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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 내년엔 꼭 함께해요"…코로나19로 애타는 어버이날

송고시간2021-05-07 1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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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막·비닐 사이에 두고 짧은 만남…요양시설 측도 자체 위로 행사

그리운 엄마의 체온
그리운 엄마의 체온

(부산=연합뉴스) 손형주 기자 = 7일 중구 중앙나라요양병원에서 이순애(97)씨가 두 딸 양정임(55), 양인숙(61)씨와 비접촉 면회를 하고 있다. 두 딸은 "어머니 연세가 100세를 앞두고 있다.2021.5.7 handbrother@yna.co.kr

(전국종합=연합뉴스) "엄마, 엄마. 팔 들어봐. 이젠 팔 저리지 않고 어깨까지 잘 올라가?."

7일 전북 전주시 덕진구에 위치한 한 요양병원 면회실 앞.

옹기종기 모인 7명의 가족이 투명한 유리창 너머로 앉아있는 어머니를 향해 손을 흔들었다.

손 뻗으면 닿을 가까운 거리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은 서로의 머리카락도 어루만지지 못하게 이들을 가로막았다.

가족들은 카네이션을 직접 달아주지 못하는 마음을 대신하기 위해 카네이션을 면회실 통유리에 놓아둔 채 인터폰으로 서로의 안부를 물었다.

이들에게 주어진 시간은 불과 15분. 가족들은 시간을 허투루 쓰지 않겠다는 듯 유리창 앞에 꼭 붙어선 채로 차례차례 인터폰을 넘겨받았다.

유리창 너머의 어머니는 가족을 보자마자 눈시울을 붉히다가, 못 본 한달 사이 훌쩍 자란 손주의 "할머니" 소리에 활짝 웃음 짓기도 했다.

조카들과 함께 고모를 보러 온 진모(52) 씨는 "일주일에 한 번만 면회가 가능해 가족들끼리 모여서 다 함께 왔다"며 "코로나19 때문에 우리도 갑갑한데, 안에 있는 고모는 얼마나 더 답답하겠냐"며 병실 쪽을 들여다보며 한숨지었다.

가족들은 준비해 온 간식과 기저귀 등 생필품을 간호사에게 전해주고 아쉬움을 뒤로 한 채 발걸음을 뗐다.

속절없이 가버린 15분이 야속한지 가족들은 휠체어를 타고 멀어지는 어머니의 뒷모습을 그 자리에 서서 한참 바라봤다.

가정의 달을 맞아 요양원이나 요양병원에 있는 부모를 찾는 사람들이 늘고 있지만, 코로나19 여파로 직접 면회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이곳은 대부분 환자나 노약자가 생활하는 공간인 탓에, 유리 칸막이나 비밀 막으로 격리된 공간에서 마스크를 낀 채 짧은 시간 대화만을 할 수 있도록 방역 조치를 강화된 상태다.

엄마의 눈빛
엄마의 눈빛

(부산=연합뉴스) 손형주 기자 = 7일 부산 중구 중앙나라요양병원에서 두딸과 비접촉 면회를 하는 어머니 이순애(97)씨 눈가가 촉촉하다. 2021.5.7 handbrother@yna.co.kr

강원 춘천에서도 코끝이 찡한 어버이날 풍경이 펼쳐졌다.

춘천 시내의 한 요양원은 어버이날을 맞아 거리두기와 5인 미만 방역수칙을 지키기 위해 7일 비대면 면회를 마련했다.

진모(61)씨는 아내와 아들과 함께 요양원에 모신 어머니(86)를 두꺼운 투명 비닐 천막을 사이에 두고 만났다.

진씨는 비닐 천막에 가려져 흐릿하게 비치는 어머니를 바라보며 평소 자주 손을 잡아 드리지 못한 것이 큰 후회로 남는다고 전했다.

천막 사이로 말소리도 잘 안 들리는 탓에 입 모양, 손짓으로 의사소통하며 허락된 시간은 단 20분.

어머니 손이라도 한번 잡았으면 좋았지만, 비닐 사이로 손 맞대는 것도 허용되지 않아 아쉬움은 더 컸다.

선물이나 카네이션은 어머니가 방에 들어가신 후 요양원 직원들이 전달해줬다.

아들을 본 어머니의 눈시울 붉어졌고 며느리도 눈물이 고였다. 생이별의 아픔에 옆에서 바라보는 직원들도 눈물을 지었다.

함께 온 손자는 '무조건 자신의 편'이 되어주던 할머니에게 어떤 것도 해드릴 수 없게 만든 코로나19를 원망했다.

진씨는 "혹시 면회가 될까 전화를 했더니 평일에 자리가 있다고 해 급하게 뵈러 왔다"며 "비닐 천막 때문에 대화도 잘 안 되고 그냥 고개만 끄덕이다 왔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어머니 가슴 대신 요양원 유리창에 단 카네이션
어머니 가슴 대신 요양원 유리창에 단 카네이션

(칠곡=연합뉴스) 지난 5일 경북 칠곡군 동명면 바오로둥지너싱홈요양원을 찾은 한 시민이 중증 치매로 요양원에 입소한 노모를 면회하며 카네이션을 어머니의 가슴이 아닌 유리창에 달아주고 있다. 2021.5.6 [칠곡군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realism@yna.co.kr

코로나19로 가족들이 못 오는 어르신들이 늘자 요양시설 측이 특별한 선물을 준비해 마음을 달래기도 했다.

대전 서구의 한 노인 요양시설은 어버이날 입소자들에게 달아드릴 카네이션 150여 송이를 마련해뒀다.

이곳에서 입소자 142명과 종사자 92명이 생활 중이다.

외출·외박이 금지라서 입소자와 자녀 간 영상통화는 매일 이뤄지고 있지만, 어버이날 모든 입소자가 가족을 만나기에는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

투명 창을 마주하고 접견하는 비대면 면회도 가능하지만, 어버이날은 오전 3팀과 오후 3팀 등 예약이 꽉 찬 상태다.

시설 관계자는 "내부에서도 마음대로 모일 수가 없다 보니 특별하게 행사를 준비하지는 못했다"며 "어제 구청에서 꽃을 전달해드렸더니 좋아하셨지만, 아무래도 가족을 마음껏 볼 수 없으니 분위기는 우울한 편"이라고 전했다.

제주도립요양원도 코로나19로 가족들을 만나지 못하는 입소자들을 위해 조촐한 행사를 마련했다.

요양원 측은 어버이날 노래를 불러드리고 카네이션을 달아드리는 등의 자체 행사를 진행했다.

인원 제한 등으로 직접 면회하지 못한 가족을 위해 영상 편지나 손편지 등 비대면 방식으로 안부 인사나 감사의 마음을 전하는 행사도 열었다.

김용덕 제주도립요양원장은 "코로나19가 어르신들의 일상도 많이 바꿔놨다"며 "가족과 함께 할 수 없어서 아쉬운 어버이날이지만 전 직원이 함께 돌봄에 소홀하지 않도록 더 정성을 다할 것"이라고 전했다.

(김준호 이상학 전지혜 손형주 나보배 김진방 기자)

china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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