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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칙만 지켰더라면" 반복되는 철거 건물 붕괴 참사

송고시간2021-06-10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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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법 강화됐지만…"현장서 해체 작업 순서 준수, 보강 작업 등 기본 지켜야"

광주 학동 건물 붕괴
광주 학동 건물 붕괴

(광주=연합뉴스) 정회성 기자 = 9일 오후 광주 동구 학동의 한 철거 작업 중이던 건물이 붕괴, 도로 위로 건물 잔해가 쏟아져 시내버스 등이 매몰됐다. 사진은 사고 현장에서 119 구조대원들이 구조 작업을 펼치는 모습. 2021.6.9 iso64@yna.co.kr

(전국종합=연합뉴스) 장아름 기자 = 광주에서 철거 중 건물 붕괴로 17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가운데 매년 전국에서 유사한 사고가 반복돼 재발 방지 대책이 시급하다.

지난해 건축물 정기 안전 점검강화, 해체공사 안전 강화 등을 골자로 한 건축물 관리법이 개정됐으나 원칙이 지켜지지 않아 인명 피해로 이어진 사고가 계속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10일 광주 붕괴 사고의 신속하고 철저한 조사와 엄정한 책임 규명을 지시하고 2019년 서울 잠원동 건물 붕괴 사고 이후 재발방지책을 마련했음에도 유사한 사고가 난 데 대한 유감을 표했다.

김부겸 총리도 이날 오후 광주 동구 학동 4구역 사고 현장을 찾아 "어찌 보면 원시적일 수 있는 사고"라고 표현하면서 "전국에 철거 현장이 상당히 많은데 이런 일이 되풀이돼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붕괴건물, 저층부터 철거 정황
붕괴건물, 저층부터 철거 정황

(광주=연합뉴스) 9일 발생한 17명의 사상자를 낸 철거 건물 붕괴사고와 관련, 지난 1일 철거 업체가 해체계획서를 준수하지 않고 철거를 진행했음을 증명하는 사진이 나왔다. 사진 속에는 굴착기가 건물의 저층을 일부 부수고 있는 모습이 찍혔다. 2021.6.10 [독자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pch80@yna.co.kr

광주에서는 앞서 지난 4월 4일 동구 계림동에서 48년 된 한옥 목조주택 리모델링을 위해 철거와 골조 보강작업을 하던 중 건물이 무너져 작업자 2명이 숨지고 2명이 부상했다.

경찰과 국토 안전관리원 등은 기둥 또는 보 등을 해체하면서 건축법 규정을 지키지 않고 부실시공을 해 사고가 난 것으로 판단했다.

이 공사는 기둥 또는 보 등을 해체하거나 3개 이상의 수선에 해당하는 건축물의 '대수선 공사'여서 인허가 기관에 설계도서를 신고하고 착공해야 했지만 건축주는 이를 지키지 않았다.

조사 기관은 기둥과 보 하부에 가설 지지대를 설치한 후 내부 벽체를 철거하는 과정에서 기둥과 보강재 사이를 부실하게 고정해 지붕 무게를 견디지 못한 것으로 판단했다.

장위동 붕괴 현장
장위동 붕괴 현장

(서울=연합뉴스) 한상균 기자 = 1일 오전 성북구 장위10구역 붕괴 현장. 지난달 30일 재개발 장위10구역에서 철거하던 건물이 무너져 50대 노동자 1명이 지하에 매몰됐다. 2021.5.1 xyz@yna.co.kr

지난 4월 30일 서울 성북구 장위10구역에서도 철거하던 아파트 건물이 무너져 50대 노동자 한 명이 숨졌다.

지상 9층·지하 3층 주상복합아파트였던 건물은 그간 철거가 진행돼 지상 4층까지 남은 상태였다.

철거업체 측은 건물 붕괴를 방지하기 위해 상부 하중을 분산하는 지지대인 '잭 서포트'를 받쳐뒀음에도 무너졌다고 주장했고 경찰이 원인을 조사 중이다.

부산에서도 지난 2월 21일 46년 된 2층짜리 노후 주택을 리모델링하다가 붕괴하면서 매몰된 노동자 2명이 숨지고 3명이 부상했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단층 주택을 2층으로 증축했고 최초 설계도와 집 구조가 많이 달랐던 점, 작업자들이 보강작업 중 철 기둥에서 이상한 소리를 들었던 점 등을 토대로 무리하게 구조 변경을 시도하다가 사고가 난 것으로 판단했다.

붕괴 현장 구조 작업
붕괴 현장 구조 작업

(서울=연합뉴스) 김주성 기자 = 4일 오후 서울 서초구 잠원동 건물 외벽 붕괴 현장에서 119구조대원들이 구조 작업을 벌이고 있다. 2019.7.4 utzza@yna.co.kr

2019년에는 경기 과천시와 서울 서초구 잠원동에서 붕괴 사고가 발생했다.

2019년 12월 1일 과천의 한 오피스텔 신축 현장에서 기존 단층 건물 철거 중에 무너져 작업자 2명이 매몰됐다가 3시간 만에 구조됐다.

2019년 7월 4일 잠원동에서 발생한 지상 5층·지하 1층 건물 붕괴 사고는 철거 중 건물이 무너지면서 차량을 덮쳐 이번 광주 학동 재개발지역 사고와 가장 유사하다.

당시 건물 잔해가 차량 3대를 덮치면서 1명이 숨지고 3명이 다쳤다.

당시 철거 작업계획서에 잭 서포트(지지대) 60여개를 설치해야 함에도 40여개만 설치했고 그마저도 모두 해체했다가 더 적게 설치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한 건물 상층부인 4·5층을 완전히 철거하지 않은 채 지상층을 철거했고 붕괴 전날 3층 슬래브가 무너졌는데도 철거 작업을 계속하다가 제때 반출하지 않은 폐기물이 2층 바닥 슬래브에 집중되면서 붕괴했다.

철거업체 현장관리소장은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기소돼 지난해 항소심에서 징역 2년을 선고받았다.

현장 감리자와 굴착기 기사 등도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흔히 건물 철거 시 높이가 높으면 중장비를 옥상에 올려 지지대로 보강을 해가며 위에서 아래로 해체를 진행하고 높이가 낮은 경우는 중장비로 지상에서 해체하기도 한다.

전문가들은 사전 구조 검토, 적절한 보강 작업, 해체 작업 순서 준수 등 기본 원칙만 지켰다면 대부분 막을 수 있는 사고라고 강조한다.

대한민국산업현장교수단 최명기 교수는 "건물을 해체할 때 맨 위층부터 아래층으로 해체해야 안전하다는 것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라며 "그러나 순서를 지키지 않고 아래층에서 기둥이나 내력벽 등을 해체해 건물 전체를 일괄로 무너뜨리다가 계획하지 않은 방향으로 벽체가 넘어가는 등 사고가 난다"고 지적했다.

최 교수는 "위층부터 아래로 작업하다 보면 시간과 비용이 많이 소요해 철거업체들이 위험한 방식으로 일을 하는 경우가 많다. 현장 여건이 녹록지는 않지만 해체 업체도, 감리자도 본연의 역할을 게을리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areu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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