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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酒먹방] 스파클링 막걸리의 원조

송고시간2021-09-03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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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순도가 손막걸리

울산 울주군에 있는 양조장 복순도가 [사진/전수영 기자]

울산 울주군에 있는 양조장 복순도가 [사진/전수영 기자]

(울산=연합뉴스) 김희선 기자 = 톡톡 터지는 탄산을 강조한 막걸리는 전통주 업계에서 요즘 가장 핫한 제품군이다.

탄산이 주는 청량감과 깔끔한 맛 덕분에 젊은 층으로부터 인기를 끌면서 '스파클링 막걸리'라는 새로운 카테고리가 형성됐다.

울산 울주군에 있는 복순도가는 바로 이 스파클링 막걸리 시장을 연 선두주자로 꼽힌다.

◇ 발효건축

양조장 외관부터 남다르다. 온통 먹색으로 뒤덮인 단층 건물이 모던한 분위기를 풍기면서도 논밭으로 둘러싸인 주변 풍경과 절묘하게 어울린다.

복순도가 양조장 건물은 건축을 전공한 김민규 대표가 '발효건축'의 개념을 담아 직접 설계했다. [복순도가 제공]

복순도가 양조장 건물은 건축을 전공한 김민규 대표가 '발효건축'의 개념을 담아 직접 설계했다. [복순도가 제공]

가까이 다가가 보니 볏짚을 꼬아 만든 새끼줄이 건물 외벽을 뒤덮고 있다.

완전히 검은색도 아닌 오묘한 먹빛을 띠고 있는 것은 볏짚을 태운 재를 외부 벽에 이겨 바르고 불로 그을렸기 때문이다.

독특한 양조장 건물은 건축을 전공한 복순도가 김민규 대표가 '발효건축'의 개념을 담아 설계한 것이다.

김 대표는 "발효는 유기물이 인간에게 유용하게 바뀌는 과정"이라며 "이 발효의 의미를 공간과 대지와 사람과 공동체에 어떻게 확장하고 발전시킬 수 있을까 생각하면서 나온 것이 발효건축"이라고 설명했다.

발효실에 난 조그만 창들을 통해 내다본 모습 [사진/전수영 기자]

발효실에 난 조그만 창들을 통해 내다본 모습 [사진/전수영 기자]

양조장은 "땅에서 생산되는 쌀로 그 땅에 사는 사람들이 술을 빚는 곳이고, 이 과정에서 대지와 사람이 발효되는 유기적 공간이 된다"고 생각한 그는 논에서 나온 부산물인 볏짚에 주목했다.

"옛날 사람들은 볏짚으로 새끼를 꼬아 일상에 필요한 것들을 만들었고, 논에서 볏짚을 태우며 한 해 농사를 마감했어요. 볏짚을 태우는 행위에는 병충해 방지 목적도 있지만, 그해 수확에 감사하고 다음 해 풍요를 기원하는 정서적 의미가 컸죠. 이렇게 사람들에게 쓸모 있게 변해가는 볏짚과 그 재를 건축에 적용했습니다."

볏짚으로 꼰 새끼줄과 볏짚을 태운 재로 마감한 양조장 외벽이 독특하다. [사진/전수영 기자]

볏짚으로 꼰 새끼줄과 볏짚을 태운 재로 마감한 양조장 외벽이 독특하다. [사진/전수영 기자]

◇ 시어머니에서 며느리로…전통 방식 그대로

양조장 내 발효실에는 70년 된 큼직한 항아리들이 늘어서 있다. 뚜껑을 열면 막걸리가 숙성되며 보글보글 탄산을 내뿜는 소리를 들을 수 있다.

복순도가는 국내산 밀로 직접 띄운 누룩과 이 지역에서 재배한 쌀로 술을 빚어 옹기 항아리에서 발효하는 전통 방식을 고집하고 있다.

김 대표의 어머니인 박복순 씨가 시어머니로부터 물려받은 방식이다.

