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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한파 속 과수원에 나타난 '도깨비불' 정체는?

송고시간2021-04-15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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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늦은 한파에 불까지 때며 피해 막는 강원 농민들

어린 작물 지키느라 뜬눈…지난봄 추위에 348㏊ 피해

도깨비불이 아닙니다
도깨비불이 아닙니다

(춘천=연합뉴스) 양지웅 기자 = 강원 산지와 내륙을 중심으로 한파특보가 이어지는 15일 강원 춘천시 동내면 고은리의 한 과수 농가에서 배·사과꽃의 저온 피해를 막고자 나무 주위에 펴 놓은 고형 연료가 도깨비불처럼 빛나고 있다. 2021.4.15 yangdoo@yna.co.kr

(춘천=연합뉴스) 양지웅 기자 = 15일 새벽 4시께 강원 춘천시 동내면 고은리의 과수 농가 근처에 다다르자 곳곳에서 일렁이는 불길이 보였다.

멀리서 바라봤을 때는 캄캄한 과원의 나무 사이로 도깨비불이 춤추는 듯했다.

가까이 다가가 확인하니 작은 양철통 속에 연료가 타는 모습이었다.

토치로 양철통 속에 불을 놓는 농민에게 다가갔다.

그는 이 농장을 운영하는 김순배(63)씨였다.

김씨는 3만3천여㎡(1만평) 규모의 농장에서 35년째 배 농사를 짓고 있다.

김씨는 불의 정체를 묻는 기자의 질문에 "추위로부터 어린 꽃을 지키기 위해 펴 놓은 것"이라고 답했다.

강원 산지와 내륙에는 전날 새벽부터 때늦은 한파가 닥쳤다.

설악산 기온은 영하 7도 아래로 곤두박질쳤고 북춘천도 1도까지 뚝 떨어져 다시 겨울로 돌아가는 듯했다.

한파로부터 어린 꽃을 지켜라
한파로부터 어린 꽃을 지켜라

(춘천=연합뉴스) 양지웅 기자 = 강원 산지와 내륙을 중심으로 한파특보가 이어지는 15일 강원 춘천시 동내면 고은리의 한 과수 농가에서 농민이 배·사과꽃의 저온 피해를 막고자 고형 연료를 나무 주위로 태워 기온을 높이고 있다. 2021.4.15 yangdoo@yna.co.kr

김씨는 잔뜩 긴장했다. 지난해 4월 초 기습 한파가 닥쳐 배꽃이 저온 피해를 봤기 때문이다.

봄철 이상저온으로 인한 과수 피해는 생산량과 상품성을 동시에 떨어뜨린다.

배와 복숭아, 사과 등 과수의 꽃이 영하 1.1도 이하에서 6시간 이상 노출되면 피해가 발생한다.

꽃 속부터 갈색으로 변해 수정 불량 현상이 일어나며, 과실이 익어가면서 껍질이 녹이 슨 듯 거칠어지는 동록현상이 발생하기 쉽다.

김씨 농장은 지난해 저온 피해로 배 생산량이 40%가량 줄어들었다.

올봄 다시 한파가 닥친다는 소식에 김씨는 단단히 준비하기로 마음먹었다.

드럼통에 장작불은 피울 생각도 해봤지만 대기 오염에 산불 위험까지 있어 안전한 고체 연료를 60만원을 들여 장만했다.

농장 구석구석에 충분히 놓기 위해서는 300만원가량 필요하지만, 형편이 넉넉지 못했다.

김씨는 "확실히 고체 연료로 공기를 데운 나무는 피해가 덜하다"며 "지난해 같은 피해를 겪지 않으려고 처음으로 농장에 불까지 놓아 봤다"고 말했다.

배꽃 저온 피해
배꽃 저온 피해

[강원도농업기술원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강원 농민들은 어린 꽃과 싹을 추위로부터 지키고자 이른 새벽부터 분주한 모습이다.

춘천 봄 감자 주산지인 서면 서상리에서는 이른 새벽부터 안개가 옅게 깔린 감자밭 고랑을 거닐며 허리를 숙인 농부들을 쉽게 볼 수 있었다.

이들은 지난달 20일께 비닐을 덮은 이랑에 구멍을 내고 씨감자를 심었다.

튼튼하게 자란 싹은 벌써 잎사귀를 제법 무성하게 내 추위를 견딜 만큼 자랐다.

하지만 늦게 심은 감자의 싹은 엄지손가락 정도밖에 크지 못해 이번 추위에 여린 잎이 갈색으로 변해버렸다.

싹이 죽었다고 감자가 아주 죽은 것은 아니지만 감자 파종 후 처음 난 싹이 죽어버린 것이 큰 문제가 될 수 있다.

첫 줄기가 죽어버리면 땅속 씨감자가 여러 다른 줄기를 뻗는데, 이렇게 되면 수확 때 감자 크기가 형편없이 작아지기 때문이다.

같은 무게의 감자를 수확하더라도 크기에 따라 가격은 천차만별이다.

'특'등급 감자 20㎏은 같은 무게의 다른 등급 감자와 30배 넘게 차이가 날 때도 있다.

늦은 한파로부터 감자 싹을 지켜라
늦은 한파로부터 감자 싹을 지켜라

(춘천=연합뉴스) 양지웅 기자 = 강원 산지와 내륙을 중심으로 한파특보가 이어지는 15일 강원 춘천시 서면 서상리의 감자밭에서 한 농민이 어린싹의 저온 피해 여부를 살피고 있다. 2021.4.15 yangdoo@yna.co.kr

지난봄 한파에 강원 농가에서 가장 큰 피해를 본 작물은 감자였다.

피해 면적 348㏊ 중 감자가 81㏊를 차지했다.

감자밭을 살피던 김흥중(80)씨는 "50년 동안 농사지으면서 이런 늦추위는 몇 번 겪어보지 못했다"며 "감자를 일찍 심은 농민들은 걱정이 덜하겠지만 이제 어린 싹이 올라온 농가는 피해가 클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도농업기술원에 따르면 봄철 저온 피해는 2018년 도내 농가 557㏊에서 2019년 94㏊로 줄었다가 지난해 348㏊로 다시 늘어나는 추세다.

올봄은 평년보다 기온이 높고 강수량도 많아 꽃 피는 시기가 3∼5일 빨라져 꽃눈 피해 발생 가능성이 있으며, 밭작물 또한 싹이 일찍 트기 쉬워 저온 피해 예방이 필요하다.

도농업기술원은 시군농업기술센터와 함께 작물별 저온 피해 기술지원과 피해 상습 과원의 방상팬, 미세 살수장치 등 시설점검을 지원하는 동시에 저온 피해 예방 요령 등 피해 예방 방법을 농가에 홍보하고 있다.

미세 살수장치
미세 살수장치

[촬영 양지웅]

yangdo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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