 아이들 특성에 맞게 어떤 이야기를 해줘야 할지 알 것 같습니다."

퇴직 후 20년 가까이 아이들에게 동화책을 읽어주는 최영학(82)씨는 충남 예산지역에서 동화책 읽어주는 할머니로 통한다.

30여 년의 교직 생활을 접고 2000년 교단에서 내려온 최씨는 학생 진로상담, 동화책 읽어주기, 자살예방 상담 등의 봉사활동으로 퇴직 후의 삶을 살고 있다.

교사 시절 아이들 성적 올리는 데 집중하던 중 교내 진로 상담을 하면서 성적이 아닌 개개인의 특성과 장점이 보이기 시작했다. 최씨가 퇴직 후 본격적으로 아이들을 위해 봉사활동을 하게 된 계기다.

최씨는 동화책 예찬론자다.

"금도끼 은도끼 얘기를 들으면 정직하게 살아야 한다는 생각을 아이들 스스로 하게 된다. 별도 인성교육이 필요 없을 정도로 장점이 많다"고 말한다.

그는 어린 시절 할머니 품에 안겨 듣던 옛날이야기 맛을 요즘 아이들에게도 전해주고 싶다.

12년 전에 만든 '동화바리기'는 최씨처럼 동화책을 통해 아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주고 싶은 지역사회 사람들이 모여서 결성한 봉사단체다.

6~10명의 회원이 함께 어린이집과 유치원, 초등학교를 돌며 동화책을 읽어 주거나, 구연동화를 들려주고 있다.

구연동화 봉사 모습
구연동화 봉사 모습

[최영학씨 제공]

감염병 사태가 터지기 전에는 1년에 4∼5차례 인형극도 만들어 아이들에게 선보였다. 회원들이 연극을 만들어서 직접 무대에 오르기도 했다.

아이들을 사랑하는 마음을 고스란히 담아 손수 소품을 제작하고 무대를 디자인했다.

유치원과 초등학교에서 동화책을 읽어 준 게 20년 가까이 되면서 코흘리게 였던 아이들이 어느새 고등학교에 들어가고 대학생이 됐다.

길 가다가 갑자기 불쑥 다가와 '할머니~ 안녕하세요'라고 큰 소리로 인사하는 학생들은 십중팔구 어린 시절 옛날이야기를 들었던 아이들이다.

최씨는 "그럴 때면 정말 뿌듯하고, 동화책 읽어주기, 구연동화 봉사를 계속 이어가야겠다는 다짐을 한다"며 "저 아이들이 커서 자녀에게도 동화책을 읽어주지 않겠냐"고 즐거운 상상을 했다.

아이들이 쓴 감사 편지
아이들이 쓴 감사 편지

[최영학씨 제공]

그는 3년 전부터 사회복지회관에 나가서 할머니들의 친구가 되어주고 있다.

글을 배우지 못해 한이 맺힌 얘기를 들어주고, 재미난 동화책을 읽어주면서 글자를 알려주기도 한다.

퇴직 후 봉사활동을 잘해보려고 상담교사, 문예교육, 동화구연, 미술치료 등의 자격증을 따면서 공부했던 것들이 큰 도움이 됐다.

힘들지 않냐는 물음에 미소를 띤 얼굴로 지었다.

그는 "솔직히 남들을 위해 봉사를 하지만 실상은 내가 더 큰 즐거움을 받고 있다"며 "여든이 넘은 혼자 사는 노인을 필요로 하는 곳이 어디 있겠냐. 봉사라고 하지만 실상은 나의 존재를 찾기 위해서 더 열심히 한다"고 설명했다.

최씨는 교단에 선 30여 년, 퇴직 후 20년 동안 아이들을 바라보고 있다.

50년이 흐른 지금에서야 아이들이 자라는 속도, 받아들이는 속도가 보인다고 한다.

동화책 읽어주는 할머니는 "아이들 얼굴이 다 다르듯 자라는, 받아들이는 속도가 다르다"며 "빨라도 안 되고 너무 느려도 안 되는데, 이제 그 속도가 조금 보여서 기다릴 줄 알게 됐다. 아직 할 일이 많다"고 말했다

young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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