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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남 암살사건…'장기판의 말'이 된 여성들

송고시간2021-07-29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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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의자들의 이야기 따라가는 미국 다큐멘터리 '암살자들'

(서울=연합뉴스) 한미희 기자 = 2017년 2월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국제공항에서 벌어진 김정남 암살 사건은 전 세계를 놀라게 했다. 북한 최고지도자 김정은의 이복형인 김정남은 후계 구도에서 밀려나 해외를 떠돌던 중이었다.

국제공항의 촘촘한 CCTV에 암살 순간이 고스란히 남은 사건의 용의자로 체포된 두 사람은 인도네시아와 베트남 출신의 젊은 여성이었다.

다큐멘터리 '암살자들'
다큐멘터리 '암살자들'

[왓챠/더쿱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인도네시아 출신의 시티 아이샤는 두 정부 간 협상으로 갑자기 공소가 취소돼 풀려났고, 베트남 출신의 도안 티 흐엉은 살인 혐의에서 상해 혐의로 공소가 변경된 뒤 복역 후 출소했다.

사건 현장에 있었고, 암살의 배후로 의심되는 북한 관계자들은 사건 직후 모두 북한으로 돌아가거나 종적을 감춘 뒤여서 사건 자체는 여전히 미제로 남아있다.

미국 다큐멘터리 감독 라이언 화이트는 너무나도 명백한 증거에 따라 교수형에 처해질 것으로 예상됐던 두 사람의 재판 과정부터 출소 이후까지 2년여의 시간을 따라가며 두 여성의 배경과 이야기에 집중해 '암살자들'을 완성했다.

주요 발화자는 두 사람의 변호인단과 두 명의 언론인이다.

양국의 변호인단은 결정적인 자료와 증언들을 제공하고, 국제기구에 속해 말레이시아 정부의 입김으로부터 자유로운 현지 기자 하디 아미즈가 수사와 재판 과정의 부당함을 증언한다. 북한 취재 경험이 많은 애나 파이필드 워싱턴포스트 베이징 지국장은 암살 사건의 배경과 맥락을 설명한다.

이들의 주장과 근거들은 두 젊은 여성이 '인터넷에 올릴 몰래카메라 출연 제의를 받아들였을 뿐'이라고 한 일관된 주장에 힘을 실어준다. 애나 파이필드는 두 여성이 "거대한 장기판의 말"로 이용됐다고 말한다.

다큐멘터리 '암살자들'
다큐멘터리 '암살자들'

[왓챠/더쿱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시티는 가난하고 불행했던 결혼 생활을 끝내고 더 나은 삶을 위해 쿠알라룸푸르로 왔지만, 유흥업소에서 일하게 된다. 연예인을 꿈꿨기에 넉넉한 보수의 몰래카메라 출연 제안을 흔쾌히 받아들였다.

아이돌 경연대회에 참가하는 등 스타를 꿈꿔왔던 도안 역시 손쉽게 돈을 벌고 유명해질 기회를 거절하지 않았다.

실제 그들은 우연히 소개받은 북한 남자들의 지시에 따라 모르는 사람들에게 다가가 손을 잡거나 볼에 뽀뽀하는 몰래카메라 영상을 촬영했고, 나중에는 손에 로션을 바른 뒤 사람의 얼굴에 문지르는 촬영도 했다.

전세계로 진출할 수 있다는 꿈에 부풀어 공항이나 비행기 티켓 등을 SNS에 사진과 영상으로 남겼다. 계획된 암살을 수행한다는 사실을 알았더라면 절대 하지 않을 행동이었다.

지시를 내린 북한 남자가 '로션을 눈에 발라야 재밌다'며 수정을 요구한 문자도 남아있다. 하지만 사건 당일 그들의 손에 발라진 것은 로션이나 오일이 아니라 맹독성 화학물질인 VX 신경작용제였다.

시티는 석방된 뒤 인도네시아에 돌아와서야 수많은 기사들을 검색한 끝에 김정은과 김정남 형제가 누군지, 자신이 용의자로 몰렸던 사건의 전말을 알았다며 "김정남에게 미안하다"고 사과한다.

귀국길에 "여전히 배우가 되는 게 꿈"이라고 말했다가 많은 비난을 받았던 도안은 "사람을 믿는 일을 조심하며 살아가겠다"며 눈물을 지었다.

지난해 선댄스 영화제에서 처음 공개된 영화는 이번 국내 개봉을 앞두고 영화진흥위원회의 재심사 끝에 예술영화로 인정받았다. 8월 12일 개봉.

[왓챠/더쿱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왓챠/더쿱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mih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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