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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징과 단서 가득한 세상…작품이 된 사물들

송고시간2021-06-24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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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언 갠더 개인전 '변화율' 스페이스K 서울서 개막

라이언 갠더 개인전 전경 [스페이스K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라이언 갠더 개인전 전경 [스페이스K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강종훈 기자 = 시각적으로 강렬한 자극을 주는 미술 작품이 있고, 눈보다는 머리로 감상하게 되는 작품도 있다. 영국 개념미술가 라이언 갠더(45)는 후자에 속하는 작품을 만든다. 어느 장면에 담긴 단서와 상징으로 질문을 던지는 예술 작업이다.

작가는 평범한 일상 사물을 끌어와 예기치 못한 이야기를 만들어낸다.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물건이 그의 손을 거치면 많은 생각을 불러일으키는 예술품이 된다.

강서구 마곡동 스페이스K 서울에서 24일 개막하는 라이언 갠더 개인전 '변화율' 전시장 곳곳에는 흰색 좌대 위에 누운 고양이가 보인다. 에바 헤세, 수잔 힐러, 브루스 매클린, 조나단 몽크 등 세계적인 조각가들의 작품이 놓였던 좌대를 같은 형태로 제작했다. 고양이는 숨 쉬는 것처럼 미세하게 움직이지만, 고양이 형태의 로봇이다.

그저 좌대 위에서 고양이가 자는 듯한 광경이지만, 작품에 숨은 상징들이 다양한 상상을 부른다. 자신이 점령한 자리가 논쟁적이며 역사적인 작품이 놓였던 자리임을 알 리가 없는 기계 고양이는 현실과 가상, 예술 사이를 잇는 역할을 한다.

브로이어 의자, 르 코르뷔지에 의자 등 디자인사에 기록된 유명한 의자는 옆으로 눕히거나 뒤집어 놓았다. 넘어진 의자는 한동안 눈을 맞은 듯한 모습이다. 대리석 수지로 만든 눈과 버려진 듯한 의자는 무너진 왕좌를 상징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고양이 좌대와 더불어 비뚤어진 미술시장에 대한 비판으로도 해석된다.

이 밖에도 공간과 맥락에 따라 새로운 상상을 불러일으키는 평범한 사물들이 여럿 보인다. 오래전 사용하던 벽돌 크기의 전화기는 스마트폰 세대에게는 새로운 물건으로 보일 수도 있다. 바닥에 떨어진 아이스크림은 청동에 색을 칠한 것이다.

'난 다시는 뉴욕에 가지 않을 거야'는 쥐가 파먹은 듯한 전시장 벽 구멍에 20파운드짜리 지폐를 구겨 넣은 작품이다. 인간에게는 소중한 돈이 쥐에게는 집을 고치는 자재일 뿐이다. 작가는 미술계에 만연한 엘리트주의와 속물주의를 비판한다.

갠더는 인간이 소통을 위해 의도적으로 만든 '관습적 기호', 그런 의도가 없지만, 본의 아니게 무엇인가를 말하는 '자연적 기호'로 나눠 세상을 바라보고, 자신의 작품을 그사이에 위치시킨다. 특히 그는 우연적 단서로 가득 찬 자연적 기호가 얼마나 세상에 많은지 환기한다.

정답은 없으며 작가는 그저 힌트만 던질 뿐이다. 다만 작가의 작품 세계에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 주제는 시간이다. 시간은 변화의 다른 말이며, 영원한 것은 없음을 보여준다.

작가는 "변화와 시간은 사실상 같은 단어일 수도 있다"라며 "우리는 오직 사건이 일어나고 사물이 변하는 것을 통해서만 시간이 흐르는 것을 파악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내 작업은 눈을 위한 시각적 예술이 아니라 뇌를 위한 인지적 예술"이라며 "세상에서 살아가는 우리의 존재를 분명히 인식하고, 열린 눈과 마음으로 주변을 둘러본다면 수없이 많은 단서, 즉 자연적 기호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전시는 설치와 조각, 평면, 사진, 텍스트 등 다양한 매체로 시간성을 다룬 작품 28점을 선보인다. 스페이스K 서울 옥상 공간에는 자갈에 손목시계를 채운 모양의 대형 조각 작품이 설치됐다. 9월 17일까지.

라이언 갠더 개인전 전경 [스페이스K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라이언 갠더 개인전 전경 [스페이스K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doubl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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