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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트체크] 미국서 허위보도하면 1천억원 징벌 배상?

송고시간2021-08-01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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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권 징벌배상제 도입 추진…조국 'LA조선일보 소송' 예고에 美 판례 관심

美법원 90년대 2천만 달러 배상 선고…언론사의 '실질적 악의' 입증이 관건

'언론의 징벌적 손해배상' 긴급 토론회
'언론의 징벌적 손해배상' 긴급 토론회

(서울=연합뉴스) 진연수 기자 = 2월24일 오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언론중재법 개정법률안의 쟁점 - 언론의 자유와 책임'을 주제로 열린 2021 미디어 관련 법률안의 쟁점 연속기획 긴급토론회에서 토론자들이 발표하고 있다. 2021.2.24

(서울=연합뉴스) 임순현 기자 = 여권이 허위보도로 명예를 훼손한 언론사에 실제로 받은 피해의 5배에 달하는 징벌적 손해배상을 선고하는 언론중재법 개정안을 추진하면서 미국의 '징벌적 손해배상제'(punitive damages)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

일각에선 '미국에서 가짜 뉴스를 내면 1천억 원을 배상한다'는 주장을 내세워 이 개정안을 찬성하는 근거로 삼기도 한다.

최근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성매매 기사에 자신의 딸을 연상케 하는 일러스트를 사용한 LA조선일보에 1억 달러(약 1천200억원)에 이르는 손해배상 소송을 미국 법원에 제기할 수 있다고 언급, 징벌적 손해배상제에 관심이 더 쏠리게 됐다.

피해자의 실제 피해와 정신적 위자료를 손해배상으로 인정하는 한국 법원과 달리 벌금형처럼 불법행위를 처벌하는 것에 가까운 천문학적 금액을 배상케하는 미국의 이 제도를 국내의 언론보도에 적용할 수 있을지를 두고 설왕설래가 이어지고 있다.

열린민주당 '오보방지 및 허위보도 징벌적 손배제' 법안 발의
열린민주당 '오보방지 및 허위보도 징벌적 손배제' 법안 발의

[연합뉴스 자료사진]

◇ 美 법원 96년 2천만달러 징벌배상 선고…'소송전 합의'로 해결 선호

미국은 '발언의 자유를 저해하거나, 출판의 자유를 제한하는 어떠한 법률도 만들 수 없다'는 수정헌법 1조에 따라 언론보도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을 직접적으로 규정한 법률을 갖고 있지는 않다.

대신 미국 법원은 수정헌법에 따라 보호되는 언론의 자유에 해당하지 않는 '악의적 허위보도'에 대해선 피해자의 실질적 손해를 훨씬 넘는 징벌적 손해배상을 판례로 인정한다.

영미법 계통 국가인 미국 법원이 '가해자가 피해자에게 악의를 품고 불법행위를 한 경우 실제 손해액보다 고액을 배상하게 해 불법행위의 반복을 막겠다'는 취지에서 도입된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언론사의 악의적 보도에도 적용하는 것이다.

대표적인 판례로 1983년 미국 연방대법원이 "가해 언론사는 피해자에게 30만 달러의 징벌적 손해배상을 포함해 총 40만 달러를 배상하라"고 판결한 '거츠 대 로버트 웰치 사건(Gertz vs Robert Welch) 사건이 있다.

시카고의 인권변호사 엘머 거츠가 자신에 대해 "산업민주주의 마르크스주의 연맹의 간부로서 이 단체는 미국 정부를 폭력으로 점거하는 것을 옹호한다"고 허위 보도한 지역 언론사를 상대로 낸 소송이었다.

2심을 맡은 연방고등법원은 "해당 언론사가 명예를 훼손하는 문구를 사전에 거의 확인 해보지도 않고(주의 태만), 극우성향을 가진 작가의 글을 근거로 명예훼손적 정보를 추가로 덧붙였다(실질적 악의)"라며 징벌적 손해배상을 인정했다.

최종심인 연방대법원도 이 판단을 그대로 받아들였다.

