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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의금만 2조원"…2년 만에 막 내린 LG-SK 배터리 분쟁(종합)

송고시간2021-04-11 1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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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부권 시한 하루 앞두고 극적 타결…미국·우리 정부 압박 통해

SK이노 타격 크지만 미국 사업 지속…K-배터리 입지에 부정 영향 지적도

(서울=연합뉴스) 서미숙 기자 =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096770]이 미국에서 벌여온 배터리 영업비밀 침해 분쟁과 관련해 10일(미국 현지시간) 극적 합의에 성공하면서 2년 분쟁에 종지부를 찍었다.

양 사 합의금은 2조원으로 영업비밀 침해 분쟁 합의금 가운데 최고액이다.

막판까지도 서로 날 선 비판 속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또는 거부권 방어에 주력했던 양 사는 거부권 시한을 하루 앞두고 전격적으로 합의했다.

이번 합의로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가 결정한 SK이노베이션의 수입금지 조처가 무효화 되면서 앞으로 SK이노베이션이 미국 사업을 차질없이 추진할 수 있게 됐다.

다만 2년간 이어온 분쟁은 수천억원으로 추산되는 소송 비용 등 경제적 손실과 함께 K-배터리의 위상도 위협받게 하는 등 부작용을 낳았다.

서울 LG와 SK 본사 건물 모습. [연합뉴스 자료사진]

서울 LG와 SK 본사 건물 모습. [연합뉴스 자료사진]

◇ 서로 격차컸던 배상금…막판까지 '거부권'에 매달려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은 지난 2019년 4월 미국 ITC에서 시작한 전기차 배터리 영업비밀 침해 분쟁을 시작한 이후 지난해 2월 예비결정, 올해 2월 최종 결정이 나오고서도 좀처럼 배상금과 관련해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ITC가 지난해 예비결정에서 SK의 영업비밀 침해를 인정하면서 분쟁에서 이긴 LG측은 조단위의 합의금을 요구했고, SK측은 영업비밀 침해 사실을 인정할 수 없으며 조단위 합의금도 줄 수 없다고 맞서왔기 때문이다.

지난 2월 최종 결정에서 ITC가 SK측에 '10년 수입금지' 명령이라는 중징계를 내린 이후에도 양측의 합의는 평행선을 달렸다.

ITC 최종 결정에 대한 결정문이 공개된 지난달 초 양 사는 실무 협상을 재개해 합의를 시도했으나 LG측이 '3조원+α(알파)', SK측은 1조원을 고수하며 격차를 좁히지 못했다.

이 과정에서 폭스바겐, 포드 등 SK의 배터리 고객사의 합의 종용이 이어졌고, 우리 정부도 정세균 국무총리까지 나서 조기 합의를 촉구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이후 SK는 배상금 합의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에 사활을 걸었다. 바이든 대통령이 ITC 결정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하면 10년 수입금지 제재가 무효가 되기 때문이다.

만약 거부권이 안 나오면 미국 사업 철수까지 검토하겠다며 배수진을 쳤다.

지난달에는 SK이노베이션의 김종훈 이사회 의장이 미국 행정부와 정치권 인사를 만나 거부권 행사를 호소한 데 이어, 김준 사장도 미국으로 건너가 거부권을 끌어내는 데 주력했다.

이 과정에서 양측의 로비와 여론전도 치열하게 전개됐다. SK측은 캐럴 브라우너 전 환경보호청(EPA) 청장, 샐리 예이츠 전 법무부 부장관 등 관련 인맥이 넓은 인사들을 동원해 바이든 행정부가 거부권을 행사하도록 설득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이에 대응해 오바마 행정부 시절 에너지부 장관을 지낸 어니스트 모니즈로부터 조언을 받고 다른 내부 인사들을 통해 거부권 방어에 나섰다.

공급망 검토 행정명령 취지 언급하는 바이든 미 대통령
공급망 검토 행정명령 취지 언급하는 바이든 미 대통령

(워싱턴 AP=연합뉴스)

◇ 한미 정부 '합의' 압박에 양사 백기 든 듯

바이든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시한(11일)을 하루 앞두고 전격적으로 이뤄진 배경에는 미국 정부의 압력과 우리 정부의 중재가 크게 작용했다는 후문이다.

바이든 행정부는 ITC의 최종 결정이 나온 이후 일자리 창출과 전기차 공급망 구축 등 자국 경제적 효과를 고려해 물밑에서 양사에 합의를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바이든 대통령이 미국내 반도체와 배터리 등 공급망 체계 강화에 나선 가운데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아 SK이노베이션이 조지아주 공장을 철수하면 미국내 안정적 배터리 공급에 위협이 되고, 조지아 주민들의 일자리도 타격을 받아 정치적으로 부담이 된다.

반대로 거부권을 행사하면 평소 중국 등을 겨냥해 지식재산권 보호를 강조해온 바이든 대통령의 정책 기조와 상충하고, 폭스바겐과 포드의 배터리 납품에는 유예기간까지 준 상황에서 명분도 약했다.

결국 거부권을 쓰기도, 안쓰기도 어려운 난처한 상황에 놓이면서 LG와 SK 양측에 거부권 시한 전에 합의할 것을 계속해서 종용한 것이다.

이에 대해 외신들은 미 대통령이 명분과 실리를 모두 챙겼다는 면에서 "바이든의 승리"라고 분석했다.

