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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룻밤 잘곳 내준 옛 연인 살해한 30대 2심도 징역 35년

송고시간2021-06-02 1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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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추한 행색으로 찾아온 피고인에게 호의 베풀었다가 봉변

법원, 검찰 사형 구형에 "문명국가서 극히 예외적인 형벌"

(수원=연합뉴스) 강영훈 기자 = 경제적 사정이 어려워져 오갈 데 없는 상황에서 하룻밤 잘 곳을 내준 옛 연인을 살해한 30대가 1심에 이어 2심에서도 징역 35년형을 선고받았다.

2일 법조계에 따르면 이번 사건의 피고인 A씨는 자신이 일하던 안마 시술소가 경찰 단속으로 폐업하고, 벌금 수배까지 돼 직장을 구하기 어려워지자 지난해 7월 10일 저녁 6개월가량 사귀다가 한 달여 전 헤어진 전 여자친구 B씨의 집으로 찾아갔다.

그는 B씨에게 "나 샤워도 좀 하고, 빨래도 좀 하면 안 되겠느냐"고 말했고, A씨의 누추한 행색에 마음이 약해진 B씨가 승낙하자 집 안으로 들어가 몸을 씻고 빨래가 마를 때까지 옷방에서 잠을 잤다.

살인(PG)
살인(PG)

[최자윤 제작] 사진합성·일러스트

이튿날 새벽 잠에서 깬 A씨는 B씨가 자고 있던 안방으로 가 다시 만나달라고 부탁했다가 거절당하자 부엌에서 흉기를 가져와 위협했다.

A씨는 계속해서 교제를 요구하던 중 B씨가 달아나려 하면서 "사람 살려"라고 소리치자 이에 격분, 흉기로 B씨의 온몸을 수십차례 찔러 살해했다.

그는 범행 후 B씨의 차량을 몰고 지방으로 내려가 음독을 시도했으나, 경찰에 발견돼 목숨을 건졌다.

수원고법 형사1부(윤성식 부장판사)는 지난달 31일 살인 등의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원심과 같은 형을 선고했다. 또 10년간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을 명령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결별을 사이에 둔 다툼 과정에서 자존심 상하는 말을 들었을 수는 있으나 이런 범행 동기가 살해를 정당화하거나 참작할 만한 사정이라고 볼 수 없다"며 "오히려 피해자는 오갈 데가 없어 집을 찾아온 피고인에게 연민을 느껴 잘 곳을 제공하는 호의를 베풀었다"고 밝혔다.

이어 "피해자는 30대로 직장생활을 하면서 자신의 꿈을 향해 노력하는 등 열심히 생활해왔는데, 이번 범행으로 인해 고귀한 생명을 잃게 됐다"며 "유족들은 극심한 충격을 받고 아직 정상적인 사회생활을 하지 못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검찰이 구형한 사형에 관해서는 "사형은 인간의 생명 자체를 영원히 박탈하는 궁극의 형벌로서 문명국가의 이성적 사법제도가 상정할 수 있는 극히 예외적 형벌"이라며 "피고인이 처음부터 살인을 계획했다고 단정하기 어려운 점 등을 고려하면 원심의 형이 부당하다고 보이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ky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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