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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먼n스토리] 그가 뜨면 시설 개선 제대로…장애인 권익지킴이 박종태씨(종합)

송고시간2021-07-09 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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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 넘게 장애인 편의시설 직접 점검하고 개선 요구

"장애인 관점에서 바라보는 사람 있어야 변화도 생겨"

장애인권익지킴이 박종태씨
장애인권익지킴이 박종태씨

[촬영 김상연]

(인천=연합뉴스) 김상연 기자 = "장애인에게 좋은 공간이란 본인이 장애인임을 잊을 정도로 자유롭게 돌아다닐 수 있는 곳을 뜻합니다."

지체 장애 2급인 박종태(63)씨는 20년 넘게 장애인 편의시설을 직접 점검하고 인권 보호기관 진정이나 언론 기고를 통해 개선을 요청하는 일에 앞장서고 있다.

박씨는 도서관이나 동사무소와 같이 공공건물이 새로 지어졌다거나 지하철역 개통 소식이 들려오면 낡은 지팡이에 몸을 의지한 채 어김없이 집을 나선다.

이른 새벽부터 현장을 찾는 그의 손에는 항상 오래된 디지털카메라가 들려 있다.

박씨는 건물 출입구 형태부터 점자블록 설치 여부, 화장실 용변기와 세면대의 위치나 높낮이 등을 다양하게 살피며 연신 카메라 셔터를 누른다. 차곡차곡 모인 사진들은 시설 개선을 촉구하는 과정에서 중요한 자료가 된다고 했다.

그는 "불편함 없이 건물을 드나들 수 있는 '이동권'과 자유롭게 용변을 해결할 수 있는 '생활권'은 건물 출입구와 화장실에 그대로 드러난다"고 설명했다.

이어 "새로 지어진 건물은 장애인의 편의성을 충분히 고려할 것 같지만, 의외로 그렇지 않을 때가 많다"면서 "20년 넘도록 제 일거리가 줄지 않는 이유"라고 덧붙였다.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발품'을 팔고 돌아다니는 그의 노력은 때때로 장애인들을 위한 값진 변화로 이어졌다.

지난 3월 말 새롭게 문을 연 인천시청 신관이 대표적인 사례다.

인천시청 31개 부서의 600여명이 근무 중인 신관 건물을 박씨가 직접 방문했을 때 아무리 둘러봐도 장애인 화장실을 찾을 수 없었다.

신관 건물 1층 출입구는 각각 회전문과 여닫이 출입문이 설치돼 있어 휠체어 장애인이 드나들기에 불편한 구조였다.

인천시청 신관 1층 출입구(위)와 1층 비장애인 화장실 통로(아래)
인천시청 신관 1층 출입구(위)와 1층 비장애인 화장실 통로(아래)

[박종태씨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박씨는 이런 상황을 언론 기고 글을 통해 자세히 알렸고, 인천 지역 장애인 단체들이 함께 반발하며 개선을 촉구했다.

이에 인천시 인권보호관은 장애인 화장실 미설치는 차별에 해당한다고 판단, 2개월 이내에 조치 결과를 제출할 것을 시에 권고했고, 결국 시는 최근 신관 건물 1층에 장애인 전용 남녀 화장실을 각각 조성했다.

박씨는 "인천을 대표하는 관공서 건물에서 취약계층을 향한 배려를 찾아볼 수 없다는 점에서 실망감이 컸다"며 "장애인 공무원과 민원인이 배제되지 않도록 적절한 조치가 이뤄져서 다행스럽다"고 했다.

박씨는 학창 시절 골목길에서 교통사고를 당해 한쪽 다리를 심하게 다치고 지체 장애가 생겼다. 사고 후유증으로 1년 넘게 병상에서 누워 지내며 우울한 시간을 보내야만 했다.

이후 차츰 회복해 서울의 한 수도원에서 생활하던 중 다리 건강이 다시 악화했으나 수도원 측의 지원을 받아 무사히 수술을 마칠 수 있었다.

그는 "아무런 연고도 없는 저를 위해 수도원에서 수술비를 모아 도움을 주셨다"며 "이를 계기로 저같이 어려운 사람들이 있으면 도우며 살자는 생각을 마음에 품게 됐다"고 말했다.

지난 20여년간 박씨의 꾸준한 관심과 문제 제기 덕에 관공서나 지하철 역사에는 장애인이 이용할 수 있는 승강기가 만들어지고, 장애인 화장실이 새롭게 설치됐다.

박씨는 9일 "비장애인들이 맛집을 찾아다닐 때 장애인들은 이용하기에 편한 곳을 우선 순위로 둔다"며 "장애인에 대한 배려가 일상화된다면 이런 차이도 줄어들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아무도 신경 쓰지 않는 부분을 장애인의 관점에서 바라보는 사람이 있어야 변화가 생긴다"며 "제 체력이 받쳐줄 때까지 장애인의 권익 보호에 힘쓰겠다"고 말했다.

장애인권익지킴이 박종태씨
장애인권익지킴이 박종태씨

[촬영 김상연]

goodluc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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