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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눔동행] 카지노 노숙자 쉼터 14년째 운영하는 방은근 목사

송고시간2021-07-18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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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여름 강원랜드 입구에 낡은 소형버스로 시작…1일 30∼40명 이용

도박을 걱정하는 성직자들의 모임 공동대표…"돌봄 소임 끝까지 하겠다"

방은근 목사
방은근 목사

[배연호 촬영]

(정선=연합뉴스) 배연호 기자 = 2001년 7월 강원 정선군 고한읍 강원랜드 카지노 인근 야산에서 A씨가 목을 매 숨졌다.

A씨는 강원랜드 카지노 개장 이후 도박 문제로 자살한 첫 번째 사례였다.

강원랜드는 내국인도 출입할 수 있는 유일한 카지노이고, 2000년 10월 말 개장했다.

자살 사건은 계속 증가했다.

강원랜드가 2005년 국회에 제출한 국정감사 자료를 보면 카지노 관련 자살 사건은 2001년 2건, 2002년 4건, 2003년 4건, 2004년 5건 등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지역사회 일각에서는 실제 자살 사건이 이 같은 공식 통계보다 훨씬 많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왔다.

소형버스 안에 준비한 라면
소형버스 안에 준비한 라면

[촬영 배연호]

◇ 카지노 노숙자에 라면, 삶은 달걀, 생수 등 제공

카지노로 말미암은 자살, 재산탕진 등 사회적 부작용이 예상보다 심각해지자 이를 예방하고 치유하고자 폐광지역 성직자들이 나섰다.

2005년 11월 말 개신교와 천주교의 성직자 16명은 정선군 고한읍 고한 천주교회에 모여 "도박중독의 폐해가 사라지도록 힘을 모으고 노력해야 하는 것이 성직자의 무거운 책임이다"며 '도박을 걱정하는 성직자들의 모임'을 창립했다.

이어 성직자들의 모임은 2006년 여름 강원랜드 카지노 입구인 정선군 사북읍 굴다리 오거리에 도박 예방 상담센터이자, 일명 카지노 노숙자를 위한 쉼터를 열었다.

공간은 고장 난 소형버스로 마련했고, 운영은 성직자들의 모임 공동대표인 방은근 목사가 맡았다.

카지노 노숙자는 도박으로 재산을 모두 잃어 집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강원랜드 인근에서 생활하는 사람을 말한다.

성직자들의 모임이 쉼터를 열 당시 카지노 노숙자 규모는 2천 명을 훌쩍 넘었다.

방 목사는 한 끼 해결도 어려웠던 이들을 위해 소형버스 안에 라면, 삶은 달걀, 커피, 생수 등을 준비했다.

그리고 그는 상담 요청을 하지 않는 한 소형버스에 가지 않았다.

카지노 노숙자들이 마음 편히 먹고 쉬고 가라는 배려였다.

낡은 소형버스에서 운영하는 도박예방 상담센터
낡은 소형버스에서 운영하는 도박예방 상담센터

[촬영 배연호]

◇ 하루 평균 30∼40명 이용…귀향 차비 요청자도 많아

고장 난 소형버스는 지난해 강원랜드의 항의(?)로 굴다리 사거리 위쪽인 사북역 앞으로 옮겨졌을 뿐 14년이 지난 지금도 강원랜드 카지노 입구를 지키고 있다.

14년간 소형버스에서 허기를 달랜 사람이 얼마나 되는 지는 방 목사도 모른다.

다만 컵라면 소비량을 보면 하루 평균 20∼30명으로 추정했다.

그는 "카지노 노숙자들은 일반 라면보다 컵라면을 선호한다"며 "컵라면은 조리도 쉽고, 가지고 갈 수도 있기 때문이다"고 설명했다.

그의 베풂은 '일용할 양식'뿐이 아니다.

"집으로 돌아가고 싶은데 차비가 없다"는 것이 상담 과정에서 가장 잦은 요청이다.

이런 사연을 들으면 거절할 수가 없었다.

그는 "처음에는 현금으로 줬다"며 "하지만 현금으로 다시 도박하는 것을 보고 몇 년 전부터는 차표를 직접 구매해 주고 있다"고 말했다.

처음에는 병원비도 지원했지만, 경제적 부담을 감당하지 못해 6∼7년 전부터 중단했다.

그래도 쉼터를 운영하려면 한 달에 적게는 70만∼80만원, 많게는 200만원이 필요하다.

난방해야 하는 겨울철에는 200만원을 훌쩍 넘기기도 한다.

운영비는 소수 교회의 후원금과 사재로 충당한다.

방 목사는 "시간이 흐를수록 사회적 관심 밖으로 밀려 외롭고, 이용자가 많을수록 경제적으로 어려운 것도 사실이다"며 "상처받고 가난한 이들을 돌보는 것이 성직자의 소임인 만큼 카지노 노숙자의 안식처인 소형버스를 끝까지 지키겠다"고 말했다.

by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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