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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시론] 또 불거진 여성징병ㆍ모병제…시간 두고 진지하게 공론화해야

송고시간2021-04-20 1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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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지난 시기 간헐적으로 출몰한 여성 징병ㆍ모병제 이슈가 또 불거져 일부 갑론을박이 이어진다. 다른 의제들을 집어삼키며 강력하게 지속할 것 같지는 않지만 나름대로 논리를 갖춘 의견들이 잇따르는 것이 심상찮다. 불을 붙인 것은 차기 대권 도전을 선언한 더불어민주당 박용진 의원의 출사표다. 박 의원은 19일 저서 '박용진의 정치혁명'에서 모병제 전환과 남녀 의무군사훈련 구상을 밝혔다. 현행 징병제를 모병제로 바꾸고 남녀 모두를 40∼100일간 기초군사훈련을 받게 해 예비군으로 양성하자는 것이 요지다. 전체 병역 자원을 넓히면서도 청년세대의 경력단절 충격을 줄이고 사회적 에너지 낭비를 막을 수 있다고 장점을 열거했다. 불필요한 남녀차별 논란과 병역 면제·회피를 둘러싼 사회적 갈등을 줄일 수 있다고도 했다. 같은 날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여성도 징병대상에 포함해 주십시오'라는 글이 올라 이튿날인 20일 오전 현재 10만 명 이상 동의를 얻었다. 출산율 하락에 따라 90% 가까이에 이르게 된 남성 징집률 탓에 군의 질적 저하가 우려된다는 등속의 근거를 청원 글은 적시했다.

세부 내용은 다르지만 둘을 관류하는 것은 여성 역시 남성처럼 군 복무를 하는 것으로 정리될 수 있겠다. 두 주장 모두 병역 자원 감소 등 변화한 군사안보 현실을 주된 논거로 삼으면서, 성평등 구현 취지를 동시에 거론한 것도 비슷하다. 배경이야 어찌 됐든 시기적으로 겹친 이들 주장은 4ㆍ7 재ㆍ보궐선거에서 나타난 20대 남성 표심과 떼어놓고 생각할 수 없게 하는 면이 있다. 민주당 최연소 초선인 전용기 의원이 며칠 전 군 가산점 재도입 논의 계획을 공언한 것을 떠올리면 더욱 그렇다. 재보선에서 20대 남성들에게 철저하게 외면받은 여당의 충격은 심대하다. 이 표심 일부에는 군 복무 등으로 여성과의 경쟁에서 역차별 받는다는 인식과, 오랜 기간 성평등은 크게 진척됐는데도 여성 우대 정책을 동반한 여성주의는 여전히 지나치다는 반감이 녹아 있다는 분석이 따른다. 20대 남성 달래기라는 여당의 정치적 의도를 배제한 채 이들 제안과 청원을 이해하긴 어려운 이유다. 물론 의제가 돌발한 사유를 그렇게만 짚는 건 단선적이며 여당의 처방은 과녁을 빗나간 거라는 지적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어느 쪽이든, 군사안보 체제와 성평등 대전환에 직결된 묵직한 의제인 만큼 당장의 급속한 공론화는 성급하게 느껴져 저어된다.

무엇보다 우려되는 대목은 왜 남자만 복무하느냐, 그게 형평에 맞느냐는 물음에만 매달려 해답을 찾는 방식이다. 반대로 남성만 복무하는 것이 사회에서 여성이 오히려 차별받는 근본 원인이 되고 있다는 접근법에 집착하는 것 또한 경계할 구석이 있다. 논의가 이렇게 흐르면 담론이 성 대결 위주로 형성되어 본질을 가릴 수 있다. 어디까지나 공론의 장을 지배해야 하는 토의의 기초는 분단 상황 등을 고려한 국가안보, 그리고 이를 위한 가장 바람직한 병역제도와 군사적 효용이며 결론은 성평등 진보를 포함한 사회적 합의를 이끌 국민적 공감대를 따라야 함을 잊어선 안 된다. 이 과정에서 선행 기준을 참고하는 것도 에너지를 낭비하지 않는 데 필수일 것이다. 헌법재판소는 이미 2010, 2011, 2014년 연거푸 남성에게만 병역의무를 부과한 병역법 규정에 대해 합헌 결정을 내렸다. "남성이 전투에 더 적합한 신체적 능력을 갖추고 있고 신체적 능력이 뛰어난 여성도 생리적 특성이나 임신과 출산 등으로 훈련과 전투 관련 업무에 장애가 있을 수 있다"라는 등속의 판단에서였다. 군 가산점 제도도 1999년 위헌으로 결론 난 바 있다. 형식논리상 시대 변화에 발맞춰 헌재의 판단이 바뀔 개연성은 있지만, 엄존하는 현실적 한계를 감안하는 것이 효과적 공론화에 도움이 될 것이다. 민주사회에서 불거진 이슈를 일부러 억누를 순 없다. 하지만 정치권이 절제하면 강도와 속도 조절을 기대할 수 있다. 대선 국면에서 때가 되면 여러 의제 중 하나로 삼아 차분하고 진지하게 숙의하고 대안을 찾아 나가는 것이 바람직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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