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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시론] 가족형태 등 논의 본격화, 현실 적극 수용하되 부작용 살펴야

송고시간2021-04-27 1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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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정부가 다양한 가족 형태를 인정하는 방안과 '부모 협의'로 자녀 성(姓)을 결정하는 원칙 등을 담은 제4차 건강가정기본계획(2021~2025년)을 확정했다. 지난 1월 예고한 바 있는 관련 정책 추진을 위한 사회적 논의를 본격화하는 조치다. 기본계획에 따르면 비혼 동거 커플이나 위탁 가족도 법률상 가족으로 인정받을 수 있게 하고, 가정폭력으로 처벌할 수 있는 법적 배우자의 범위에 같이 사는 동거인을 포함한다. 결혼하지 않은 채 정자를 기증받아 출산한 방송인 사유리의 사례와 같은 '보조생식술을 이용한 비혼 단독 출산'에 대해서도 본격적인 정책 검토에 들어간다. 다문화 가족을 대상으로 한 혐오 발언을 금지하는 법 조항도 신설키로 했다. 사회상 변화에 뒤처진 법과 제도를 정비하려는 노력을 본궤도에 올렸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기본계획 실현을 위해선 혼인·혈연·입양만을 가족으로 인정하는 현행 법률의 개정이 필요하다. 부부와 미혼 자녀로 구성된 가구가 전체 가구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29.8%로 줄어들고, 1인 가구(30.2%)나 2인 이하 가구(58.0%)의 비율이 커지는 등 가족 형태가 다양화하는 현실을 반영해야 하기 때문이다. 동거·사실혼 부부, 돌봄과 생계를 같이하는 노년 동거 부부, 아동학대 등으로 인한 위탁 가족과 같은 다양한 가족 형태를 포용한다는 것이다. 민법 규정에서 가족의 정의를 아예 삭제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라고 한다. 법률혼이나 혈연이 아니더라도 서로 돌보는 관계인 대안적 가족도 유족급여·보상을 받을 수 있게 하는 방안도 검토된다. 새로운 형태의 가정이 갈수록 증가하는데도 개인 기본권은 여전히 법적 가족이라는 테두리 안에서 주어져 괴리가 큰 만큼 제도의 비현실성을 바로잡는 긍정적인 방향이 아닐 수 없다.

자녀의 성을 결정할 때 아버지의 성을 우선하던 기존 원칙을 출생 시 부모 협의 원칙으로 바꾸는 방향도 눈에 띈다. 많은 국가에서 아버지 성을 따르는 관행이 일반적이긴 하지만, 다양성을 인정하는 추세가 존재하는 현실을 수용하는 조치다. 결혼 관계 밖에서 태어난 자녀를 '혼외자'로 구분해 민법과 출생신고서에 표기하는 기존 친자관계 법령에 대해서도 개정을 검토키로 했다. 미혼모 등이 병원이 아닌 자택 등에서 홀로 출산하는 경우 유전자 검사비, 법률 상담 등 출생 신고에 필요한 법적·제도적 절차도 지원키로 했다. 가정폭력 범죄에 대해선 피해자의 요구가 있어야만 가해자를 처벌할 수 있는 반의사불벌죄를 폐지하는 방향으로 간다고 한다. 여성 1인 가구를 위해 상시 점검 등으로 안전 지원을 강화하고, 1인 가구 자조 모임 구성을 지원하는 등의 방식으로 고립, 고독사를 방지하는 노력도 벌이기로 했다. 가족 형태 다양화에 부응하는 조치들이다. 앞으로도 사각지대가 없도록 면밀히 살필 필요가 있다.

이번에 확정한 기본계획을 보면 대체로 가야 할 방향을 제시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양성평등과 초저출산 문제 해결에도 힘을 실어줄 변화다. 하지만 급격한 변화에 따른 혼란 우려 등 사회적 논쟁을 유발할 수 있는 민감도 높은 대목이 적지 않은 만큼 최종 결정까지는 치러야 할 비용과 숙제도 만만치 않다. 계획대로라면 전통적인 가족, 혼인, 출산 개념에 획기적인 변화가 따르게 된다. 사회적 공감대 형성과 합의가 필요조건인 이유다. 정부가 6월까지 난자·정자 공여, 대리 출산 등 생명윤리 문제와 비혼 출산 시술에 대해 의견을 묻는 설문조사를 진행하는 것도 합의 형성 노력의 일환일 것이다. 설문조사와 공청회 등 의견 수렴 절차를 충분히 거치지 않으면 사회적 혼란에 맞닥뜨릴 수 있다. 법과 제도 개선으로 사회 변화를 적극적으로 수용하되 부작용 가능성도 꼼꼼히 살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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