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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군 부역자로 몰려 20여년 옥고…71년만에 누명 벗어

송고시간2021-05-14 1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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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정 피고인석
법정 피고인석

[연합뉴스TV 제공]

(서울=연합뉴스) 황재하 기자 = 한국전쟁 당시 부역자로 몰려 20여년 동안 옥고를 치른 할머니가 사후에 아들이 청구한 재심에서 뒤늦게 죄가 없었다는 판단을 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3부(박사랑 권성수 박정제 부장판사)는 14일 '비상사태 하의 범죄 처벌에 관한 특별조치령 위반' 혐의로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던 고(故) 김모 할머니의 재심에서 면소(免訴) 판결했다.

면소는 형사재판에서 소송 조건을 충족하지 못해 공소가 적절하지 않은 경우 내리는 판결로, 공소시효가 지나 공소가 제기됐거나 범죄 후 처벌조항이 폐지된 때 선고된다.

김 할머니는 1950년 7월 북한이 서울을 점령했을 때 인민군에게 이웃을 밀고했다는 혐의로 기소돼 단심으로 진행된 재판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곧바로 형이 확정돼 20여년 동안 복역했다.

출소한 김 할머니는 1993년 방송에 출연해 이웃이 자신을 모함해 누명을 썼다고 주장했다. 김 할머니가 전쟁통에 국군을 집에 숨겨줬는데 이웃이 이를 인민군에 밀고했고, 이후 자기 잘못이 들통날까 우려한 이웃이 되레 김 할머니를 부역자로 무고했다는 것이다.

김 할머니는 당시 국군을 숨겨준 사실을 인민군에게 들켜 서울을 떠나 양주로 피난한 상태였는데 서울에서 인민군에게 이웃을 밀고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도 설명했다.

김 할머니가 숨겨줬던 국군은 방송에 출연한 김 할머니를 보고 당시 상황을 증언했고, 이에 김 할머니는 1994년 재심을 청구했으나 자료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기각됐다.

김 할머니는 2010년 작고했고, 할머니의 아들은 어머니가 불법 체포됐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2017년 다시 재심을 청구했다. 법원은 2019년 재심을 받아들였고, 검찰은 재판에서 무죄를 구형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의 처벌 근거가 된 법령인 비상사태 하의 범죄 처벌에 관한 특별조치령은 1960년 10월 폐지됐다"며 "범행 후 법령 개폐(改廢·고치거나 없앰)로 형이 폐지된 경우라 면소로 판결한다"고 설명했다.

김 할머니 측 변호인인 장경욱 변호사는 재판에서 특별조치령이 위헌·무효에 해당하는 만큼 면소가 아닌 무죄가 선고돼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특별조치령 자체가 당초부터 위헌·무효라 단정하기 어렵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특별조치령의 법정형이 지나치게 무거워 비례 원칙에 반하고 명확성의 원칙에 위배된다고 볼 여지도 있지만, 긴급명령권의 조건을 충족했다"고 했다.

재판부는 이어 "공소사실에 특정된 범행 시점에 피고인이 범행 현장에 없었다고 구체적으로 진술하고 있다"며 "피고인의 범죄가 증명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법정에서 선고를 지켜본 김 할머니의 아들은 "재판부가 올바른 판단을 해주셔서 감사드린다"며 "어머니가 이제 편안히 눈을 감으시게 돼서 다행"이라고 말했다.

jae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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