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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효석의 게임인] '린저씨' 트럭 시위는 17년 만의 혁명이 될까

송고시간2021-04-03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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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리니지2 유저들, 게임 내 폭정에 맞서 '온라인 최초 시민혁명'

리니지M은 확률형 아이템 문제로 시위 촉발…불매운동에 주가도 타격

리니지의 모바일 버전 '리니지M' 이용자들이 엔씨소프트를 상대로 트럭 시위를 벌이기로 했다. [리니지M 이용자 시위 측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리니지의 모바일 버전 '리니지M' 이용자들이 엔씨소프트를 상대로 트럭 시위를 벌이기로 했다. [리니지M 이용자 시위 측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이효석 기자 = 한국 온라인 게임의 대명사와도 같은 '리니지'의 유저들이 약 17년 만에 집단행동에 나서고 있다.

2004년 '바츠 혁명'이라는 게임 역사의 한 페이지를 썼던 이들이 2021년에는 아예 게임을 만든 회사인 엔씨소프트에 창끝을 겨눴다.

확률형 아이템 문제로 한국 게임판 전체가 흔들리는 상황에서 국산 게임의 '끝판왕'이라고 할 리니지 유저들까지 관련 시위에 나서면서 게임업계 전체가 촉각을 곤두세우는 모양새다.

바츠 해방 전쟁 [엔씨소프트 홈페이지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바츠 해방 전쟁 [엔씨소프트 홈페이지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 폭정 세력 물리친 '바츠 해방 전쟁'…온라인 최초 시민 혁명으로 기록돼

바츠 혁명(바츠 해방 전쟁)이란, 2004년 '리니지2' 이용자들이 게임 내에서 일으킨 시민 혁명이다.

리니지는 잘 알려져 있듯 '성(城)'을 중심으로 한 봉건제 시스템을 갖춘 게임이다.

성을 장악한 군주는 다른 게이머들에게 세금을 걷는 등 권력을 부릴 수 있다.

2004년 당시 리니지2 바츠 서버는 '드래곤나이츠(DK) 혈맹'이라는 길드(게이머 모임)가 장악하고 있었다.

DK혈맹은 서버 내 최고 레벨 게이머들의 모임이었다. 혈맹을 이끈 군주 '아키러스'(닉네임)는 리니지2 전체 서버에서 가장 높은 51레벨이었다.

DK혈맹은 강한 캐릭터와 성의 군주라는 권력을 이용해 아예 사냥터를 통제하고, 반발하는 이용자를 척살하고, 높은 세율의 세금을 매겼다.

게임 속 가상 현실이지만, 실제 현실의 암흑기처럼 '폭정'이 시작된 것이다.

바츠 연합군 모습 [엔씨소프트 홈페이지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바츠 연합군 모습 [엔씨소프트 홈페이지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바츠 연합군 모습 [엔씨소프트 홈페이지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바츠 연합군 모습 [엔씨소프트 홈페이지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폭정이 지속하자 다른 이용자들은 '붉은 혁명' 혈맹을 중심으로 '연합군'을 꾸려서 DK혈맹에 대항했다.

연합군은 처음에는 몇몇 전투에서 승리를 거두기도 했으나, 돈과 권력이 있었던 DK혈맹을 패퇴시키기는 어려웠다.

그런데 커뮤니티를 통해 소식을 들은 다른 서버의 게이머들이 가세하면서 분위기가 달라졌다.

서버를 옮기면 레벨이 1이 되고 기본 복장은 내복만 입는다. 최고 레벨인 DK혈맹에게는 한 대만 맞아도 죽을 정도로 약하다.

그러나 연합군은 내복만 입은 채 '인해전술'로 DK혈맹에 맞섰다.

내복단 [엔씨소프트 홈페이지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내복단 [엔씨소프트 홈페이지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달려가서 DK혈맹 조직원을 한 대라도 때리고 죽기를 수백∼수천명의 이용자가 반복한 것이다.

훗날 이용자들은 이런 혁명 참가자들을 '내복단'이라고 부르며 기렸다.

끝내 연합군은 2004년 7월 17일 아덴성을 점령하면서 DK혈맹을 물리쳤다.

리니지뿐 아니라 전 세계 게이머들은 이날을 '바츠 해방의 날'로 부르며 게임 역사의 중요한 한 장면으로 인식하고 있다.

온라인 콘텐츠를 연구하는 학자들이 바츠 혁명의 의미를 연구한 논문도 여럿 있다.

[엔씨소프트 홈페이지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엔씨소프트 홈페이지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리니지M 트럭 시위 문구 가안 [리니지M 이용자 시위 측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리니지M 트럭 시위 문구 가안 [리니지M 이용자 시위 측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리니지M' 확률형 아이템 문제에 '린저씨'들 일어나…국회·야구장까지 트럭 보내기로

약 17년이 흘러 '린저씨'(리니지와 아저씨의 합성어)가 된 이용자들이 또 한 번의 '항거'를 준비하고 있다.

