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국가기간뉴스 통신사 연합뉴스
국가기간뉴스 통신사 연합뉴스
댓글

[여기 어때] 공예에 관한 모든 것, 서울공예박물관

송고시간2021-09-01 07:30

댓글

조선왕실 별궁터·옛 풍문여고 자리에 개관

고대부터 현대까지 공예의 변천 한눈에

서울공예박물관에 전시된 자수 공예품 [사진/조보희 기자]

서울공예박물관에 전시된 자수 공예품 [사진/조보희 기자]

(서울=연합뉴스) 김희선 기자 = 풍문여고가 자리했던 종로구 안국동 175번지 터는 역사적으로 많은 사연이 깃든 장소다.

조선왕조실록에 따르면 세종은 자신이 가장 아꼈던 막내아들 영응대군을 위해 이 일대에 있던 민가 60여채를 헐고 별궁을 지어주었고, 말년에는 이곳에 머물다 승하했다.

고종이 안동별궁을 지었던 것도 바로 이 터다. 1882년 이곳에서 왕세자 이척(순종)과 세자빈 민씨(순명효황후)의 호화로운 결혼식이 거행됐다.

1940년대에는 이 자리에 풍문학원(풍문여고)이 들어섰고, 이후 약 70년간 학생들의 배움터 역할을 했다.

하지만 도심 거주 인구가 줄어들며 학생 수가 급감하자 2017년 학교가 강남구 자곡동으로 옮겨갔다.

옛 풍문여고 건물을 리모델링한 서울공예박물관 [서울공예박물관 제공]

옛 풍문여고 건물을 리모델링한 서울공예박물관 [서울공예박물관 제공]

학생들이 떠난 빈 건물은 공예의 역사를 담은 박물관으로 재탄생했다.

서울시가 기존 학교 건물 5개동을 리모델링하고 안내동과 한옥을 새로 지어 완공한 서울공예박물관은 국내 최초의 공예 전문 공립 박물관이다.

나전칠기박물관, 자수박물관 등 전통 공예를 주제로 한 박물관이 그동안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모든 시대, 모든 분야의 공예를 다루는 박물관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지난 7월 15일 개관식을 열 예정이었던 박물관은 코로나19 탓에 개관식을 무기한 연기한 채 7월 16일부터 사전예약제를 통해 관람객을 받기 시작했다.

학교를 둘러쌌던 담장을 허물고 열린 공간으로 만들었다. [서울공예박물관 제공]

학교를 둘러쌌던 담장을 허물고 열린 공간으로 만들었다. [서울공예박물관 제공]

◇ 모두를 위한 공예…열린 박물관

안국역 1번 출구로 나오니 바로 서울공예박물관 건물이 보인다.

학교 건물과 운동장을 둘러싸고 있던 높은 담장을 허물고 문도 없애 주변이 환해졌다. 사방에서 누구나 접근할 수 있는 열린 박물관이다.

안내동을 거쳐 전시 3동 로비로 들어서니 대나무로 만든 커다란 원형 의자가 먼저 눈길을 끈다. 한창균 작가의 작품인 'Remains & Hive'다.

이뿐만이 아니다. 독특하게 생긴 안내 데스크도, 로비 천장에 매달린 조형물도, 박물관 복도와 마당에 놓여있는 의자들도 모두 작가가 만든 공예품들이다.

9명의 공예가와 함께 "박물관을 공예로 만드는" 오브젝트9 프로젝트를 진행한 덕분에 이처럼 전시장 진열대뿐 아니라 박물관 내외부 곳곳에서 공예품을 만날 수 있다.

전시 3동 로비에 놓인 대나무 의자는 한창균 작가가 만든 작품이다. [사진/조보희 기자]

전시 3동 로비에 놓인 대나무 의자는 한창균 작가가 만든 작품이다. [사진/조보희 기자]

현재 박물관에서는 총 8개의 상설전과 기획전이 열리고 있다.

코로나19에 따른 입장 인원 제한으로 관람 시간이 80분으로 한정되는 반면 전시 규모는 상당히 크기 때문에 8개의 전시를 모두 자세히 둘러보기는 힘들다.

