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국가기간뉴스 통신사 연합뉴스
국가기간뉴스 통신사 연합뉴스
댓글

[팩트체크] 의사가 누설하면 안 되는 '타인정보' 범위는?

송고시간2021-06-28 16:03

댓글

이준석 동생, 환자정보 누설혐의로 고발돼…이재명 兄 치료사실 등 알린 혐의

亡者 정보도 보호대상…환자의 이익 침해했는지가 범죄성립 여부에 관건

생각에 잠긴 국민의힘 이준석 당대표
생각에 잠긴 국민의힘 이준석 당대표

(서울=연합뉴스) 안정원 기자 = 국민의힘 이준석 당대표가 6월2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생각에 잠겨 있다.2021.6.24 jeong@yna.co.kr

(서울=연합뉴스) 임순현 기자 = 정신과 의사인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 친동생 A씨가 과거 이 대표에게 자신이 진료한 환자의 정보를 누설한 혐의로 고발되면서 의사가 누설해서는 안되는 환자 정보의 범위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시민단체 적폐청산국민참여연대는 23일 A씨를 의료법상 정보누설금지 위반 혐의 등으로 경찰에 고발했다고 밝혔다. 이 단체의 대표인 신승목 씨는 이날 자신의 SNS를 통해 "A씨가 과거 이재명 당시 성남시장의 친형인 고(故) 이재선 씨를 진료하면서 알게 된 환자의 정보 및 비밀을 친오빠인 이 대표에게 수차례 누설했고, 이 대표가 언론을 통해 이를 공개했다"고 주장했다.

이 대표가 6·13 지방선거 및 재보궐선거를 앞둔 지난 2018년 5월 한 유튜브 채널과의 인터뷰에서 'A씨가 이재선 씨를 진료한 사실' 등을 공개한 것을 근거로 A씨를 환자정보 누설자로 지목해 고발한 것이다.

당시 이 대표는 "저는 개인적으로 황당했던 게 이재명 시장님의 형님이 있잖아요. 이재선 씨라고. 그분이 공교롭게 병원에 다니셨는데 제 동생이 의사인데 제 동생에게 치료를 받으셨다. 그 이상은 공개하면 안 되겠지만 그분이 당시에 억울하다 부터 시작해서 동생에게 여러 가지 이야기를 했으며 가끔 이재명 지사에게 온 문자까지 보여줬다"고 발언했다.

고발 사실이 알려지면서 온라인상에서는 이 대표의 동생인 A씨가 이 대표에게 전한 이재선 씨 관련 정보가 의료법상 의사가 누설하면 안 되는 정보에 해당하는지에 대한 관심이 제기됐다.

이에 연합뉴스는 망자(亡者)에 대한 정보도 의료법상 누설 금지 대상인지, 진료받은 사실 자체와 진료와 무관한 환자 관련 사적 정보도 '의사가 누설하면 안 되는 정보'에 해당하는지를 관련 법 규정과 판례 등을 토대로 살펴봤다.

의료정보 (PG)
의료정보 (PG)

[장현경 제작] 일러스트

◇사망한 사람 정보도 누설 금지 대상

의료법 19조는 '의료인은 의료업무 등을 하면서 알게 된 다른 사람의 정보를 누설하거나 발표하지 못한다'고 규정하고, 위반할 경우 3년 이하의 징역이나 3천만 원 이하의 벌금으로 처벌하도록 한다.

우선 이번 사안처럼 당사자가 이미 사망한 경우에도 당사자 관련 정보가 의료법 19조가 보호하는 '다른 사람의 정보'에 해당하는지 관심이다.

이재선 씨는 이 대표가 해당 인터뷰를 하기 전인 2017년 11월 폐암으로 사망했다. 이 대표 동생 A씨가 이 대표에게 해당 발언을 한 시점이 명확하지는 않지만 이재선 씨가 사망한 뒤라면 이미 사망한 사람의 정보를 누설한 것도 문제가 되는지가 우선 관건이다.

관련해 대법원은 2018년 5월 판결에서 "의료인의 비밀누설 금지의무는 개인의 비밀을 보호하는 것뿐만 아니라 비밀유지에 관한 공중의 신뢰라는 공공의 이익도 보호하고 있다고 보아야 한다"고 판시한 바 있다.

해당 재판부는 이어 "이러한 관점에서 보면, 의료인과 환자 사이에 형성된 신뢰관계와 이에 기초한 의료인의 비밀누설 금지의무는 환자가 사망한 후에도 그 본질적인 내용이 변한다고 볼 수는 없다"며 사망한 자와 관련된 정보도 의료법 19조가 보호하는 '다른 사람의 정보'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즉 의료법 19조가 의료업무 중 얻게 된 다른 사람의 정보를 누설하지 못하도록 한 취지는 비밀 누설로 침해되는 개인의 사적 이익과 함께 의사의 비밀유지에 대한 일반인의 믿음이라는 공적 이익을 동시에 지키기 위함이기 때문에 누설된 정보의 당사자 생존 여부는 범죄 성립 여부를 결정하는 요인이 아니라는 것이다.

