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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버이날 맞은 성소수자 부모들 "아이가 자랑스러워요"

송고시간2021-05-08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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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식이 존재 자체로 자랑스러운 거, 그게 부모입니다"

성소수자부모모임
성소수자부모모임

[활동가 지인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

(서울=연합뉴스) 김치연 기자 = "내가 널 어떻게 키웠는데 그 생각이 들었죠. 자식의 커밍아웃을 듣고 처음엔 내가 힘든 것만 생각했어요. 혐오로 가득한 일상을 살아온 당사자는 얼마나 더 힘들었겠어요. 부모가 '넌 불행할 거야'라고 하는데 행복할 수 있는 아이가 있을까요."

성소수자부모모임(이하 부모모임) 활동가 '지인'(활동명·52)은 8일 어버이날을 맞아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아이의 성 정체성을 처음 알고는 본의 아니게 상처를 준 일을 생각하면 아직도 미안한 마음이 든다"며 이같이 말했다.

실제로 부모모임 활동가들은 남들과 성 정체성이 다른 자녀가 짊어진 삶의 무게를 함께 나누면서 "부모가 자식을 통해 배웠다"고 입을 모았다.

'지인'은 9년 전 우연히 둘째 아들이 동성애자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지금은 "25살 게이 아들을 둔 엄마 '지인'입니다"라고 자연스럽게 자신을 소개하지만, 그렇게 되기까지는 큰 노력이 필요했다고 한다.

아들의 성적 지향을 알게 된 후 1년은 그에게도, 아들에게도 힘든 시간이었다. '지인'은 아이가 불행한 삶을 살게 될 것이라는 생각에 엄마로서 괴로웠다고 한다.

성소수자 자녀를 둔 다른 부모를 만나 '당신 아이는 행복하게 살고 있는지' 묻고 확인하고 싶었던 그는 2014년 2월 현재 부모모임의 대표인 '하늘'과 만나게 되면서 생각을 바꿨다.

성소수자 자녀를 둔 부모들의 자조모임으로 출발한 부모모임은 어느덧 7년째 이어져 100명이 넘는 회원이 활동하는 단체가 됐다.

'지인'은 "부모모임을 하면서 정말 존경스러운 부모들을 많이 만났다"며 "부모라면 아이를 자신이 정해둔 틀에 맞게 자라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인격체로서 있는 그대로 존중할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을 깨달았다"고 했다.

남성으로 성별을 정정한 트랜스젠더 아들을 둔 '나비'(활동명·57)는 자녀가 커밍아웃한 이후의 어려움을 함께 겪어나가는 것이 축복이라고 했다.

'나비'는 "커밍아웃은 자식이 부모를 믿기 때문에 할 수 있는 것"이라며 "자식의 아주 중요한 일을 공유하고 어려움을 같이 겪어나가는 건 부모로서 자식에게 해줄 수 있는 선물이자 부모로서 받을 수 있는 축복"이라고 말했다.

그는 아이의 커밍아웃 덕에 많은 것을 배웠다. 예컨대 아들의 성 정체성을 뜻하는 용어 '바이젠더 팬로맨틱 에이섹슈얼'(bigender panromantic asexual)의 뜻을 능숙하게 설명할 수 있게 됐다.

이는 남성과 여성 두 성별을 오가는 정체성(bigender)을 가지면서, 상대의 성별에 상관없이 감정적으로는 끌리되(panromantic) 성적 끌림은 어떤 성별에게도 느끼지 않는(asexual) 상태를 뜻한다.

처음엔 아이에 대해 더 잘 알고 싶다는 욕구에서 시작한 공부와 활동이었지만, 다른 성소수자들을 만나고 이야기하면서 아이들이 불편함과 혐오가 만연한 세상에서 살도록 놔두지 않겠다는 마음을 어른으로서 자연스럽게 갖게 됐다고 한다.

아이를 통해 세계관이 바뀌고, 더 좋은 어른으로 성장할 기회를 얻었다는 '나비'는 부모의 의미에 대해 묻자 이렇게 답했다.

"퀴어퍼레이드에 가면 '우리는 성소수자 부모다. 난 내 자식이 자랑스럽다'라고 외쳐요. 자식이 뭘 잘하거나 좋은 대학에 가서, 좋은 직장을 다녀서가 아니라 내 자식이 존재 자체로 자랑스러운 거, 그게 부모 아닐까요."

활동가 나비와 자녀 이한결씨
활동가 나비와 자녀 이한결씨

[본인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

chic@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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