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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한 장 없던 5·18 초등학생 희생자 41년 만에 얼굴 찾아

송고시간2021-04-29 1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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故 전재수 형이 부친 앨범 정리 과정서 사진 발견

무궁화로 채워진 묘지 영정 사진 내달 5일 교체 예정

故 전재수 군의 모습이 담긴 사진
故 전재수 군의 모습이 담긴 사진

[국립 5·18민주묘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광주=연합뉴스) 천정인 기자 = 1980년 5월 항쟁 당시 계엄군의 총탄에 희생된 전재수 군의 '잃어버린 얼굴'이 41년 만에 사진으로 발견됐다.

29일 5·18민주화운동유족회에 따르면 전재수 군의 형 재룡(60) 씨는 지난 1월 부친의 기일을 맞아 사진 앨범을 정리했다.

20여년 전 아버지가 돌아가신 뒤 유품을 보자기에 모아놓고 한 번도 열어보지 않다가 유독 이날은 아버지의 사진이 보고 싶어 보자기를 풀어봤다고 재룡 씨는 설명했다.

그러던 중 큼지막한 사진 뒤에 겹쳐진 사진에 동생이 아버지, 고모들과 함께 있는 모습을 발견하고 깜짝 놀랐다.

초등학교 입학을 앞둔 동생이 새 옷을 입고 찍었던 것으로 재룡 씨는 기억했다.

어린 나이에 세상을 떠난 재수 군의 제대로 된 사진 한 장이 없었던 탓에 가족들은 지금까지 영정사진조차 마련하지 못했다.

사진을 구하기 위해 재수 군이 다니던 학교와 동창생들을 수소문해 찾아다녀보기도 했지만 어디에서도 재수 군의 모습은 발견하지 못했다.

결국 가족들은 국립 5·18 민주묘지 영정사진 자리엔 무궁화로 대신했고, 유영봉안소와 온라인 추모를 할 수 있는 홈페이지 역시 사진을 채울 수 없었다.

재룡 씨는 "이렇게 가까이에 있는 줄도 모르고 동생 묘비에 사진 한 장 걸어두지 못한 무책임한 형인 것 같아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며 "지금이라도 찾을 수 있어 다행"이라고 말했다.

매년 5월이 되면 재수 군의 묘비 앞에서 늘 미안한 마음이었던 재룡 씨는 이번에 발견한 사진으로 41년 만에 잃어버린 동생의 얼굴을 되찾아 주기로 했다.

국립묘지 측에 무궁화로 대체된 영정사진을 교체해 달라고 요청했고, 묘지 측은 먼저 유영봉안소와 홈페이지에 사진을 채워 넣었다.

또 유족회와 함께 내달 5일 어린이날에 맞춰 영정 사진을 새겨넣은 묘비 제막식을 열기로 했다.

재수 군은 1980년 5월 24일 남구 진월동 마을 앞동산에서 또래 친구들과 놀다 참변을 당했다.

당시 11공수여단은 광주 외곽 봉쇄지점에 있다가 재진압 작전을 준비하기 위해 송정리 비행장으로 집결하던 중이었다.

공수부대가 봉쇄하던 지점을 인계받기 위해 20사단, 31사단, 전교사 병력도 동시에 움직이고 있었다.

그러던 중 보병학교 교도대 병력이 진월동을 통과하던 11공수여단 병력을 무장 시민군으로 착각해 집중사격을 가했고, 교전 끝에 군인 9명이 사망했다.

이때 총소리에 놀라 친구들과 뿔뿔이 도망치던 전 군은 며칠 전 생일 선물로 받은 고무신이 벗겨져 주우러 돌아섰다가 총에 맞아 숨졌다.

한편 재수 군의 경우처럼 사진 한 장 남기지 못해 영정사진 대신 무궁화 사진으로 대체된 5·18 유공자 묘지는 행방불명자를 포함해 모두 46기다.

in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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