미리 박물관 안내 책자를 보고 동선을 잘 짜서 관심 있는 분야부터 집중적으로 살펴보는 것이 좋다.

먼저 자수와 보자기 공예품을 만날 수 있는 전시 3동으로 향했다.

한국자수박물관을 설립한 허동화·박영숙 부부가 기증한 컬렉션 5천여점 중 일부를 '자수, 꽃이 피다', '보자기, 일상을 감싸다'로 나눠 2층과 3층에서 선보이고 있다.

2층 '자수, 꽃이 피다'에서는 커다란 자수 병풍을 비롯해 주머니, 안경집, 보자기와 옷, 신발 등 일상생활에서 썼던 다양한 자수 공예품을 만날 수 있다. 대부분 19∼20세기 제작된 작품들이다.

실로 그림을 그리듯 한땀 한땀 정성 들여놓은 수에서 옛사람들의 소망과 염원을 읽을 수 있다.

그림과 자수를 비교해 볼 수 있는 '자수 목죽도 4폭 병풍'. 오른쪽에서 세 번째 폭이 그림이고 나머지는 자수다. [사진/조보희 기자]

그림과 자수를 비교해 볼 수 있는 '자수 목죽도 4폭 병풍'. 오른쪽에서 세 번째 폭이 그림이고 나머지는 자수다. [사진/조보희 기자]

대나무를 표현한 '자수 묵죽도 4폭 병풍'은 그림과 자수를 비교해 볼 수 있는 흔치 않은 작품이다.

오른쪽에서 세 번째 폭은 서화가였던 이병직이 먹으로 그린 그림이고, 나머지 폭은 청나라 시인 겸 서예가인 이병수의 그림을 수놓아 표현한 것이다.

먹의 농담을 섬세하게 표현한 자수가 그림보다 오히려 더 입체적이고 화려해 보인다.

전시된 공예품을 더욱 입체적으로 관람하려면 진열대 앞에 놓인 터치스크린을 활용하면 된다.

중요한 작품은 터치스크린을 통해 재료, 제작 방법, 용도, 제작 배경 등을 자세하게 볼 수 있도록 했다.

자수 작품의 경우 터치스크린을 통해 작품 곳곳을 확대해 보면서 어떤 재료로 어떤 자수 기법을 써서 수를 놓았는지 살펴볼 수 있다.

시각장애인들이 공예품의 질감을 손으로 만져 느껴볼 수 있도록 한 촉각 관람존도 곳곳에 설치되어 있다.

시각장애인은 물론, 진열대 안에 놓인 유물을 직접 만져볼 수 없는 일반 관람객에게도 유용할 것 같다.

시각 장애인이 공예품의 질감을 손으로 만져 느껴볼 수 있도록 한 촉각 관람존 [서울공예박물관 제공]

시각 장애인이 공예품의 질감을 손으로 만져 느껴볼 수 있도록 한 촉각 관람존 [서울공예박물관 제공]

◇ 고대부터 현대까지…공예의 역사를 한눈에

전시 1동과 2동의 상설전시실에서 열리는 '자연에서 공예로-장인, 공예의 전통을 만들다'와 '장인, 세상을 이롭게 하다'는 인류의 역사와 함께 발전해 온 공예의 역사를 시대별로 살펴볼 수 있는 전시다.

고대부터 고려 시대, 조선 시대, 대한제국을 거쳐 일제강점기에 이르기까지 장인들의 손에서 탄생한 다양한 공예품을 만날 수 있다.

가장 눈길을 끌었던 것은 현대 장인들에 의해 재현된 고려 시대 나전경함이다.

현대 장인들에 의해 재현된 고려 시대 나전경함 [사진/조보희 기자]

현대 장인들에 의해 재현된 고려 시대 나전경함 [사진/조보희 기자]

현존하는 고려 시대 나전경함 중 유일하게 국내에 보존되어 있는 보물 제1975호를 김의용(소목장), 손대현(칠장), 정명채(나전장), 박문열(두석장) 등 네 명의 장인이 힘을 합쳐 재현했는데 그 무늬가 얼마나 섬세하고 정교한지 감탄이 절로 나온다.

