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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시선] 미국 코로나 대응에 과학의 귀환 그리고 정치의 저주

송고시간2021-07-25 0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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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 정부 들어 감염 줄다가 보수층 '反백신'에 접종 주춤하며 재확산

화이자의 코로나19 백신이 담긴 주사기. [로이터=연합뉴스 자료사진]

화이자의 코로나19 백신이 담긴 주사기. [로이터=연합뉴스 자료사진]

(샌프란시스코=연합뉴스) 정성호 특파원 = 올해 1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취임하면서 '과학의 귀환'을 선언했다.

전임자인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시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대처 과정에서 정치에 밀려 변두리로 추방된 과학에 온당한 사령탑의 자리를 주겠다는 선언이었다.

당시 바이든 대통령은 "전문가와 과학자들이 정치적 간섭으로부터 자유롭게 일하고 정치적 결과가 아니라 과학과 건강만을 바탕으로 엄격하게 결정을 내리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그의 공언대로 미 행정부의 코로나19 대처에는 과학이 돌아왔다. 지난 겨울 거의 하루 30만명까지 나왔던 코로나19 확진자가 1만명선으로 줄어들고, 백신 접종자가 마스크를 벗고 거리를 활보할 수 있게 된 것은 그 성과일 것이다.

그런데 미국에서 코로나19가 다시 확산하기 시작했다. 직접적 원인은 역대 최강의 전파력을 지녔다는 인도발(發) 변이 코로나바이러스인 '델타 변이'일 것이다.

미국에서 코로나19 대응의 최전방에 있는 로셸 월렌스키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 국장은 델타 변이를 일컬어 "우리가 알고 있는, 그리고 내 20년 (의사) 경력 동안 본 가장 전염성 강한 호흡기 바이러스의 하나"라고 말했다.

그러나 델타 변이는 미국의 코로나19 재확산을 설명하는 절반의 요인이다. 나머지 절반의 책임은 백신 거부 운동이 짊어져야 할 것이다.

워싱턴포스트(WP)는 최근 칼럼에서 이번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을 이전의 다른 모든 팬데믹과 구별 짓는 특징으로 신종 전염병이 등장한 지 불과 몇 달 만에 효능이 탁월한 백신을 개발한 점을 꼽았다.

그러면서 "과학이 허락한 것을 정치가 앗아가는 듯하다"고 논평했다. 효과 좋은 백신을 잔뜩 보유한 미국이지만 주류 정치 세력인 공화당과 보수 미디어가 반(反)백신주의를 끌어안으면서 미국에서 백신 접종은 정치적 행위가 됐다는 인식에 기반한 평가다.

WP는 오늘날 미국에서 전개되는 반백신 운동이 미증유의 일이라고 짚었다. 과거에도 백신을 거부하는 사람은 있었다. 그러나 이는 변방의 소수자에 불과했고, 이들로 인해 사회가 치러야 하는 대가도 통상 크지 않았다.

백신 거부 정서는 미국뿐 아니라 다른 나라들에도 있다. 하지만 주류 정당이 대규모로 허위정보를 퍼뜨리는 미국과 같은 수준의 국가는 거의 없다고 WP는 지적했다.

그러면서 미국에서 퍼진 허위정보가 해외로 수출돼 전 세계의 반백신주의자들에게 정당성을 부여하고 있다고 이 신문은 자조적으로 짚었다.

미국 캘리포니아 할리우드에서 한 남성이 미국 국기 문양이 프린트된 마스크를 쓰고 있다. [AP=연합뉴스 자료사진]

미국 캘리포니아 할리우드에서 한 남성이 미국 국기 문양이 프린트된 마스크를 쓰고 있다. [AP=연합뉴스 자료사진]

바이든 행정부는 독립기념일(7월 4일)을 코로나19로부터 독립하는 날로 만들겠다고 공언했고, 실제 당시 백악관과 워싱턴DC를 포함한 미 전역에서는 많은 이들이 마스크를 벗고 전통에 따라 거리로 나와 밤하늘을 무대로 펼쳐진 불꽃놀이를 구경하며 이날을 기념했다.

그러나 이날을 기점으로 사그라들던 미국의 코로나19에 다시 불이 붙었다. 공교롭게도 델타 변이가 확산하는 시점과 포개졌기 때문일 수도 있지만 어쨌거나 적어도 당분간 재확산세는 잠잠해지지 않을 듯하다.

세계 곳곳에는 여전히 코로나19 백신을 충분히 확보하지 못해 발을 동동 구르는 나라들이 적지 않다. 그런 와중에도 미국은 화이자의 코로나19 백신 2억회분을 추가로 구매했다. 부스터샷과 어린이 접종 대비용이라고 한다.

여러 백신 중에서도 효능이 좋다고 입소문 난 화이자와 모더나 백신은 모두 미국 제약사의 제품이다. 실제 미국에서 접종된 코로나19 백신의 95% 이상이 화이자·모더나 백신이다.

그러나 상당수의 미국인은 이 백신을 맞고 싶어하지 않는다. 백신을 다 맞은 인구의 비율은 23일 기준 48.9%로 여전히 절반이 안 된다.

이 비율은 6월 1일 40.6%였는데 7월 1일에는 46.6%로 한달간 6.0%포인트 상승하는 데 그쳤고, 그 뒤로 20일간 2.3%포인트 오르는 등 정체된 양상이다.

얼마 전 백신 접종에서 한참 뒤졌던 캐나다가 접종률에서 미국을 추월하자 미 언론은 이를 일제히 보도했다. 일부 미국인에게는 충격적이었던 모양이다.

물론 백신이 만병통치약은 아니다. 2번 다 접종하고도 코로나19에 걸리는 이른바 '돌파 감염' 소식이 잊을 만하면 외신에 나온다. 그러나 확률적으로 드문 돌파 감염 가능성이 백신의 쓸모를 무력화하지는 않는다.

델타 변이를 포함해 감염됐을 때 중증에 걸려 병원에 입원하거나 사망하는 일을 막는 데는 백신의 효능이 여전히 탁월하다는 연구 결과가 계속 나오고 있다.

과학이 돌아오면 모든 게 해결될 것 같았지만 착각이었다. 과학보다 장악력이 더 큰 정치가 과학을 거부하면서 미국의 팬데믹은, 그리고 영국과 인도발 변이를 통해 운명 공동체임이 입증된 전 세계의 팬데믹은 더 길어질 듯하다.

모든 수사나 정치 구호는 실체적 진실을 100% 반영하기보다는 그 진실의 일부를 과감히 내버려 진실의 일면만을 부각하기 마련이다. 이런 맥락에서 조금 과장된 수사가 허용된다면 지금 미국의 상황은 '과학의 축복, 정치의 저주'라 할 만하다.

sisyph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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