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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떡락해도 존버"…코인에 올인한 젊은 초상

송고시간2021-04-15 0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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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류진 첫 장편소설 '달까지 가자'

(서울=연합뉴스) 이승우 기자 = '떡상', '떡락', '존버', '투더문', '김프'.

가상화폐 열풍이 휘몰아친 요즘 대한민국에서 유행하는 은어다.

떡상과 떡락은 각각 시세 급등과 폭락을 뜻하고, 존버는 아무리 어렵고 불확실한 상황에도 흔들리지 않고 버틴다는 의미다. 김프는 '김치 프리미엄'의 준말로 한국 거래소에서의 가상화폐 거래가가 외국 거래소들보다 높은 현상을 말한다.

투더문(To the moon)은 사들인 코인이 달까지 수직으로 상승하길 바란다는 뜻이다.

사회 세태를 사실적으로 그려내는 솜씨가 탁월하다고 인정받은 장류진의 첫 장편소설 '달까지 가자'(창비)에는 이런 용어들이 쉼 없이 등장한다. 심지어 소설 제목은 '투더문'을 우리말로 풀어낸 것이다.

"떡락해도 존버"…코인에 올인한 젊은 초상 - 1

소설의 얼개는 복잡하지 않다. 사회 초년생 젊은이들이 상대적 박탈감과 희망 없는 생활에 시달리다 가상화폐로 도약의 발판을 마련한다는 이야기다.

대기업에 비공채로 비슷한 시기에 입사한 세 여성은 모두 별 볼 일 없는 처지라는 공통점을 알고 끈끈한 사이가 된다. 일인칭 화자인 다해와 은상 언니, 지송은 '우리 같은 애들'이란 말로 동질감을 표현하기도 한다.

다해는 어느 날 은상 언니가 가상 화폐 이더리움으로 큰 수익을 내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코인 열차'에 동승한다. 지송은 두 사람의 투자를 처음엔 이해하지 못하다 결국 투자에 합류한다. 떡상과 떡락이 반복되며 희비가 교차하지만, 이들은 '존버' 끝에 성공을 거둔다. 이들은 모두 과거와 비교해 부자가 되지만 다해는 회사를 계속 다니기로 한다.

이처럼 이들의 투자 일기는 '해피 엔드'로 끝나지만, 살짝 뒤집어보면 씁쓸한 비애감을 남긴다. 직장 생활 초입에 있는 젊은이들이 도박사처럼 한 방에 모든 걸 거는 모습 자체가 희망이 별로 남지 않은 사회로 비치기 때문이다.

변동성이 극도로 높은 상품에 투자한 세 사람이 모두 실패 없이 수익을 올려 행복해진다는 이야기는 현실에서는 일어나기 힘든 일이다. 그래서 이 소설은 힘든 현실을 버틸 수 있게 작가가 동시대 젊은이들에게 선사하는 역설적 판타지다.

소설가 정세랑은 추천사에서 "장류진을 따라 하고 싶은 사람은 많겠지만 아무도 따라 하지 못할 것"이라며 "장류진이 쓰는 소설은 장류진만 쓸 수 있다"고 말했다.

장류진은 지난 2018년 창비신인소설상을 받으며 등단했다. 젊은 작가상, 심훈문학대상을 받았다. 소설집 '일의 기쁨과 슬픔'이 있다.

lesli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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