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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는 더 나은 환경을 찾아 끊임없이 이동했다"

송고시간2021-07-20 1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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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 이주, 생존' 번역 출간

(서울=연합뉴스) 송광호 기자 = 2015년 시리아, 아프가니스탄 등지에서 출발한 100만여 명의 인파가 유럽을 향해 움직였다. 내전을 피해, 먹고 살고자 그들은 독일이나 스웨덴 같은 부유한 나라로의 이주를 희망했다. 쉴 새 없이 몰려드는 이주 물결에 유럽 국가들은 아연실색했다.

이주가 늘면서 범죄도 증가했다. 독일에서는 이주자를 받아들인 후 40만2천 건의 추가범죄가 일어났다는 보고서가 발표됐다. 스웨덴에서는 강간 신고가 급증했다. 다큐멘터리 제작자 호로위츠는 다큐멘터리 '스톡홀롬 신드롬'에서 "세련된 가구와 사우나로 유명했던 스웨덴이 '이제는 강간 수도'라고 보도했다. 폴란드의 한 잡지는 '이슬람의 유럽 강간'이라는 제목의 커버스토리를 실었다. 유럽에 '이슬람 포비아'가 득세하면서 프랑스 마린 르펜 극우 전선 대표, 제바스티안 쿠르츠 오스트리아 총리와 같은 우파 정치인들이 대중의 지지를 얻었다.

하지만 이 같은 '이슬람 포비아'는 대부분 사실에 기초하지 않았다. 독일 정부 보고서에 기재된 40만2천 건의 '초과 범죄' 대부분은 사전 허가 없이 국경을 넘은 범죄였다. 정의 자체가 새로 들어온 이주자만 저지를 수 있는 범법 행위였던 것이다. 스톡홀롬도 강간의 수도가 아니었다. 스웨덴 범죄실태조사에 따르면 2015년 성폭행을 당했다고 밝힌 사람은 인구의 0.06%'로, 잉글랜드나 웨일스의 0.17%보다 낮았다.

마린 르펜 프랑스 국민연합 대표
마린 르펜 프랑스 국민연합 대표

[연합뉴스 자료사진. AFP통신 제공].

미국의 과학저널리스트인 소니아 샤가 쓴 신간 '인류, 이주, 생존'(메디치)은 인류의 이주 역사를 조명한 책이다. 저자가 생물학, 역사학, 의학, 인류학 등 다양한 학문에 토대를 두고 연구한 이 책은 나와 다른 사람, 다른 인종에 대한 유구한 혐오의 기록을 담고 있다.

강력한 무력을 토대로 식민지를 정복해가던 18세기 유럽. 스웨덴 생물학자 칼 린네는 인간을 우등하고, 열등한 종족으로 분류해 우생학에 디딤돌을 놓았다. 그는 유럽인을 "적극적이고, 영리하며 창의적"이라고 분류했고, 아시아인은 "노랗고, 음침하고, 탐욕스럽다"고 설명했다. 가장 열등한 민족은 아프리카인이었다. 그는 "검고, 무표정하고, 게으른 그들은 완전한 인간이 아닐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아프리카인을 하나님이 창조한 유럽인과 '동일한 인간'이라고 믿을 수 없었던 유럽인들은 린네의 '분류법'을 열광적으로 받아들였다. 인간이라고 다 같은 사람이 아니었다. 피부가 흰 유럽인이 아니라면, 인간은 동물과 다름없었다.

사르지에 바트먼의 사례가 이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1810년 네덜란드의 한 사업가는 남아프리카공화국 케이프타운에서 바트먼이란 이름의 여성을 구매해 유럽의 수도를 돌아다니며 순회전시를 열었다. 바트먼은 사슬에 메인 곰처럼 자신의 우리 안에서 앞뒤로 움직이라는 명령을 받곤 했다. 관람객은 추가 요금을 내면 그녀를 뒤에서 찔러볼 수도 있었다. 잔혹하게 시달리던 바트먼은 26세에 죽었다. 시체는 해부됐다. 하지만 유럽인과 다르다는 유의미한 신체의 특성은 발견되지 않았다.

유럽에서 커다란 인기를 구가한 린네식의 분류법은 급기야 신대륙 미국으로 확산했다. 혐오라는 인간이 만들어낸 바이러스와 함께다.

경제학자이자 인종 이론가인 미국 MIT 공대 윌리엄 리플리 교수는 이주자의 몸 안에는 아주 미세한 시한폭탄이 들어있어서 그들이 인구 안에 유입되면 영구적 오염을 일으킬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민에 대한 기존 정주민의 혐오는 괴물처럼 자랐다. 지금은 진보언론의 상징이 된 뉴욕타임스가 1917년 '제정신이 아닌 외국인의 꾸준한 유입'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낼 정도였다.

전 세계 난민 이동
전 세계 난민 이동

[메디치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

그러나 이런 혐오를 딛고 세상은 발전하기 마련이다. UC버클리의 앨런 윌슨은 서로 다른 인종과 대륙 출신인 여성 147명의 태반을 분석한 결과, "이들의 조상이 같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루카 카발리 스포르자는 DNA 분석을 근거로, "우리가 불과 수십만 년 전에 아프리카 밖으로 이주했음"을 과학적으로 입증했다.

오늘날 토착 아메리카인들은 시베리아 북동부 추크치족과 유전자를 공유한다. 이는 이들의 조상이 아시아에서 아메리카로 이주했다가 되돌아갔음을 시사한다. 저자는 동질적 조상이라는 집단은 한 번도 존재한 적이 없다고 말한다. 유전학적으로 다른 여러 집단이 그 지역으로 이주해서 다양하게 섞이고 융합했다는 것이다. 오늘날 서유럽인들도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혼종의 후손"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이주의 동력은 화산폭발, 가뭄과 같은 기후변화, 식량과 땅 확보와 같은 경제적 이유 등 다양하다. 저자는 인간은 야생동물의 자취를 따라 계속 따라다녔고, 지금도 일자리와 경제적 안정을 얻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고 말한다.

이런 이주 과정에서 유전자 변이도 발생했다. 북쪽 기후대에 속하는 사람들은 비타민 D를 흡수하는 능력을 높이고자 창백한 피부색으로 발전했고, 인도 갠지스강 삼각주 인근에 사는 사람들은 콜레라를 피하고자 O형을 기피하는 형태로 진화했다. O형은 콜라라 감염에 가장 취약한 혈액형이다.

저자는 이처럼 다양한 사례를 제시하면서 사람들은 이주 본능을 지니고 있고, 우리 몸은 유전자적으로 변형될 수 있도록 진화했다고 말한다.

"생명은 움직인다. 어제도, 오늘도. 수 세기 동안 우리는 이주가 본능이라는 사실을 숨기고 그것을 공포의 조짐이라며 악마화했다. 우리의 과거와 몸과 자연계에 관한 이야기를 만들어낼 때 이주를 비정상으로 취급했다. 이는 착각이다. 그리고 그것이 한 번 무너지면 온 세상이 뒤집힌다."

성원 옮김. 432쪽. 2만2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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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uff27@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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