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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귀근의 병영톡톡] '경항모 모델' 영국 항모, 동해서 연합훈련

송고시간2021-08-28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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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도함 참가할 듯…경항모 건조 추진 한국 해군에 "견학 기회"

英, 136년 전 러시아와 패권싸움, 이번엔 美 '대중포위'에 합류

영국 항모 퀸 엘리자베스호
영국 항모 퀸 엘리자베스호

[영국 해군 홈피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김귀근 기자 = 영국 해군은 136년 전인 1885년 3척의 함대를 이끌고 거문도를 불법 점령했다. 전남 여수와 제주도 중간지점에 있는 거문도를 '포트 해밀턴(Port Hamilton)'으로 부르다가 이 섬에 동양 진출의 전진기지를 건설하고자 점령했다가 3년 만에 철수했다. 해밀턴은 영국 해군 제독의 이름이다.

거문도에는 당시 주둔 중 숨진 영국군 묘지가 있고 '해밀턴 테니스장'도 있다. 거문도에 있는 삼산면사무소 2층 대회의실에는 당시 영국군의 기록사진도 전시되어 있다.

◇ 영국, 美 대중포위 전선 합류…항모전단 남중국해서 "中 핵잠수함 추적"

영국은 러시아와 치열한 글로벌 패권 싸움을 하던 중 러시아 남하를 저지한다는 명분으로 거문도를 점령했다. 영국과 러시아의 패권 싸움에 엉뚱하게 거문도가 희생양이 된 것이다.

세월이 지나 이번에 영국은 인도·태평양 지역으로 최신예 항공모함 퀸 엘리자베스호(6만5천t급) 전단을 전개했다.

군사전문가들은 영국의 항모 전단 전개가 미국의 '대중 포위전선'에 합류하려는 의도라고 분석한다. 급속히 증강하는 중국 해군력에 대응하는 데 힘에 부치는 미국의 동맹 끌어들이기 전략에 적극적으로 편승하는 과정으로 보인다.

과거 러시아와 패권 싸움 와중에 한반도에 진출했던 영국이 이번엔 아태지역에서 미·중 헤게모니 다툼의 틈바구니를 파고드는 형국이다.

지난 5월 말 인도·태평양 지역으로 출발한 영국 항모 전단은 남중국해 등에서 미국, 일본과 각각 연합훈련을 한 뒤 동해에 곧 진입할 예정이다. 항모 전단은 구축함 2척, 호위함 2척, 지원함 2척, 잠수함 1척 등 모두 8척으로 구성됐고, 미국과 네덜란드 함정도 1척씩 호위하고 있다.

영국 항모 소속 핵 추진 잠수함 부산 입항
영국 항모 소속 핵 추진 잠수함 부산 입항

(부산=연합뉴스) 조정호 기자 = 영국 최신예 항공모함 '퀸 엘리자베스호'(6만4천t급) 소속 핵 추진 잠수함 '아트풀'이 12일 부산 해군작전사령부 부두에 정박하고 있다. 항모전단에 속한 잠수함은 항해 중 항모를 호위하거나 사전 점검을 위해 미리 운항한다. 2021.8.12

주목할 만한 것은 영국 항모 전단이 이달 초 남중국해에서 태평양으로 향할 때 미행하는 중국 핵 추진 잠수함을 포착해 '망신'을 준 일이다.

지난 8일 영국 데일리 익스프레스 등의 보도에 따르면 항모 전단 호위함 켄트함과 리치몬드함이 순항미사일 등을 탑재한 중국의 7천t급 '샹(商)'급(Type 093) 핵 추진 잠수함 2척을 음파 탐지기로 추적해 발견했다. 중국 잠수함들은 항모 전단을 미행하다가 들킨 것이다.

영국 호위함은 즉각 위협으로 판단하고 잠수함을 향해 '액티브(능동) 소나'를 쐈다. 이를 일명 '핑(Ping)'이라고 한다. 소나는 직접 음파를 방사(放射)한 뒤 반사되어 되돌아오는 반향음을 탐지하는 능동 방식과 수중 물체에서 방사된 소음을 탐지하는 수동(패시브) 방식이 있다. 능동 방식이 탐지거리가 길고 정확도가 높다.