총리실 등 우리 정부도 비공식 채널 등을 통해 중재에 나섰다. 국익을 위해 빠른 합의를 이끌어달라는 입장을 양 사에 전달한 것으로 전해진다.

정세균 총리는 연초 방송기자클럽 토론회에서 양사의 ITC 소송에 대해 "미국 정치권도 나서 제발 빨리 해결하라고 한다. 정말 부끄럽다"며 양측 합의를 종용하기도 했다.

최근 미국에서 열린 한미 안보실장회의에서도 양측 배터리 분쟁이 언급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자리에서 미국은 자국내 안정적인 배터리 공급을 위해 양측의 원만한 합의를 우리 정부에 요청했다는 것이다.

미국의 거부권 행사 여부와 관계없이 양사 모두 분쟁 장기화함에 따른 부담이 적지 않았다는 점도 전격 합의를 결정한 배경 중 하나로 꼽힌다.

LG에너지솔루션은 연내 상장을 앞두고 있고, 미국과 인도네시아 등에 신규 배터리 공장을 건설해야 하는데 성공적인 상장을 통한 자금조달이 절실하다. 현대차 코나 전기차 리콜 비용 등 잇단 배터리 화재 악재고 부담으로 작용했다.

SK는 그간 조단위 합의금은 줄 수 없다고 버텼지만 거부권이 안나올 경우 사업 리스크는 더 커진다.

당장 10년 수입금지 조처가 발효되면 현실적으로 미국에서 사업이 어려워지고, LG에 대한 배상금은 물론 폭스바겐과 포드 등 고객사에 배터리 공급 차질에 따른 손해배상금에다 수천억원으로 추정되는 LG측의 소송 비용까지 감당해야 한다.

SK의 미국 사업 철수도 말처럼 쉬운 일이 아녔다. 조지아주 제2공장 건설 중단 등에 따른 매몰비용(sunk cost)과 1공장 설비 이전 등 사업 철수 비용으로 1조원대 비용이 들 것으로 추산됐다.

거대한 미국 시장을 포기하는 데 따른 손실과 신인도 하락 등 현실적인 문제도 작용했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과 우리 정부의 합의 요구와 거부권이 나오지 않았을 경우 SK가 받을 손실 등을 모두 고려해 내려진 결단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결국 지난달 공식 협상에서 LG가 3조원, SK가 1조원을 주장한 가운데 양측이 한발씩 양보하면서 중간지점인 2조원에서 합의금액이 결정됐다. 양 사는 이날 오후 이사회를 열고 양측 합의금에 대한 승인을 받았다.

LG에너지솔루션 - SK이노베이션 소송 미국ITC 판정 (PG)
LG에너지솔루션 - SK이노베이션 소송 미국ITC 판정 (PG)

[김토일 제작] 일러스트

◇ SK 손실 크지만 미국 사업 지속, 10년간 추가 쟁송 않기로

이날 합의로 SK이노베이션은 2조원의 배상금 부담을 안았지만 미국 사업은 계속해서 영위할 수 있게 됐다. 이에 따라 조지아주 공장 건설과 폭스바겐과 포드용 배터리 생산과 납품도 차질없이 이어질 전망이다.

SK는 지난해 완공된 조지아주 배터리 1공장과 현재 공사 중인 2공장에 지금까지 1조5천억원을 투자했으며 내년까지 총 3조원을 투입할 예정이다. 2공장은 내년 준공해 2023년부터 배터리 양산에 들어간다.

LG도 미국을 비롯한 신규 배터리 설비 투자를 지속할 계획이다.

양 사의 이번 합의로 미국 델라웨어 법원에 계류 중인 영업비밀 침해 관련 배상금 소송도 자동 취하된다.

이와 함께 ITC에 걸려 있는 2건의 특허 분쟁 소송을 비롯한 국내외 파생 소송도 모두 취하하고, 향후 10년 간 추가 쟁송도 하지 않기로 양사는 합의했다.

그러나 합의금 외에도 양사가 쏟아부은 거액의 소송 비용과 로비 비용은 부담으로 남게 됐다.

중립적인 비영리 연구기관인 CRP(Center for Responsive Politics)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은 지난해까지 로비에 65만달러를, LG측은 53만여달러를 투입했으며 올해 들어도 많은 로비 비용을 쓴 것으로 알려졌다.

양측의 로펌 고용 등 소송 비용까지 포함하면 최소 수천억원에서 최고 1조원에 달한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두 회사의 소송전이 진행되는 동안 글로벌 완성차 기업들은 중국 등과 손잡는 등 '변심'했고, 유럽과 미국 등 경쟁 국가들이 배터리 투자를 확대하기로 하면서 우리 배터리사들의 경쟁력이 흔들리는 부작용도 낳았다.

폭스바겐은 LG와 SK가 주력으로 하는 '파우치형' 배터리 대신 중국 CATL이 하는 '각형' 배터리를 주력으로 쓰겠다고 선언했고, 현대차도 최근 아이오닉 신규 발주 물량을 중국 CATL에 맡겼다.

[그래픽] LG·SK 배터리 분쟁 일지
[그래픽] LG·SK 배터리 분쟁 일지

(서울=연합뉴스) 김토일 기자 kmtoil@yna.co.kr

sm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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