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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무 시달리다 극단 선택한 경찰관 순직 인정

송고시간2021-06-10 1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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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춘재 사건'때 142시간 초과 근무 박일남 경위, 공무상 사망 확정

(수원=연합뉴스) 권준우 기자 = 이춘재 연쇄살인사건을 비롯해 연달아 주요 사건 수사팀에 배정돼 격무에 시달리던 끝에 극단적 선택을 한 경찰관에게 순직이 인정됐다.

故 박일남 경위
故 박일남 경위

[경기남부경찰청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경기남부경찰청은 2019년 12월 19일 수원시의 한 모텔에서 극단적 선택을 해 숨진 광역수사대 소속 박일남(당시 44세) 경위에 대해 최근 인사혁신처가 공무상 사망을 인정해 최종 순직 처리됐다고 10일 밝혔다.

박 경위는 이춘재 연쇄살인사건 중 당시 경찰의 부실한 수사로 무고한 청년이었던 윤성여(54) 씨가 범인으로 지목돼 20년간 억울한 옥살이를 했던 이른바 '8차 사건'을 맡아 수사하던 중 극단적 선택을 했다.

윤씨는 박 경위가 숨진 당일 장례식장에 조문을 올 정도로 수사 과정에서 박 경위를 믿고 의지한 것으로 전해졌다.

윤씨는 같은 해 11월 재심 청구 기자회견 당시 직접 쓴 편지를 읽으며 "박 경위께 감사드립니다. 저에게 희망을 주시고 꼭 일을 해결하시겠다고 저에게 말씀하셨습니다"라고 밝히기도 했다.

숨진 박 경위는 과거 있었던 선배 경찰들의 비리를 들춰내야 하는 정신적 스트레스와 더불어 월평균 초과근무가 90시간을 넘는 격무에 시달리며 제대로 귀가조차 하지 못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극단적 선택을 한 2019년 12월에도 19일간 하루 8시간 기본근무에 더해 무려 72시간의 초과근무를 소화했고, 바로 전달인 11월에는 초과근무가 142시간에 달할 정도로 격무에 시달렸다. 같은 해 경기남부청 전체 직원의 평균 초과근무 시간은 54.1시간이다.

무죄 선고받은 윤성여 씨
무죄 선고받은 윤성여 씨

[연합뉴스 자료사진]

이뿐 아니라 그는 과거에도 대중의 이목이 쏠리는 굵직한 수사 사건팀에 잇따라 배정되며 수년간 거의 휴식기를 갖지 못한 것으로 조사됐다.

2018년 5월에는 조재범 전 쇼트트랙 국가대표 코치의 성폭력 사건을 맡아 수사했고, 같은 해 11월에는 '웹하드 카르텔'과 엽기행각으로 알려진 양진호 당시 위디스크 회장 사건을 수사했다. 이어 양씨를 검찰에 송치한 지 3개월 만에 이춘재 8차 사건 수사에 투입됐다.

박 경위의 동료들은 그의 팀이 주요 사건 수사 때 짧게는 10일, 길게는 몇 달 동안 집에도 들어가지 못하는 일이 다반사였다고 전했다. 수사 도중 과로로 쓰러지는 일도 한두 차례 있었다.

그가 사망하기 직전에 통화를 했던 한 동료는 "통화 내용 대부분이 업무에 대한 스트레스 호소였고, '내일 중요한 사람에 대해 조사가 있는데 너무 부담이 된다' 거나 '잘 마무리돼야 하는데 걱정이 된다' 같은 말을 계속했다"고 말했다.

경찰 관계자는 "고인은 어렵고 복잡한 수사 사건을 월평균 90시간 이상의 초과근무를 하면서 수행했고, 사회적 이슈가 집중된 사건에 연속적으로 투입되면서 업무 스트레스가 심했을 것으로 보인다"며 "가족에게 신경 쓰지 못했다는 자책감과 더불어 정신적 억제력이 떨어진 상태에서 극단 선택을 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이번 순직 인정에 따라 박 경위는 경감으로 1계급 추서되고 유해는 유족 동의에 따라 국립 현충원에 안장될 전망이다.

또 유족에게는 경찰관 일반 사망 시 단체보험 등에 따라 주어지는 1억여원 외에 순직 특약과 유족보상금 등으로 3억여원이 더 지급될 전망이다.

stop@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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