그런데 이번에는 그 대상이 게임 내 폭정 세력이 아니라 게임을 만든 엔씨소프트 사측이다.

'리니지M' 이용자들이 엔씨에 항의하기 위해 이달 5∼9일 트럭 시위를 벌인다.

여의도 국회의사당과 판교 엔씨 본사(R&D센터), NC다이노스 홈구장인 창원NC파크 등 3곳에 트럭을 보낼 예정이다.

'리니지M 문양 시스템 롤백 사건' 때문이다.

문양은 리니지M에서 캐릭터 능력을 키우는 강화 시스템이다.

쉽게 말해 구멍이 30개 뚫려있는 판이고, 구멍 하나를 채울 때마다 능력치가 오른다.

구멍 하나하나를 채우는 과정이 모두 확률형 아이템이다. 뽑기 한 번에 구멍 1개를 채울 확률이 88.5%, 구멍 2개를 채울 확률이 8%, 구멍 3개를 채울 확률이 3.5%다.

구멍 30개를 모두 채우는 데 평균 4천만∼5천만원이 드는 것으로 알려져 있고, 이런 문양이 총 6개 있다.

'리니지M' 문양 시스템 [리니지M 홈페이지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리니지M' 문양 시스템 [리니지M 홈페이지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문제는 엔씨소프트가 1월 말 문양 뽑기를 조금 더 수월하게 만드는 '기억 시스템'을 추가하면서 발생했다.

문양을 채우는 작업이 다소 원활해지면서 문양 1개를 완성하는 데 1천만∼2천만원이 드는 수준으로 가격이 낮아졌다고 한다.

이러자 기존에 문양을 완성하는 데에 수억 원을 쓴 '핵고래'(과금을 많이 한 이용자) 유저들이 반발하고 나섰다.

한 핵고래 유저는 "다시는 리니지에 돈을 쓰지 않고, PK(다른 이용자의 캐릭터를 죽이는 것)만 하고 다니면서 놀겠다"고 선언했다.

그러자 엔씨소프트는 나흘 만에 기억 시스템을 폐지하고 이용자들의 문양을 모두 원상 복구했다. 시스템을 기존으로 '롤백'(되돌림)한 것이다.

그런데 엔씨는 이용자들이 나흘 동안 쓴 돈은 되돌려주지 않고 보상을 모두 아이템으로 지급했다.

결국 트럭 시위까지 하게 된 이용자들은 엔씨에 보상 기준 공개, 전액 환불 및 진정성 있는 사과, 확률 조작 의혹 해명, 과도한 사행성 유도 해명 등을 요구하고 있다.

리니지 이용자들은 트럭 시위에 "개돼지 해방 전쟁"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17년 전 바츠 해방 전쟁에서 따온 것이다.

일부 이용자들은 'NO NC'라고 적힌 이미지를 만들어 "엔씨 불매 운동을 벌이자"고 나서고 있다.

여론이 유례없이 악화하자 엔씨 주가까지 요동치는 중이다. 지난달 100만원 고지를 밟았던 엔씨 주가는 최근 80만원대 후반으로 떨어졌다.

엔씨소프트 주가 하락 (CG)
엔씨소프트 주가 하락 (CG)

[연합뉴스TV 제공]

17년 전 리니지2의 바츠 혁명은 '온라인 최초의 시민 혁명'이라는 찬란한 역사로 남았지만, 사실 DK혈맹은 바츠 해방의 날 이후에도 권력을 유지했다.

연합군이 전리품 배분을 놓고 분열한 탓이다.

몇 년 뒤 DK혈맹이 힘을 잃은 후에는 연합군의 주축이었던 '붉은 혁명' 혈맹이 사냥터를 통제하는 등 독재 권력이 되기도 했다.

결국 핵고래만큼 돈을 쓸 여력이 없는 평범한 '민초' 유저들은 언제나 고통받았다.

리니지M 이용자들의 트럭 시위는 확률형 아이템 등 한국 게임의 운영 문제를 둘러싼 '게임업계 연쇄 파동'이라는 연장선상에 놓여 있다.

작금의 사태는 훗날 또 다른 '혁명'으로 불릴 수 있을까.

[※ 편집자 주 = 게임인은 게임과 사람(人), 게임 속(in) 이야기를 다루는 공간입니다. 게임이 현실 세상에 전하는 메시지, 게임을 만드는 사람들의 뒷이야기를 두루 다루겠습니다. 모바일·PC뿐 아니라 콘솔·인디 게임도 살피겠습니다. 게이머분들의 많은 제보 기다립니다.]

hy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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