2년여에 걸친 제작과정에 대한 설명도 전시를 통해 보고 들을 수 있다.

두께 0.02㎜의 전복 껍데기를 실톱으로 갈고 오려 폭 1㎜ 내외의 모란 넝쿨무늬 426개와 귀갑 속 꽃무늬 540개, 사슬 무늬 801개 등을 만들어 붙였는데, 문양을 오리는 데에만 1년 이상 걸렸다고 한다.

전시 1동 3층 기획전시실에서는 현대 공예를 조명한 기획전이 열리고 있다. [서울공예박물관 제공]

전시 1동 3층 기획전시실에서는 현대 공예를 조명한 기획전이 열리고 있다. [서울공예박물관 제공]

현대의 공예품을 보고 싶다면 전시 1동, 3층의 기획전시실로 올라가 보자.

광복 이후 현재에 이르기까지 활동해 온 공예가들의 작품을 모아 보여주는 기획전 '공예, 시간과 경계를 넘다'가 열리고 있다.

나무뿐 아니라 금속, 아크릴 등 다양한 재료를 써서 전통 소반을 현대적으로 재현한 작품들, 18세기 조선 시대 백자인 달항아리를 다양한 재료와 빛깔, 패턴으로 재탄생시킨 현대의 달항아리 등이 눈길을 끈다.

3D 프린터를 활용해 제작된 공예품들은 디지털 시대 공예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준다.

작품 옆에 놓인 화면을 통해 작가의 설명을 들으며 제작 과정을 볼 수 있어 더욱 흥미롭다.

인왕산 자락이 한눈에 보이는 교육동 옥상 전망대 [사진/조보희 기자]

인왕산 자락이 한눈에 보이는 교육동 옥상 전망대 [사진/조보희 기자]

서울공예박물관에는 전시실 말고도 빼놓지 말아야 할 볼거리들이 있다. 어린이박물관이 있는 교육동 옥상의 전망대도 그중 하나다.

원형의 4층짜리 건물인 교육동 옥상에 오르면 '이건희 컬렉션 전시관' 후보지 중 하나인 송현동 부지 너머로 인왕산 자락이 한눈에 보인다.

인왕산도 장관이지만, 바로 앞에 내려다보이는 송현동 일대의 풍광에 눈이 번쩍 뜨인다. 서울 도심 한복판에 이런 원시림 같은 숲이 숨어 있었다니, 놀라울 따름이다.

전망대에서 내려다본 송현동 부지 [사진/조보희 기자]

전망대에서 내려다본 송현동 부지 [사진/조보희 기자]

아쉽게도 이곳은 현재 코로나19 때문에 일반 관람객의 출입이 제한되고 있다.

향후 거리두기 단계가 완화되면 4층 카페에서 음료를 사 들고 전망대에서 즐길 수 있도록 개방할 예정이라고 한다.

교육동 옆에 있는 커다란 은행나무도 눈여겨보자. 키가 20m가 넘는 이 은행나무는 400년 넘게 이 자리를 지켜온 고목이다.

나무 그늘에 놓여있는 의자에 앉아 잠시 쉬어가기에 좋다. 돌로 된 의자들은 이재순 작가가 만든 작품 '화합'이다.

고흥, 영주, 원주, 보령, 제주 등 전국 각지에서 온 돌들을 한군데 모았다고 한다.

육동 옆에 서 있는 커다란 은행나무는 수령 400년이 넘는다. [사진/조보희 기자]

육동 옆에 서 있는 커다란 은행나무는 수령 400년이 넘는다. [사진/조보희 기자]

※ 이 기사는 연합뉴스가 발행하는 월간 '연합이매진' 2021년 9월호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hisunny@yna.co.kr

핫뉴스

전체보기

포토

전체보기

댓글 많은 뉴스

이 시각 주요뉴스

포토무비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