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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물 붕괴 참사] ① 무리한 작업·하도급으로 얼룩진 철거 현장

송고시간2021-06-11 1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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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가 조건 어기고 저층·다층 철거…관련법 강화에도 감리자 현장감독 부재

[※ 편집자 주: 무너진 철거 건물이 17명이 탄 시내버스를 날벼락 같이 뒤덮어 9명의 목숨을 앗아가는 참사가 발생했습니다. 연합뉴스는 이번 사고를 '인재(人災)' 또는 '사회적 참사'로 판단, 사고를 야기하고 방치한 구조적 요인을 분석하는 3편의 기사를 송고합니다.]

철거공사 중 건물 붕괴, 긴박한 구조작업
철거공사 중 건물 붕괴, 긴박한 구조작업

[연합뉴스 자료사진]

(광주=연합뉴스) 박철홍 기자 = 9일 오후 광주 동구 학동 4구역 재개발부지 철거 현장에서 5층 건물이 도로로 무너졌다.

그 순간 붕괴 건물 바로 앞 정류장에 정차한 시내버스를 건물 잔해가 뒤덮으면서 9명의 승객이 숨졌고, 8명의 승객이 크게 다쳤다.

불행의 연속으로 벌어진 사고가 믿기지 않지만, 사고의 이면에는 참사를 방치하고 예방하지 못한 구조적 요인들이 엿보인다.

무리한 철거 탓에 건물이 붕괴한 것으로 보이는 정황이 속속 드러났고, 다단계 하도급이 의심되고 있다.

부실 철거로 인한 사고가 발생한 후 관련법이 개정 시행됐지만, 참사를 예방하는 데에는 역부족이었다.

붕괴건물, 저층부터 철거 정황
붕괴건물, 저층부터 철거 정황

(광주=연합뉴스) 9일 발생한 17명의 사상자를 낸 철거 건물 붕괴사고와 관련, 지난 1일 철거 업체가 해체계획서를 준수하지 않고 철거를 진행했음을 증명하는 사진이 나왔다. 사진 속에는 굴착기가 건물의 저층을 일부 부수고 있는 모습이 찍혔다. 2021.6.10 [독자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pch80@yna.co.kr

◇ 곳곳에서 드러난 무리한 철거 정황 '못 막았나, 외면했나'

건물 붕괴는 철거 공사를 엉터리로 했기 때문이라는 추정에 무게가 실린다.

철거업체는 지난달 말 해체계획서 허가를 받자마자 사업부지 내 10개 건물에 대한 철거에 착수했다.

현재까지 입수된 사진·영상 자료 등을 보면 철거 업체가 규정을 어기고 저층 공간을 먼저 허문 정황이 곳곳에서 포착됐다.

2층 규모의 별관을 허물며 저층 구조물이 훼손했고, 3층 높이의 흙더미를 쌓은 뒤에는 굴착기로 2~3층을 부수는 장면도 포착됐다.

이는 철거 업체가 허가받은 조건인 5층부터 저층으로 순서대로 철거해야 한다는 내용을 어긴 것이다.

철거 작업도 부분별 강도에 따라 슬래브, 외벽, 내벽 등을 순차적으로 층별로 철거해야 하지만, 이를 무시하고 5층에서 3층까지를 한꺼번에 철거한 정황도 확인됐다.

저층 부분을 파손하고, 위험하게 여러 층을 한꺼번에 걷어내는 무리한 작업으로 건물은 무게 중심을 잃고 차량과 보행자가 지나는 도로변으로 순식간에 넘어간 것으로 추정된다.

무리한 철거는 단순 실수보다는 철거 비용을 낮추기 위해 작업의 속도를 높이려는 고의적인 행태라는 의심을 받는다.

특히 불법하도급도 의심되는데 이번 철거 공사는 '한솔'이라는 철거 업체가 맡았지만, 실제 철거를 한 작업자들은 '백솔'이라는 다른 지역 업체로 확인됐다.

시공사인 현대산업개발 측과 철거업체 들은 다단계 하도급을 부인하고 있지만, 사업을 따낸 대형 철거 업체가 영세 업체에 다시 하도급을 줬다는 정황이 발견돼 경찰이 이 부분을 수사하고 있다.

영상 기사 [영상] "해체계획 안지키고 저층부터"…속속 드러난 무리한 철거정황
[영상] "해체계획 안지키고 저층부터"…속속 드러난 무리한 철거정황

자세히

◇ 법 개정이 막지 못한 참사 '감리자는 어디에'

반복되는 철거 붕괴사고로 인명피해가 발생하자 관련법 개정이 이뤄졌지만, 법과 현실의 괴리는 여전하다.

지난해 5월부터 시행된 건축물 관리법에 따르면 건물은 철거 전 반드시 안전 계획을 포함한 해체계획을 제출, 관할 지자체의 허가를 받거나 신고해야 한다.

연면적 500㎡ 등 철거 계획 허가 대상 건물은 해체공사 감리자도 지자체가 직접 지정해야 한다.

감리자는 철거 작업이 규정과 순서에 맞게 진행되는지 현장에서 확인하고, 다른 안전조치도 문제없는지 점검해야 할 의무가 있다.

비교적 촘촘하게 법적 대책이 마련된 셈이지만, 문제는 실천이었다.

사고 발생 시점에서도 감리는 현장에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고, 규정을 어긴 철거가 반복된 정황이 있음에도 감리자가 발견해 제지하지도 않았다.

결국 법을 근거로 배치된 감리자가 제역할을 하지 않아 사고를 방치한 셈이다.

지자체도 위반사항을 발견하고도 해체작업의 시정 또는 중지를 요청하지 않는 감리자를 교체할 수 있는 권한이 있었지만, 현장을 나가보지도 않아 이 사실을 까마득히 모르고 있었다.

붕괴 사고가 난 재개발사업 부지에서 위험한 철거 작업에 대한 우려와 분진·소음에 대한 민원이 꾸준히 제기됐지만, 관할 구청은 공문을 발송하는 데에 그쳤다.

대한민국산업현장교수단 최명기 교수는 "계속해서 철거 관련 사고가 반복되는 것은 법이 규정한 기준대로 작업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며 "철거회사와 감리의 부실 행태로 누군가의 부모님, 누군가의 자녀들이 더는 희생되면 안 된다"고 밝혔다.

pch80@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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