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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눔동행] "밥 걱정하는 사람 없는 세상 되길" 30여 년 쌀 기부 이명구 씨

송고시간2021-04-11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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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일장서 건어물 장사하며 부인 허인자 씨와 이웃 사랑 '귀감'

(제주=연합뉴스) 백나용 기자 = '10㎏짜리 쌀 1천400개'

인터뷰하는 30년간 쌀 기부한 이명구 씨
인터뷰하는 30년간 쌀 기부한 이명구 씨

(제주=연합뉴스) 백나용 기자 = 30년 넘게 어려운 이웃에게 쌀을 전달해 온 이명구 씨가 지난 5일 제주시 내도동 자택 인근 해안가에서 인터뷰하고 있다. 2021.4.9 dragon.me@yna.co.kr

이명구(73) 씨가 2008년부터 14년째 어려운 이웃을 위해 사용해 달라며 제주시에 전달한 쌀의 양이다. 이씨는 앞서 1980년대 후반부터 2007년까지는 매달 개인적으로 어려운 이웃들에게 쌀을 전달했다.

지난 5일 오후 이씨가 사는 제주시 내도동에 있는 자택을 찾았다.

이씨는 인터뷰를 위해 방문한 기자에게 "대단한 일을 한 것도 아닌데 고생스럽게 오게 했다"며 쑥스러운 웃음을 지어 보였다.

경기도 수원 출신인 이씨는 1974년 서귀포시 한 관광호텔 건축 설비 일을 하러 처음 제주에 오게 됐다.

당시 동료 직원이 살던 하숙집 주인의 딸인 부인 허인자(67) 씨와 연을 맺어 제주에 정착했다.

하지만 신혼생활은 녹록지 않았다. 건설경기에 따라 이씨 회사에서 임금이 체불되는 일이 잦아진 탓이다.

당시 혼자 시장에 나가 근근이 건어물을 팔던 부인 허씨는 결국 남편에게 '건어물 장사를 본격적으로 해보자'고 제안했다.

그때부터 이씨 부부는 제주시와 서귀포, 모슬포 오일장을 돌면서 빈자리를 잡아 건어물을 팔기 시작했다.

빈자리가 없을 때는 허탕을 치고 온 날도 있었다. 하지만 근면 성실하게 일하다 보니 어느새 오일장에 고정적인 자리 하나가 생겼다.

당시 이씨 나이 30대 후반. 이씨 부부는 그때부터 현재까지 30년 넘게 제주시와 서귀포시를 순회하며 건어물 장사로 생계를 꾸려오고 있다.

건어물 장사가 자리를 잡으면서 이씨 부부는 적어도 끼니를 걱정하지 않을 정도의 살림살이를 꾸러나 갈 수 있게 됐다.

이씨는 "당시 나흘을 오일장에 나가 장사하면 하루 쉬었다"며 "그때 같은 노력을 하면서도 밥 걱정하는 이웃이 눈에 밟히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제주시에 쌀 기부한 이명구 씨
제주시에 쌀 기부한 이명구 씨

[연합뉴스 자료사진]

부부는 일심동체라 했던가. 부인 허씨가 이씨의 마음을 눈치라도 챈 듯 먼저 "우리가 이만큼 사는 것도 복 받은 일"이라며 "한 달에 한 번이라도 불우한 이웃에게 쌀을 전달하자"고 제안했다.

그렇게 1980년대 후반 처음 동네 어려운 이웃 2∼3가구에 한 달에 한 번 쌀을 전달했다.

하지만 점점 규모가 커지며 어느새 옆 동네 어려운 이웃까지 10여 가구로 늘어났다.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일과에 쌀 배달까지 하려니, 때를 놓쳐 두 달 치 쌀을 한 번에 전달하는 일도 종종 생겼다.

결국 이씨는 20년 가까이 개인적으로 쌀 배달을 하다 2008년 제주시에 도움을 요청했다. 설·추석 명절 때마다 10㎏ 쌀 100포대를 전달하면 어려운 이웃에게 대신 전해달라는 것이다.

제주시는 흔쾌히 이씨의 제안을 수락, 14년째 배달일을 도맡고 있다.

이씨는 "힘이 들 때도 있지만, 그때마다 그만해야지 하다가도, 기부할 때가 다가오면 저절로 생각이 난다. 그냥 지나가기 섭섭한 마음이 든다"며 "특히 아내가 쌀을 기부하는 데 매년 적극적으로 나서 그냥 모른 척 넘길 수도 없다. 아내에게 항상 고맙다"고 말했다.

그는 "경제 활동을 하는 한 계속해서 쌀 기부를 이어갈 생각"이라며 "다만, 내가 살면 얼마나 살겠느냐. 살기 좋은 세상이 돼 더는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한 불우한 이웃이 없길 바란다. 이것이 나의 희망이자, 바람"이라고 전했다.

인터뷰하는 30년간 쌀 기부한 이명구 씨
인터뷰하는 30년간 쌀 기부한 이명구 씨

(제주=연합뉴스) 백나용 기자 = 30년 넘게 어려운 이웃에게 쌀을 전달해 온 이명구 씨가 지난 5일 제주시 내도동 자택 인근 해안가에서 인터뷰하고 있다. 2021.4.9 dragon.m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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