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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시론] 회장 사퇴까지 부른 남양유업 사태의 교훈

송고시간2021-05-04 1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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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이 자사 유제품 불가리스가 코로나19 바이러스를 억제하는 효과가 있다는 회사 측의 연구 결과 발표로 고의성 '과잉 홍보' 논란이 불거진 지 21일 만에 대국민 사과를 발표하고 결국 사퇴했다. 홍 회장은 4일 서울 남양유업 본사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모든 것의 책임을 지고 회장직에서 물러나고 자식에게 경영권을 물려주지 않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온 국민이 힘든 시기에 불가리스 관련 논란으로 실망하고 분노한 국민과 현장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직원, 대리점주, 낙농가에 진심으로 사과한다며 고개를 숙였다. 이번 불가리스 관련 파문은 적극적으로 속이려는 의도가 있었는지의 여부를 떠나 소비자를 우롱한 처사였다는 점은 분명하다. 업계 경쟁이 아무리 치열하더라도 넘어서는 안 될 선이 있다. 잘못된 홍보 효과만 노리며 실체적 진실을 호도하고 소비자들에게 잘못된 인식을 심어주려는 것은 분명히 넘어서는 안 될 선이다.

홍 회장의 대국민 사과와 사퇴 발표는 최악의 위기에 내몰린 상황에서 뒤늦게 나온 불가피한 선택인 것 같아 아쉽다. 남양유업은 지난달 13일 한국의과학연구소 주관 심포지엄에서 불가리스 제품이 신종 코로나19 바이러스를 77.8% 저감하는 효과가 있음이 확인됐다고 발표했다. 그게 사실이라면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지칠 대로 지친 일반 국민들 입장에서는 그야말로 혹할 수 있는 소식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질병관리청은 이 발표를 단칼에 일축했다. 인체를 대상으로 하는 연구가 아니어서 발표한 효과를 예상하기 어렵다고 했다. 소비자들 사이에서도 효과를 과장했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보건당국도 가만히 놔두고 보지 않았다. 남양유업을 식품표시광고법 위반 혐의로 고발하고, 주력 생산기지인 세종공장에 영업정지 2개월을 명령했다. 소비자 불매운동이 이어지고 사태가 일파만파로 커지자 이광범 대표이사가 3일 사의를 표명했고, 급기야 홍 회장의 사퇴로까지 이어진 것이다.

남양유업이 국민적 분노를 유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13년에도 영업사원이 대리점에 밀어내기식 부당판매를 강요하고 대리점주에 폭언한 내용을 담은 3년 전 음성파일이 공개되면서 대국민 사과까지 했다. 이 일은 지금도 우월적 시장지배력을 악용, 힘없는 대리점에 부당강매한 대표적인 갑질 사례로 우리 뇌리에 남아 있다. 소비자 불매운동으로까지 번진 당시의 약탈적 갑질 사태에도 남양유업의 진정성있는 성찰이나 변신 노력이라고는 눈곱만큼도 찾아볼 수 없어 안타깝다. 홍 회장의 장남 홍진성 상무(기획마케팅총괄본부장)는 회삿돈으로 외제차를 빌려 자녀 등교 등 개인적 용도로 사용한 의혹을 받고 지난달 보직 해임됐다. 그가 마케팅 기획을 총괄했다는 점에서 이번 '불가리스 사태'와도 관련됐을 가능성이 높다. 자식에게 경영권을 물려주지 않겠다는 취지의 홍 회장의 언급도 이런 가능성과 무관하지 않은 것 같다. 남양유업은 이 밖에도 지난해 발생한 온라인 댓글 논란, 홍 회장의 외조카 황하나 씨의 마약 사건 등 소비자 신뢰를 저버리는 잇단 악재에 시달리고 있다.

남양유업은 이번 홍 회장 사과와 사퇴를 계기로 뼈를 깎는 노력으로 환골탈태해야 한다. 진정으로 거듭나 신뢰를 주지 못하면 소비자들은 떠날 수밖에 없다. 일반 소비자뿐만 아니라 회사 구성원, 대리점, 낙농가 등 홍 회장이 사과에서 언급했던 모든 이해관계자를 진심으로 존중하고 함께 가야 한다. 남양유업이 어떤 회사인가. 1964년 창업 이후 한국 유가공업체 선두주자로서 불가리스를 비롯해 다양한 히트상품을 내놓으며 국민의 사랑을 받아온 기업 아닌가. 지금이라도 늦지 않다. 경쟁에만 매몰돼 눈속임하거나 구태를 일삼아서는 더는 미래가 없다. 비단 남양유업뿐만 아니라 어떤 기업이라도 소비자의 신뢰와 사랑을 받지 못하고는 지속할 수 없다는 사실을 이참에 확실히 깨닫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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