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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시론] 문제해결 도움 안될 건보이사장의 뜬금없는 단식

송고시간2021-06-15 1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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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김용익 국민건강보험공단 이사장이 강원도 원주혁신도시 내 건보공단 본부 로비에서 난데없이 단식농성에 들어갔다. 공단 고객센터(콜센터) 노동자들이 직접고용 등을 요구하며 무기한 파업에 나선 데 대해 공단 정규직 노조가 반대하며 노노 갈등 양상으로 번지자 선택한 '극약 처방'이라고 한다. 일부 신문이 1면에 사진과 함께 대문짝만하게 이 소식을 전한 것은 상식선의 농성 주체가 뒤바뀌어서 일 것이다. 공공기관의 최고 책임자가 노조를 상대로 단식농성을 벌이는 미증유의 진풍경을 언론이 놓칠 리 만무하다. 김 이사장은 자신의 행동에 대해 나름대로 방어논리를 제시하고 있기는 하다. 대화로 문제를 풀기 위해선 이 방법밖에 뾰족한 수가 없다는 게 그의 항변이다. 그는 자신의 행동에 쏟아질 온갖 비난을 예감한다는 취지로 말하면서 "능력이 부족해 이것 외에는 다른 방법을 찾을 수 없었다"라고도 했다. 하지만 이사장의 중요한 책무 중 하나가 조직의 갈등과 이견을 조정해 내는 일이 텐데 과연 단식 농성이 그 목표에 도달하는 최선의 경로인지에 대해선 고개가 갸우뚱해진다.

고객센터 노조의 파업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올해 2월에도 민간위탁 방식으로 운영되는 고객센터의 직영화와 건보 공공성 강화 등을 요구하며 24일간 파업을 벌였다. 고객센터의 직영화가 실현되면 1,600명에 달하는 고객센터 노동자들은 공단의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계기를 잡게 된다. 문제는 공단 정규직들의 반발이다. 이들은 직접고용 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대화의 장인 '사무논의협의회' 참여를 거부하고 있다. 이미 민간 협력업체의 정규직 신분인 고객센터 노동자들이 직영화라는 통로를 거쳐 공단의 정규직으로 밀고 들어오려 한다는 이유에서다. 지난해 '인국공' 사태와 판박이식 노노갈등의 재연이다. 당시 인천국제공항공사가 보안 검색 요원 등을 정규직으로 직접 고용하기로 결정하자 기왕의 공사 정규직은 물론 이 회사에 들어가기 위해 공부해 온 취업준비생들은 크게 반발했다. 이번에도 '정규직 무임승차론', '기회의 불공정' 문제가 다시 입길에 오른다. 소득 등 민감한 개인정보를 다루는 공공성 높은 업무여서 직고용이 필요하다든가, 설령 직고용된다 해도 '무기계약직' 신분이기 때문에 취준생의 일자리를 빼앗는 것은 아니라든가 하는 고객센터 노조원들의 호소는 먹혀들지 않고 있다. 이번 사태에도 어김없이 안정된 일자리와 공정의 문제가 당사자들의 이해관계와 맞물려 있어 그만큼 해법 찾기가 쉽지 않다는 방증이다.

그렇다고 의견이 다른 두 개의 노조를 대화 테이블로 견인하기 위해 단식 농성을 택한 것은 비상식적이다. 자칫 희화화되거나 조롱거리로 전락할 위험도 있다. 70세 이사장의 건강을 염려해 노조가 냉큼 대화로 돌아서길 기대했다면 순진한 것이고, 노노 대립을 부각하며 여론 환기를 통해 노조를 압박하려 했다면 노회한 방법이다. 김 이사장은 19대 국회에서 비례대표 국회의원을 지냈고, 민주당의 싱크탱크인 민주연구원 원장을 지냈던 인물이다. 이런 정치권 이력에 비추어 그가 표방한 단식의 진정성이 온전히 공단 안팎에 전해질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두 노조의 고래 등 싸움에 샌드위치가 된 자신의 처지만 도드라지게 만들어 노조를 향해선 부정적인 여론이 형성되는 게 아니냐는 지적은 그래서 나온다. 2월 파업사태를 교훈 삼아 백방으로 노력을 기울였다면 이번 재파업까지 가지 않고 직고용 문제해결을 위한 최소한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었을 것이라는 질책도 있다. 국민연금공단과 근로복지공단 등 고객센터 직원들을 직고용한 성공사례가 없었던 것도 아니어서다. 이들 기관이 직고용 문제에서 연착륙할 수 있었던 비결이나 문제해결 방식을 참고했더라면 건보공단의 직고용 논란은 지금과는 다른 양상을 띠고 있을지도 모른다. 김 이사장은 이제라도 뜬금없는 단식 농성을 접고, 두 노조와 직접 만나 대화하고 설득하는 정공법을 구사하길 바란다. 본디 약자, 절박한 자, 덜 누리고 있는 자의 몫인 단식까지 조직의 책임자가 가져와 스스로 신스틸러가 되는 희한한 광경은 이쯤에서 멈추는 것이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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