당시 미국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약 1만5천달러였던 점을 고려하면 배상액 40만달러는 적지 않은 액수라고 할 수 있다.

미국 법원의 언론사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 규모는 1990년대 들어서 더욱 커졌다.

1993년 뉴욕주 제4항소법원은 구타사건의 피해자를 다른 사람으로 오인해 보도한 지방 언론사에 1천만 달러의 징벌적 손해배상을 선고했다.

이 사건에서 법원은 피해자의 실질적 금전 손해를 140만 달러로 인정했는데, 이보다 7배가량 많은 징벌적 손해배상을 인정한 것이었다.

1996년에는 필라델피아주 대법원이 "검사가 살인사건 관련해 불법행위에 연관됐다"고 허위로 보도한 지방 언론사에 2천150만 달러의 징벌적 손해배상을 선고하기도 했다.

2000년대 이후에는 징벌적 손해배상 판결을 거의 찾아볼 수 없는데, 이는 엄청난 액수의 징벌적 손해배상 판결이 연이어 나오자 언론사들이 소송 전 합의를 통해 피해를 보상하는 방식을 선호했기 때문으로 파악된다.

미국 뉴욕주 변호사인 홍승진 법무법인 광장 미국법자문사는 연합뉴스에 "1990년대 미국 법원이 선고한 징벌적 손해배상 규모는 지금으로 치면 거의 1억 달러에 육박하는 수준"이라며 "최근에는 거액의 징벌 배상액과 소송비용, 긴 소송 기간 등을 고려해 소송 전에 당사자끼리 합의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미국 연방 대법원
미국 연방 대법원

[EPA=연합뉴스자료사진]

◇미 법원 "언론사의 '실질적 악의' 인정돼야 징벌 배상"

미국 법원의 판례를 고려해 조 전 장관 모녀가 미국에서 소송을 통해 징벌적 손해배상을 받기 위해선 해당 보도에 대해 '주의 태만'과 '실질적 악의'가 인정돼야 한다.

해당 언론사가 보도 내용에 명예를 훼손하는 거짓이 있다는 것을 미리 알았거나, 보도의 진위를 무모할 정도로 무시했다는 점을 원고가 입증해야 징벌적 손해배상을 받을 수 있는 것이다.

미 연방대법원은 1988년 판결에서 "공적 인물은 언론보도 등 명예훼손적 표현이 실질적 악의를 갖고서 공표됐음을 증명하지 않으면 터무니없고 추잡한, 고의적인 풍자로 입은 정신적 고통에 대해 손해배상을 받을 수 없다"고 판단한 바 있다.

조 전 장관의 딸은 법원에서 공적 인물이 아니라고 인정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이 같은 연방대법원의 관점을 곧바로 적용하기는 어려울 수 있다.

사적 인물이 언론사에 징벌적 손해배상을 받는 조건은 미 연방법원과 각 주법원이 다르게 판단하는 터라 조 전 장관 모녀가 어떤 법원에 소송을 제기하느냐에 따라서도 결과가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일단 연방대법원의 입장은 사적 인물 역시 큰 액수의 징벌적 손해배상을 받기 위해선 언론사의 실질적 악의를 입증해야 한다는 입장인 것으로 파악된다.

연방대법원은 거츠 변호사 사건에서 "사적 인물에 대한 기준은 최소한 과실의 입증이 요구되지만, 징벌적 손해배상을 구하려며 여전히 실질적 악의를 입증해야 한다"고 판단한 바 있다.

연방대법원은 이 같은 입장을 현재까지 유지하기 때문에 조 전 장관이 연방법원에 소송을 제기한다면 언론사의 실질적 악의를 증명해야 징벌적 손해배상을 받게 될 가능성이 크다.

이승신 한국언론법학회 회장(충남대 법학전문대학원)은 연합뉴스에 "(연방대법원의) 징벌적 손해배상 원칙 자체가 폐지되지 않았기 때문에 실질적 악의를 입증해야 한다"면서 "마찬가지로 실질적 악의가 입증되면 거액의 징벌 배상이 인정되는 기조도 유지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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