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층간소음 지적·호소문 부착에 '주거침입' 맞대응…경찰 진땀

송고시간2021-05-05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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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거침입 사건 불송치 건수 2년 새 50% 증가

주거 침입
주거 침입

연합뉴스TV 캡처. 작성 김선영(미디어랩)

(서울=연합뉴스) 오주현 이승연 기자 = "층간소음 주의시키려고 아랫집에 내려갔다가 주거침입 신고 당했어요"

서울 관악구 신림동의 한 다세대 주택에 사는 주부 최모(57)씨는 지난달 21일 새벽 아래층에서 난 '쾅' 소리에 깜짝 놀라 잠에서 깼다.

평소 비슷한 층간소음 문제를 여러 차례 겪었던 최씨는 주택 공용주차장에 내려가 아랫집 창문 앞에 서서 "소리 때문에 잠을 못 자겠다"고 말한 뒤 집으로 돌아왔다.

그런데 며칠 뒤 경찰로부터 "주거침입죄 혐의로 신고를 당했으니 경찰서에 출석해 조사를 받아야 한다"는 연락을 받았다.

최씨는 5일 "CCTV를 보니 50초 남짓한 대화였고, 당시 그들이 미안하다고 사과까지 했다"며 "욕을 한 것도, 창틀로 몸이 넘어간 것도 아닌데 주거침입으로 신고돼 당황스럽다"고 말했다.

최근 개인 간의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 주거침입 신고를 악용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지난달 13일에는 택배 차량의 지상 진입을 금지해 논란이 된 서울 강동구 고덕동의 한 아파트에서 주민들이 택배기사들을 주거침입 혐의로 신고하기도 했다. 택배기사 2명이 아파트 세대 문 앞에 꽂아둔 '호소문' 전단을 문제 삼은 것이다.

112 신고센터
112 신고센터

[연합뉴스TV 캡처]

경찰청에 따르면 경찰에 접수된 주거침입 발생 건수 가운데 '혐의없음' 등으로 불송치 처분된 건수는 지난 3년간 지속해서 증가했다. 주거침입 불송치 건수는 2017년 3천170건, 2018년 3천770건, 2019년 4천774건으로, 2년 새 50.6% 늘었다.

일선 경찰들은 주거침입 신고 남발로 인한 현장의 어려움을 토로한다.

서울의 한 경찰서 형사과 관계자는 "터무니없는 주거침입 신고가 비일비재하지만, 신고가 들어오면 경찰은 무조건 수사를 해야 하니 벅차다"고 말했다.

한 지구대 소속 경찰관도 "이웃 간 갈등의 골이 깊어져 무리하게 주거침입으로 신고하는 사례가 많다"며 "담장이 높아져 이웃 간에 얼굴도 모르고 지내니 감정싸움이 잘 일어나고, 경찰이 그 갈등의 중재자가 되고 있다"고 한탄했다.

전문가들은 주거침입 신고 남용으로 인한 부작용을 우려했다.

조주태 법무법인 동인 변호사는 "최근 수사권 조정으로 인해 안 그래도 경찰의 수사 부담이 많아진 상황"이라며 "신고가 남용돼 수사기관에 일이 과중하게 지워지면 정작 고도의 수사 역량이 요구되는 사건에 집중할 수 없게 된다"고 지적했다.

주거침입 혐의의 적용 범위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윤호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주거침입죄의 경우 그 취지가 사유 재산·사생활의 보호를 위한 것인데 본래 취지와 다르게 이용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며 "혐의가 어디까지 허용되어야 하는지, 어떻게 해석할 것인지 사회적으로 논의해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viva5@yna.co.kr, winkit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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