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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in] "집 주고, 장학금 덤" 농촌학교의 눈물겨운 학생 유치

송고시간2021-04-29 0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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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교생 20명 이하 충북 초등학교 9곳…학생 없어 분교·폐교 위기

주민·동문·교직원 똘똘 뭉쳐 학교 살리기 운동…일단은 성공적

(청주=연합뉴스) 심규석 기자 = 지난 2월 5일 충북 옥천 청성초등학교에서는 4명의 학생이 졸업장을 받았다.

학생수 감소 학급수 감축 (PG)
학생수 감소 학급수 감축 (PG)

[제작 정연주] 사진합성, 일러스트

'또 다른 시작'을 축하하는 자리였지만 교사들의 얼굴에서는 불안감이 엿보였다. 전교생이 17명에서 13명으로 줄어드는 순간이었다.

충북도교육청 지침상 학생 수가 3년간 20명 이하인 학교는 분교로 격하된다.

저출산·고령화 위기 속에 초등학교의 분교 전락을 마을 소멸 신호로 보는 위기의식이 팽배한 게 지역사회의 현실이다.

도교육청에 따르면 도내 초등학교는 9개 분교를 포함, 265곳이다.

이 가운데 전교생 20명 이하인 학교는 보은 탄부초, 옥천 청성초, 영동 매곡초, 음성 능산초, 단양 가곡초 등 9곳이나 된다.

학생 수를 기준선 위로 끌어올리지 못할 경우 이르면 내년, 늦으면 3년 뒤 분교로 격하될 가능성이 높다.

시골 마을에는 '아기 울음소리'가 끊긴 지 오래다.

지역 주민들은 도시학생 유치를 유일한 대책으로 보고 전학생 유치를 위해 똘똘 뭉쳤다.

장연초등학교 살리기 비상대책위원회 발대식
장연초등학교 살리기 비상대책위원회 발대식

[괴산군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

괴산 장연초와 단양 가평초는 학교 살리기에 성공한 사례다.

지난해 장연초 학생 수는 10명에 불과했다.

이에 맞춰 괴산증평교육지원청은 올해 4월 1일까지 학생 수를 20명 이상으로 끌어올리지 못하면 분교로 개편하겠다고 행정예고까지 했다.

위기에 내몰린 장연초를 살리기 위해 주민들은 빈집을 수리해 전입 가구에 제공하겠다고 약속했다.

동문회는 전학생들에게 2년간 200만원의 장학금을 주는 파격적인 공약을 내걸었다.

이런 제안이 알려지면서 학생 수는 이달 현재 39명으로 늘었다.

단양 가평초도 주민들의 노력 덕분에 위기를 벗어났다.

단양 가평초 학생들
단양 가평초 학생들

[단양교육지원청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이 학교는 한때 전교생이 1천명에 달했지만 매년 되풀이된 학생 수 감소로 폐교를 걱정해야 했다.

지난해 16명이던 재학생 중 절반이 6학년이어서 분교 전락을 피할 수 없는 듯 보였다.

하지만 주민, 동문, 학부모, 교직원들이 작년 10월 '가평초 살리기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한 뒤 학생 유치에 나섰다.

7천만원의 기금을 마련했고 신입·전입생 장학금 지급, 장거리 통학생 택시 지원, 전입생 가정 마을주택 무상 제공 등의 대책도 내놨다.

그 결과 이달 현재 전교생이 23명으로 늘면서 독립학교 지위를 유지하게 됐다. 조만간 학생 1명의 추가 전학도 예정돼 있다.

옥천 청성면 주민들도 청성초도 살리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주민들과 면 행정복지센터, 교육지원청이 작년 12월 '청성초 살리기 운동'에 불을 지폈고, 면 번영회와 이장협의회도 동참했다.

6천만원의 발전기금을 모금했고 초등생을 둔 전입 가구에 빌려줄 주택 3채도 마련했다.

전교생 17명 중 4명이 졸업하고 2명이 다른 학교로 전학 가면서 학생 수는 한때 11명으로 줄었지만, 곧이어 5가구가 전입하면서 다시 16명으로 늘었다.

"청성초 분교 막자"
"청성초 분교 막자"

[옥천행복교육지구 밴드 캡처]

결과적으로 작년보다 학생 수가 1명 줄었지만 지역 주민들은 올해가 지나면 분교 위기를 확실히 벗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교육이주주택을 6채 더 확보한 데다가 이곳으로 이사 오겠다는 전입 희망자도 5가구가 있다. 초등생 자녀가 8명인데, 이들 가구가 입주하면 청성초 학생 수는 20명 이상으로 늘게 된다.

동문회는 전학생들에게 어린이날을 하루 앞둔 다음 달 4일 장학금을 지급하기로 했다. 6학년 어학 연수비도 지원할 계획이다.

김욱현 청성초 교장은 "면·동문회와 협의해 전입생 유치에 노력 중"이라며 "이주 문의가 이어지는 점 등을 고려하면 올해 학생 수가 30명은 너끈하게 넘어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인구 절벽 현상이 이어지면서 존립 위협을 받는 학교는 더 늘어날 것이라는 게 일반적인 시각이다.

도시학생 유치가 현 상황에서는 최선의 대책으로 꼽히지만 장기적으로 볼 때 학생 수 감소에 따른 분교·폐교 위기를 모면하기는 어렵다는 얘기다.

옥천군 경제개발국장인 전재수 청성초 동문회장은 "전학생 유치 효과는 일시적"이라며 "분교 전락이나 폐교를 막으려면 자치단체 차원의 종합계획이 수립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키웠다.

k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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