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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시선] 주는 쪽도 받는 쪽도 믿기 힘든 '배달사고'

송고시간2021-07-22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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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연합뉴스) 고일환 특파원 = '배달사고'라는 표현에는 단순한 '사고'라기보다 '사건'이란 뉘앙스가 더 강하다.

당초 신문이나 우유 등의 배송 착오를 뜻하는 말이었지만, 1997년 한국 사회를 흔들었던 한보사건을 계기로 범죄 수법을 설명하는 용어로 의미가 확장됐기 때문일 것이다.

당시 한보그룹 정태수 총회장이 뇌물을 줬다고 진술한 수많은 정치인 중 일부가 검찰에 소환된 이후에도 끝까지 결백을 주장했다.

이에 검찰은 정 총회장과 그가 돈 심부름을 시킨 측근, 정치인을 3자 대질신문해 중간 전달책이 돈을 착복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이후 뇌물 중간 전달책이 돈의 일부나 전부를 빼돌리는 사건에 대해선 '배달사고'라는 표현이 정착됐다.

처음에는 배달사고로 다뤄졌지만, 반전이 발생하는 경우도 있다.

뇌물을 받은 뒤에도 시치미를 떼다가 사실이 드러난 경우와 뇌물을 주라는 지시 자체가 없었는데도 줬다고 뒤집어씌우는 경우다.

3자 대질신문에서 진실이 밝혀지지 않을 경우 수사기관은 CCTV 동영상이나 목격자들의 진술, 관계자의 알리바이 등으로 진실에 접근한다.

물론 꼭 뇌물 전달이 아니더라도 배달사고라는 표현을 쓸 수 있는 상황도 적지 않다.

최근 국내 정치 문제에 대한 중국의 개입 논란도 좋은 예다.

[제주=연합뉴스 자료사진] 싱하이밍 주한 중국대사

[제주=연합뉴스 자료사진] 싱하이밍 주한 중국대사

싱하이밍 주한중국대사는 지난 16일 신문 기고를 통해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배치에 대한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입장을 공개 반박했다.

야권이 '중국이 대선에 개입하려고 하는 것 아니냐'고 문제를 제기하자 외교부는 뒤늦게 대처 사실을 공개했다.

싱 대사의 기고 당일 외교 경로를 통해 중국 측에 신중히 발언할 것을 요청했다는 것이다.

또한 외교부는 지난 20일에는 고위당국자가 상견례 차 청사를 찾은 싱 대사에게 직접 입장을 전했다는 사실도 추가로 공개했다.

설명에 따르면 외교부는 중국 측에 두 차례나 주의를 당부했다. 그러나 중국의 입장에는 티끌만큼의 변화도 없는 것으로 보인다.

자오리젠(趙立堅)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21일 정례브리핑에서 싱 대사의 한국 대선 개입 논란과 관련한 질문에 "외교관의 역할을 한 것"이라고 단언했다.

한술 더 떠 "최근 한국의 일부 정치인들이 홍콩과 사드 문제에 대한 입장을 밝혔는데, 일부 관점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EPA=연합뉴스 자료사진] 자오리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

[EPA=연합뉴스 자료사진] 자오리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

중국의 반응만 본다면 외교부가 주의를 당부한 것이 사실인지 의문이 들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것이 아니라면 싱 대사가 본국에 우리 정부의 입장을 제대로 전달하지 않았거나, 중국 정부가 한국 정부의 입장을 대놓고 무시하는 것이 아니냐는 해석도 가능하다.

외교부가 처음부터 초치 형식을 통해 공개적으로 싱 대사에게 주의를 당부했다면 도렴동을 향한 '배달사고' 시선 자체가 없었을 것이다.

외교부는 지난 2019년에도 해리 해리스 주한미국대사를 사실상 초치해 경고를 한 전례가 있다.

당시 외교부 고위관계자는 "동맹에도 할 말은 한다"고 밝혔다. 이 같은 원칙은 모든 국가에 적용돼야 한다.

kom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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