재경지법의 한 부장판사는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의료법 19조는 개인의 법익을 보호하는 규정이면서 동시에 환자 정보의 무분별한 누설로 인해 초래될 수 있는 의료업계에 대한 신뢰 저하와 혼란 등을 방지한다는 취지의 규정이기도 하다"면서 "때문에 정보 누설의 피해를 입은 당사자의 생존 여부는 범죄 성립과 무관하다"고 말했다.

'의료문제를 생각하는 변호사 모임' 대표인 이인재 법무법인 우성 변호사도 "의료법 19조는 개인의 법익 보호와 함께 의사에 대한 대(對)국민 신뢰 보호라는 공익적 법익도 보호하는 취지의 규정이므로 사망한 사람의 정보를 누설한 경우에도 범죄가 성립한다"고 설명했다.

◇단순 진료 사실·질병과 무관한 사적 정보도 누설 금지 대상?…대법 "당사자 동의없인 원칙적으로 공개되어선 안 되는 비밀영역은 누설하면 안돼"

두 번째 문제는 단순히 진료를 받았다는 사실 정도도 비밀보호의 영역에 포함되는지 여부다.

이준석 대표가 동생으로부터 들었다며 공개한 정보는 이재선 씨가 진료를 받았다는 사실과 이재선 씨가 이재명 지사에 대해 이런저런 발언을 했다는 사실이다. 구체적으로 어떤 진료를 받았는지, 이재선 씨가 이 지사에 대해 어떤 구체적인 언급을 했는지 등은 이 대표가 밝히지 않았다.

의료법 19조는 의사가 누설하면 안 되는 정보를 '의료업무를 하면서 알게 된 다른 사람의 정보'라고 규정하지만, 구체적으로 어느 수준의 정보까지 의사에게 누설 금지의무가 부여되는지는 명확하지 않다.

관련해 대법원은 의료법 19조에 따라 의사가 누설하면 안 되는 정보를 '당사자의 동의 없이는 원칙적으로 공개되어서는 안 되는 비밀영역'이라고 여러 차례 판시한 바 있다. 하지만 이런 법 해석 또한 예외적으로 당사자 동의 없이 공개할 수 있는 비밀영역이 무엇인지가 모호하다는 지적이 있다.

따라서 현재로서는 법원이 개개 사건마다 사안과 관련된 여러 정황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누설하면 안 되는 정보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결정할 수밖에 없다.

참고할만한 사안으로는 2004년 5월 서울동부지법이 판결한 의료법 19조 위반사건이 있다.

당시 재판부는 "의료법이 보호하는 환자의 비밀이란 의사가 환자의 신뢰를 바탕으로 하여 진료 과정에서 알게 된 사실로서 객관적으로 보아 환자에게 (비밀로 보호하는 것이) 이익이 되거나 또는 환자가 특별히 누설을 금하여 그것을 비밀로서 보호할 가치가 있다고 인정되는 사실"이라며 의사가 성폭행 피의자의 부모에게 피해자의 신체 특정부위에 상해가 없다는 진단 결과를 알려준 것은 의료법 19조 위반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또 "해당 정보는 건강하며 별 이상이 없다는 취지여서 그 사실이 다른 사람에게 알려지더라도 피해자나 그 부모의 보호받아야 할 사회적 또는 인격적 이익이 침해된다고 볼 수는 없다"며 누설로 인해 당사자에게 피해가 발생하는지 여부도 판단기준으로 삼았다.

이 판결은 환자 관련 정보를 누설했다고 해서 내용 불문하고 무조건 죄가 되는 것은 아님을 보여준다. 그와 동시에, 어떤 정보의 누설이 의료법 위반이 되는지에 대한 판단은 기본적으로 환자의 이익과 인격에 미친 영향을 중심으로 이뤄진다는 점도 확인할 수 있다.

내과 전문의 출신인 이동필 법무법인 의성 대표변호사는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의료업무를 하면서 알게 된 정보를 누설하지 못하도록 하기 때문에 단순히 진료를 받은 사실뿐만 아니라 진료와 상관없는 사적인 내용이라도 의료법 19조가 보호하는 다른 사람의 정보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준석 대표는 동생 고발 사건에 대한 입장을 묻는 연합뉴스의 질의에 대해 문자메시지를 통해 "이 건은 자세히는 모르고, (의료법 위반) 건이 성립하지 않는다는 의견은 전해 들었다"고 답했다.

<<연합뉴스 팩트체크팀은 팩트체크 소재에 대한 독자들의 제안을 받고 있습니다. 이메일(hyun@yna.co.kr)로 제안해 주시면 됩니다.>>

hyun@yna.co.kr

핫뉴스

전체보기

포토

전체보기

댓글 많은 뉴스

이 시각 주요뉴스

포토무비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