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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시론] 또 터진 건물 붕괴 사고…언제까지 이런 참사 봐야 하나

송고시간2021-06-10 1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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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9일 광주광역시의 재개발지역 공사 현장에서 철거 중인 건물이 무너지면서 인근 시내버스의 탑승객 17명이 죽거나 크게 다치는 끔찍한 사고가 발생했다. 붕괴 당시 영상을 보면 5층짜리 건물이 고꾸라지듯 앞으로 쓰러지면서 버스 정류장과 이곳에 정차한 시내버스, 그리고 왕복 7차선 도로의 절반 이상을 순식간에 덮쳤다. 선진국 문턱에 진입했다고 자부하는 나라에서 생긴 일이라고는 좀처럼 믿기 어려울 정도이다. 큰아들 생일에 장을 보고 귀가하던 60대 식당 여주인, 후배들을 만난 뒤 돌아가던 고등학생이 목숨을 잃는 등 안타까운 사연이 속속 전해졌다. 철거 공사를 하던 작업자 8명은 이상 징후를 느껴 대피한 뒤 보행자의 통행을 막았지만 차도 통제까지는 하지 못한 상태에서 건물이 갑자기 쓰러졌다고 한다. 안전사고가 터질 때마다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게 하겠다는 약속이 무성하지만, 현장 상황은 전혀 나아지지 않은 듯하다.

사고 원인은 아직 확인되지 않았으나 당국의 관리 감독 소홀, 현장의 안전 불감증, 감리 부실, 하도급 등 여러 문제가 복합적으로 작용했을 가능성이 크다. 시공사인 현대산업개발로부터 하청받은 철거업체는 건물 옆에 3층 높이의 토산을 쌓고 그 위에 굴착기를 올려 이른바 '톱다운' 방식으로 철거작업을 했다고 한다. 전문가들은 이런 방식으로 작업하면 토산과 철거 잔해가 구조적으로 이미 불안정한 상태인 건물에 수평 하중으로 작용해 위험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하루 전날 작업자들이 저층 부분의 일부 구조물을 허물었다는 증언도 나왔다. 기초 부분이 약해진 상태에서 횡으로 압력이 가해졌으니 붕괴는 예고된 것이나 다름없었다는 것이다. 여기에 안전 조치도 충분히 하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사실상 무용지물인 가림막만 달랑 걸어 놓고 작업이 진행됐고, 현장 감리자도 없었다. 원청인 현대산업개발 측은 재하도급이 '없었던 것으로 안다'고 밝혔으나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사고라는 점에서 이 또한 확인이 필요해 보인다. 위험이 큰 작업이 진행되는 동안만이라도 바로 옆 인도와 차도를 일시 통제했으면 적어도 인명 피해는 줄일 수 있었을 텐데 그런 조치도 없었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는 10일 합동수사팀을 수사본부로 격상했고, 관계기관의 합동 감식도 이날 시작됐다. 철저한 수사와 조사로 사고 원인과 불법 행위 여부를 낱낱이 밝혀주길 바란다.

광주에서는 두 달 전에도 비슷한 사고가 있었다. 한 노후 한옥의 구조를 바꾸는 '대수선 공사' 도중 붕괴 사고가 발생해 두 명이 숨지고, 두 명이 다쳤다. 국토안전관리원은 건축법령을 어긴 임의 공사, 수평하중 등 구조 변화에 관한 판단 오류, 안전 조치·현장 관리 미흡 등을 사고 원인으로 지목했다. 그런데 이런 발표가 있고 난 뒤 불과 2주 만에 이보다 훨씬 큰 사고가 인근 지역에서 또 발생한 것이다. 약 2년 전인 2019년 7월에도 서울 서초구 잠원동의 지하 1층·지상 5층짜리 건물이 철거 도중 붕괴하면서 결혼반지를 찾으러 가던 예비 신부가 목숨을 잃었다. 이 사고의 원인 또한 안전 소홀로 드러났다. 사고가 잇따르자 지난해에는 건물을 준공부터 철거까지 체계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건축물관리법'이 제정되기도 했다. 이 법에 따르면 건물 관리자는 철거 시 지방자치단체에 해체계획서를 제출해 허가를 받아야 한다. 지자체는 안전 관리를 위해 감리를 지정하고, 안전사고 예방을 위한 현장 점검도 할 수 있다. 문제는 안전사고와 재발 방지 대책이 도돌이표처럼 되풀이되고 있을 뿐 개선의 조짐이 별로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대책이 나올 때마다 기대감보다는 절망감이 느껴지는 이유이다. 이제는 조건반사식 반짝 대책으로는 사고를 막을 수 없음이 자명해졌다. 제도와 현실 사이의 괴리를 촘촘히 메울 수 있는 좀 더 현실적이고, 실천적 방안을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이런 날벼락 같은 참사를 언제까지 지켜봐야 하나. 정책 당국과 관련 업계의 자성과 분발을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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