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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시선] 바이든의 그레이트 게임과 '한국의 키신저'

송고시간2021-06-17 0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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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러 정상회담을 마친 조 바이든 대통령
미·러 정상회담을 마친 조 바이든 대통령

[로이터=연합뉴스]

(뉴욕=연합뉴스) 고일환 특파원 = 역대 초강대국은 다른 국가의 도전을 차단하기 위해 세계지도 위에서 동시다발적인 전략을 구사했다.

영국이 19세기부터 20세기 초까지 러시아의 흑해에서 태평양까지 전 세계에 걸쳐 러시아의 부동항 확보를 저지했던 것처럼 2차 세계대전 이후 초강대국 자리에 오른 미국은 구(舊)소련 견제를 위해 '그레이트 게임'을 펼쳤다.

1972년 리처드 닉슨 대통령과 마오쩌둥(毛澤東) 주석의 정상회담을 통해 실현된 미중 수교는 소련 포위를 위한 '신의 한 수'였다는 평가를 받았다.

당시 미국의 외교전략을 짠 헨리 키신저 전 국무장관은 "미국에는 영원한 적도 없고, 영원한 친구도 없다. 오직 국익만이 존재한다"는 말을 남겼다.

적성 국가였던 중국과의 수교를 비롯해 독재정권에 대한 당시 미국의 지원 등 각종 외교 정책은 초강대국이라는 지위를 지키기 위한 현실적인 수단이었다는 설명이다.

어떠한 이념에도 얽매이지 않고 국익을 극대화하는 것이 우선이라는 정치 현실주의자의 신념이 농축된 발언이었다.

현재 국제 사회에서도 비슷한 장면이 목격되고 있다.

외교적 고립주의 성향을 나타냈던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에 이어 미국 백악관의 주인이 된 조 바이든 대통령은 21세기 미국의 견제 대상은 중국이라고 공언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독재자로 지칭했다. 그러면서 "독재자들은 미국과의 경쟁에서 이길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바이든 대통령은 21세기에도 미국의 시대를 이어나가겠다는 공약을 행동으로 옮기고 있다.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 이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의에 참석해 사실상 중국에 대한 포위망을 짜고 있는 양상이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대통령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대통령

[AP=연합뉴스]

16일(현지시간)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미·러 정상회담은 바이든 대통령의 노력이 어디까지 갈 수 있는지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으로 볼 수 있다.

한때 '살인자'라고까지 규정한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의 만남을 먼저 제안한 쪽은 바이든 대통령이었다.

인권과 사이버 안보 등 합의를 도출할 수 없는 난제들이 산적한 상황에서의 만남이었지만 일단 회담 결과는 나쁘지 않았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바이든 대통령은 미·러 관계를 상당히 개선할 전망이 있다고 밝혔고, 푸틴 대통령은 이날 회담이 건설적이었다고 말했다.

양국 관계 개선의 첫 단추를 끼웠다는 해석도 가능한 상황이다.

이 같은 상황을 가장 주시하는 것은 당연히 중국이다. 중국은 바이든의 그레이트 게임에 이전부터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였다.

자오리젠(趙立堅)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15일 정례 브리핑에서 "중국과 러시아의 단결은 산처럼 강하고, 우정은 견고해 깨뜨릴 수 없다"며 "중국과 러시아 관계를 파괴하려는 어떠한 시도도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중국 정부가 새삼스럽게 중러 관계를 강조한 배경은 미국과 러시아의 관계 개선 가능성에 대한 두려움인 것으로 보인다.

미러 관계가 나아지면 중국이 고립되는 상황이 도래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국 입장에서 중요한 것은 앞으로의 대응이다.

최근 한국은 G7 정상회의에서 중국 견제 성격을 강하게 띤 '열린 사회 성명'에 이름을 올렸다. 성명의 작성 과정에도 참여했다고 한다.

일각에선 중국의 반발이 한국에도 영향을 미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된다. 그러나 미국이 중국을 겨냥한 그레이트 게임이 본격화해 국제정세가 급변하는 상황이라면 기존 외교정책에 대한 점검과 수정도 이뤄져야 한다는 주장도 만만치 않다.

'한국의 키신저'라는 별명을 지닌 정의용 외교부 장관이 고민해야 할 대목도 당연히 '국익 극대화'일 것이다.

kom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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