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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눔동행] "봉사도 중독…뒤돌아설 땐 더 해주지 못해 아쉬워"

송고시간2021-04-10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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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 봉사왕' 청주 안병인씨 "좋아서 하는 일, 받는 게 더 많아"

인터뷰하는 안병인씨
인터뷰하는 안병인씨

[촬영 천경환]

(청주=연합뉴스) 천경환 기자 = "왼손이 하는 일을 오른손이 모르게 하라잖아요. 그냥 이웃을 돕는 게 좋아서 하는 거지요"

청주시 흥덕구 강내면의 봉사왕으로 불리는 안병인(64)씨가 담백하게 털어놓는 봉사 철학이다.

봉사 자체가 삶의 일부이며 행복이기 때문에 누구에게 드러내거나 보여줄 게 없다는 얘기다.

별것 아닌 일에 호들갑 떨고 싶지 않다고 한사코 손사래 치는 안씨를 설득해 봉사자의 길을 걷게 된 사연을 설명 들었다.

그는 서점에서 판매원으로 일하던 아내가 재고로 남겨진 동화책을 소년소녀가장에게 가져다주는 모습을 보고 '나눔의 가치'에 대해 고민했다.

작은 도움의 손길이 누군가에겐 몇십 배, 몇백 배 큰 행복으로 전달될 수 있다는 아내의 말에 용기를 얻은 그는 형편이 어려운 이웃에게 밥 한 끼를 대접하면서 자연스럽게 봉사대열에 합류했다.

음식 대접이래봤자 자신이 운영하는 식당에서 정성스럽게 준비한 음식을 나누는 정도였다.

어린이 갯벌체험 후 기념촬영하는 안병인(맨 오른쪽)씨
어린이 갯벌체험 후 기념촬영하는 안병인(맨 오른쪽)씨

[청주시자원봉사센터 제공]

'봉사도 중독'이라는 말이 있듯이 소박한 한 끼 식사에 즐거워하는 이웃들의 환한 얼굴에서 큰 보람을 느낀 그는 그때부터 저소득층 집수리와 청소, 급식 봉사까지 도움의 손길을 필요로하는 곳이라면 어디든 가리지 않고 달려갔다.

그렇게 이웃과 더불어 산 지 벌써 30년. 그의 봉사왕이라는 별명을 얻게 됐고 2019년 제14회 전국 자원봉사자대회에서 영예의 대통령 표창(개인부문)을 받는 영광도 누렸다.

그는 오랜 봉사활동 중에서도 불우 청소년과 갯벌체험하는 것에 가장 큰 보람으로 꼽는다.

2007년 면사무소 직원으로부터 관내에 사는 소년소녀가장이 11명이나 된다고 전해 들은 그는 이들에게 추억 한 페이지를 만들어주기 위해 호주머니를 털어 서해안 갯벌체험을 주선했다.

내륙 복판의 충북에서 바다 여행은 큰맘 먹어야 가능한 일이다. 당시 여행에 참여한 청소년 중 일부도 바다 구경이 처음이었다.

처음 보는 바다 정취에 취해 입술이 파래질 때까지 깔깔거리며 뛰어놀던 아이들의 모습이 눈에 밟힌 그는 이후 정기적으로 체험 기회를 마련했다.

이런 방식으로 14년 동안 500명이 넘는 불우 청소년에게 소중한 여행 추억을 선물했다.

저소득가정 집수리
저소득가정 집수리

[청주시자원봉사센터 제공]

수십 년째 주거환경이 열악한 이웃을 찾아다니며 집수리해 주는 이유도 단순명료하다.

바퀴벌레가 들끓던 주거공간이 자신의 손을 통해 쾌적한 보금자리로 바뀔 때 느끼는 성취감이 말로 표현하기 힘들 정도로 크기 때문이다.

여기에다가 말끔하게 수리된 집을 보고 감격스러워하는 이웃들의 모습은 덤으로 얻게 되는 보람이다.

그는 행정복지센터나 자원봉사센터에서 주선해주는 이웃들을 찾아다니며 집수리를 해준다.

가정폭력이나 화재 피해 가정, 독거노인의 생활공간 등이 주된 대상이다.

곰팡이 악취가 코를 찌르는 곳에서 썩은 벽지를 뜯어내고 방치된 쓰레기를 치우거나 고장 난 문짝과 전기시설 등을 고치는 일은 여간 고되지 않다.

추운 겨울에도 바삐 움직이다 보면 금세 땀으로 목욕하기 일쑤다.

한 번은 집 안에 화장실이 없어 외부 공중화장실을 사용하던 고령의 할머니 집을 찾은 때의 일이다.

당시 방안은 물론 마당과 대문 주변까지 산더미처럼 쌓인 쓰레기 때문에 발 디딜 틈이 없었다.

그는 "몇 시간에 걸쳐 쓰레기와 잡초를 치워냈더니 할머니께서 '화장실 가기 편해졌다'며 눈물을 글썽이셨다"며 "작은 도움에 감동하는 이웃들을 보면 잠시도 봉사를 멈출 수 없다"고 강조했다.

'사랑의 집 고쳐주기' 봉사단과 안병인(오른쪽에서 4번째)씨
'사랑의 집 고쳐주기' 봉사단과 안병인(오른쪽에서 4번째)씨

[청주시자원봉사센터 제공]

그는 휴일에도 맘 편히 쉰 적이 없다. 적지 않은 나이를 생각하라는 가족의 성화에도 도움이 필요한 곳을 찾아다니며 시간을 보낸다.

사회복지협의회 같은 봉사단체 일원으로 움직일 때가 많지만, 혼자서 이웃을 찾는 날도 많다.

그는 "언제나 봉사를 마치고 돌아올 때면 더 해주지 못한 아쉬움이 남는다"며 "그때마다 느끼지만, 누구에게 작은 도움을 주고 오히려 내가 더 큰 행복을 얻는 것 같아 민망하다"고 말했다.

그는 "첫 봉사에서 맛본 묵직한 감동을 30년째 가슴에 새기고 있다"며 "힘닿는 데까지 이웃과 나누는 삶을 살겠다"고 넉넉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kw@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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