"집안 대대로 양조장을 해왔던 건 아니고 가양주로 조금씩 만들었는데 할머니 솜씨가 좋았나 봐요. 어렸을 적 동네 어르신들이 할머니 댁에 채소나 과일을 놓고 가곤 했던 기억이 있는데 나중에 들어보니 술대접 잘 받았다며 주신 거였어요. 저희 집에서 만든 술을 주위 분들이 좋아하시고 제품으로 만들었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도 하셔서 어머니 이름을 딴 브랜드를 만들게 됐죠."

큼지막한 항아리가 늘어서 있는 발효실 내부 [사진/전수영 기자]

큼지막한 항아리가 늘어서 있는 발효실 내부 [사진/전수영 기자]

2010년 설립된 복순도가는 김정식·박복순 부부와 두 아들이 함께 꾸려가는 양조장이다.

장남인 김민규 씨는 아버지와 함께 대표를 맡으며 제품 디자인과 브랜딩, 마케팅을 담당하고 있다.

차남 김민국 씨는 술 빚는 어머니를 도와 발효과정을 과학적으로 체계화하면서 제품을 개발하는 역할을 한다.

양조장 이름 '복순도가'에는 '질그릇 도(陶)'가 아닌 '도시 도(都)'를 쓴다. 농촌과 도시를 연결하는 매개 역할을 하겠다는 뜻을 담은 것이다.

◇ 막걸리계의 돔페리뇽

복순도가의 대표 제품은 양조장 설립과 함께 선보인 '손막걸리'다.

입안 가득 터지는 탄산과 상큼한 신맛 덕분에 '막걸리계의 돔페리뇽'이라는 별칭을 얻었다.

한 모금 마셔보니 정말 막걸리라기보다는 샴페인을 마시는 느낌이 든다. 풍부한 탄산의 비결은 직접 빚은 누룩과 저온 발효에 있다.

김 대표는 "전통 방식으로 만든 누룩으로 술을 빚어 옹기 항아리에 넣고 낮은 온도에서 20∼25일 발효시키면 자연적으로 탄산이 생긴다"며 "병입할 때에도 탄산이 빠져나가지 않도록 뚜껑을 밀봉한다"고 설명했다.

수작업으로 막걸리를 빚고 있다. [복순도가 제공]

수작업으로 막걸리를 빚고 있다. [복순도가 제공]

손막걸리는 2012년 서울 핵안보정상회의, 2013년 청와대에서 열린 재외공관장 만찬에서 공식 건배주로 선정되면서 더욱 유명해졌다.

1병에 1만2천원으로 보통 막걸리보다 10배쯤 비싸지만 10년 넘게 인기를 끌면서 전통주 시장에 '스파클링 막걸리'라는 새로운 시장을 열었다.

손막걸리 이후 오희, 이화백주, 지평 이랑이랑, 편백숲 딸기 스파클링 등 수많은 스파클링 막걸리가 전국 각지의 양조장에서 출시됐다.

복순도가는 손막걸리 외에도 100일 이상 저온 숙성한 탄산 없는 탁주, 맑은 술인 약주와 증류식 소주, 과하주 등 다양한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전통주 생산을 넘어 '발효'라는 콘텐츠를 통해 지역을 알리기 위한 '발효마을' 프로젝트도 추진 중이다.

막걸리 양조뿐 아니라 발효와 관련된 지역의 다양한 콘텐츠를 통해 도시 청년들의 농촌 정착을 돕는 것이 이 프로젝트의 목표다.

양조장 옆에는 제품을 시음하고 구입할 수 있는 공간이 있다. [사진/전수영 기자]

양조장 옆에는 제품을 시음하고 구입할 수 있는 공간이 있다. [사진/전수영 기자]

※ 이 기사는 연합뉴스가 발행하는 월간 '연합이매진' 2021년 9월호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hisunn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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