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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 속 사진 읽기] 사진기자가 찍은 UFO

송고시간2021-08-03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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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5년 9월 4일, 경기도 가평군 설악면 설곡리에서 문화일보 김선규 기자가 찍은 UFO. [김선규 기자 제공]

1995년 9월 4일, 경기도 가평군 설악면 설곡리에서 문화일보 김선규 기자가 찍은 UFO. [김선규 기자 제공]

(서울=연합뉴스) 전수영 기자 = 제주도 집 마당에 발 받침까지 괴어 고정해 놓은 컨테이너가 움직였다. 평상시 같지 않은 모습을 알아챈 뒤에 적잖이 놀랐다.

이렇게 커다랗고 무거운 물체를 도대체 누가, 무엇이 옆으로 밀어 놓았을까? 발 받침에서 미끄러져 내려와 지면에 아랫바닥을 밀착한 채 서 있는 모습이 생뚱맞아 보였다.

누군가 가져가려다 포기한 건 아닐까? 귀신이 곡할 노릇이란 말을 내뱉으며 잠깐 귀신을 떠올린 것도 사실이다.

나중에야 지난해 태풍의 영향으로 바람에 움직였다는 것을 알았다. 제주도에서는 와이어로 지면 등에 고정하지 않은 컨테이너가 태풍에 날아가는 일이 비일비재하다는 게 마을 사람의 이야기다.

가끔 우리의 제한된 지식과 경험을 넘어 이해되지 않는 자연 현상은 당혹스럽다.

◇ 보고도 믿기지 않는 현상

세상에는 보고서도 믿기지 않는 현상이 많다. 불가사의한 초자연적 현상인 미확인 비행물체(UFO)도 그중 하나다.

지난 6월 25일(현지시간) 미국 정부는 UFO(Unidentified Flying Object)를 공식적으로 '미확인 항공 현상'(UAP·unidentified aerial phenomenon)이라고 명명하면서 외계인 존재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는다는 보고서를 공개했다.

미 해군 조종사가 촬영한 '미확인 비행 현상' (미 국방부 제공 영상 캡처) [AP=연합뉴스 자료사진]

미 해군 조종사가 촬영한 '미확인 비행 현상' (미 국방부 제공 영상 캡처) [AP=연합뉴스 자료사진]

물리적으로 존재하는 현상이지만 관련 자료가 부족해 실체를 규명하기 힘들다는 입장이다.

최근에도 중국 상하이 상공에서는 검은색 삼각형 모양의 미확인 비행 물체가 포착됐고, 영국 잉글랜드 남서부에 위치한 데번주(州) 해변 상공에서는 UFO로 추정되는 불빛이 목격됐다.

UFO가 계속해서 우리 머리 위를 맴돌고 있는 것 같다. 국내에서도 상당수가 빛의 굴절로 인한 허상 또는 일반 비행체를 오인하는 경우로 판명이 나긴 하지만, UFO는 연간 700여 건의 목격담과 사진이 제보될 정도로 사람들의 관심도가 높은 초자연적 현상이다.

◇ 현상 속에서 실체 찾기

사진기자가 찍은 UFO도 있다. 1995년 9월 6일 문화일보 1면에 게재된 사진이다. 벌써 27년 전 이야기지만, 사진을 찍은 당사자는 지금도 그때의 경험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다.

1995년 9월 4일, 경기도 가평군 설악면 설곡리에서 문화일보 김선규 기자가 찍은 UFO. [김선규 기자 제공]

1995년 9월 4일, 경기도 가평군 설악면 설곡리에서 문화일보 김선규 기자가 찍은 UFO. [김선규 기자 제공]

# 1995년 9월 4일. 일주일의 늦여름 휴가를 다녀온 문화일보 사진부 김선규 기자는 때 이른 추석 스케치를 하기 위해 회사를 나섰지만 만사가 귀찮았다. 행선지를 묻는 취재 차량 운전기사에게 무작정 '동쪽'으로 가자고 했다.

목적지가 궁금한 기사는 어디로 갈지 네 번을 더 물었고, 그때마다 '동쪽'을 외쳐서 도착한 곳이 경기도 가평군 설악면 설곡리였다.

'달마가 동쪽으로 간 까닭은?'의 선문답처럼 생뚱맞지만, 동쪽으로 간 이유가 재밌다. 출근 전날 꿈에 제사를 모시는 조상님들이 연달아 나와서 동쪽으로 가라고 했단다.

돌아가신 할아버지들이 동쪽으로 가라고 했던 기억에 그냥저냥 동쪽으로 갔던 게 양평과 가평의 한 가운데쯤에 있는 외진 시골 마을이었다.

마침 도착한 마을 방앗간에서 도정한 쌀을 외발 손수레에 싣고 가는 할아버지가 힘들어 보였다. 수레를 집까지 옮겨드렸다.

추석을 앞두고 사진 스케치를 하러 왔다고 하자, 할아버지는 주저 없이 마당에 말리고 있는 참깨 터는 모습을 찍어보라고 제안했다.

당시 81세의 동갑 부부는 그렇게 UFO 사진의 모델이 됐다. 한동안 부부는 국내외 TV 방송사의 인터뷰 등으로 유명세를 치르기도 했다.

# 사진을 찍을 때는 본인도 몰랐다고 한다. 참깨 터는 장면을 찍는 데만 필름 한 롤을 다 썼다. 그 가운데 할머니가 타작질 한 번 하는 동안의 세 컷 중 딱 한 컷에 UFO가 찍혔다.

회사로 돌아와 현상한 필름을 사진부장에게 검수받은 뒤 선택된 컷을 8x10 크기로 인화했다.

그런데 암실맨이 인화된 사진을 자꾸만 헝겊으로 닦는 모습이 이상했단다. 인화지에 뭔가 묻어 나온다는 것이다. 필름을 깨끗이 닦은 뒤 다시 인화해도 상태는 똑같았다.

부장에게 보고를 하면서 UFO가 아닐까 하는 합리적인 의심이 들기 시작했다. 부장은 저녁 편집회의에서 김선규 기자가 UFO를 찍어왔다며 다음날 석간용으로 사용할 것을 발제했다. 회의 참석자들은 미친 소리라며 무시했다.

# 9월 5일. 과학적 검증이 필요하다고 생각한 김 기자는 한국UFO연구협회에 연락했다. 공군에도 연락해 가평 지역의 비행 여부를 확인했다. 비행금지 구역이라는 답변을 들었다.

기상청에도 기상이변 여부를 문의했다. 이에 더해 사회부 기자와 함께 천문학자인 조경철 박사를 밤에 찾아가 사진과 필름을 검증받기도 했다.

# 9월 6일 아침 편집회의에서 전날 취재한 자료 등을 가지고 다시 발제했다. 하지만 쉽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편집회의 참석 데스크들은 찬반투표를 했고, 결국 한 표 차이로 게재를 확정했다.

그렇게 우여곡절을 겪은 UFO 사진은 신문 지면을 통해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당시 일간지 사진기자가 찍은 최초의 UFO 사진이었기 때문에 사회적으로도 큰 반향을 일으켰던 건 물론이다.

우연과 필연이 씨줄과 날줄로 엮여 만나는 이 세상의 수많은 현상 속에서 실체(본질)를 찾아가는 과정이 우리가 걸어 온 길이요 앞으로 걸어갈 길이 아닐까.

김선규 기자는 내년 10월 정년퇴직을 앞두고 있다.

※ 이 기사는 연합뉴스가 발행하는 월간 '연합이매진' 2021년 8월호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swimer@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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