여기에다 항모 전단을 호위하던 애스튜트급(7천400t급) 핵 추진 공격잠수함도 세 번째 '샹'급 잠수함을 찾아내 조용히 추적했다고 영국 언론은 전했다. 망망대해 수중에서 적 잠수함을 찾아낸다는 것은 사막에서 바늘 찾는 것과 비유될 정도로 어려운 작업이다.

한때 전 세계 바다를 호령했던 영국 해군이 자존감을 드러내고자 의도적으로 언론에 흘린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미국과 패권을 겨루는 중국에는 망신이나 다름없다. 영국이 중국 해군에 '핵 펀치'를 날린 것이란 평가도 나온다.

그러나 중국은 이를 부인했다. 이틀 뒤 중국 관영 환구시보는 군사전문가를 인용해 "이 보도의 신빙성은 떨어진다. 영국이 자기를 높이고 남을 깎아내리며 대잠수함 능력을 과시하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중국 핵잠수함(094형)
중국 핵잠수함(094형)

(칭다오[중국] EPA=연합뉴스) 중국 산둥성 칭다오 앞바다의 인민해방군 해군 창설 70주년 기념 국제 관함식(해상 열병식)에서 중국 해군의 신형 핵잠수함이 물 위로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한껏 기가 오른 영국 항모는 승조원 3천700여 명 중 상당수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확진되고 돌파 감염자가 늘어나는 상황에서도 태평양으로 유유히 진입했다.

중국 코앞에서 보란 듯이 미국 강습상륙함 아메리카함(LHA-6)에 탑재한 F-35B와 퀸 엘리자베스호의 F-35B가 상호 이착륙하는 등 순환 비행 훈련을 하기도 했다.

영국은 이번 항모 전단의 인도·태평양 지역 전개를 계기로 앞으로 이 지역에 함정 2척을 상시 배치할 계획이다.

벤 월러스 영국 국방부 장관은 지난달 서욱 국방부 장관과 회담에서 퀸 엘리자베스호 전개를 언급하면서 "30년 만에 가장 큰 규모의 해상·공중 전력이 영국 본토를 떠나 전개하는 것"이라며 "항모 본토 기항후 인도·태평양 지역에 2척의 함정을 상시 배치할 예정"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 동해서 한영 연합훈련…퀸 엘리자베스호·독도함 나란히 기동할 듯

뱃머리를 한반도로 돌린 영국 항모 전단은 동해로 진입하면 오는 30일부터 내달 1일까지 한국 해군과 인도주의적 재난구호 위주의 연합훈련을 할 예정이다.

28일 군 당국에 따르면 이 훈련에 대형수송함 독도함(1만4천t급)과 마라도함이 검토되고 있으나 독도함 참가 가능성이 크고, 한국형 구축함과 잠수함 등도 참가할 것으로 알려졌다.

한영 연합훈련은 해상 수색·구조훈련(SAREX)을 말한다. 조난 선박을 가정하고 상호 위치를 추적 탐색하고 통신 교환을 하는 훈련이다. 통상 고속단정(RIB) 등을 이용해 해상 수색을 하는 과정도 포함되어 있다.

영국 항모 방한은 이번이 세 번째지만, 한국과 연합훈련을 하는 것은 처음이다. 영국은 1992년 2만t급 경항모 인빈시블호, 1997년 2만9천t급 경항모 일러스트리어스호를 각각 부산에 보낸 바 있다.

독도함
독도함

[연합뉴스 자료사진]

이번 영국 항모 전단의 방한을 가장 기대하는 곳은 해군이다.

해군은 3만t급 경항모 건조를 추진하고 있지만 반대 여론도 만만찮다. 해군은 영국 항모 전단 방한을 계기로 경항모 건조 필요성을 홍보하고 싶었지만, 코로나19 확산 여파로 대면 접촉이 제한되면서 여의치 않게 됐다.

대신 항모 견학 시간을 만들었다. 해군 요원들이 동해에 진입하는 항모를 방문해 친선 교류 활동을 할 계획이다.

물론 영국은 한국 해군 요원들을 위해 탑재한 F-35B 스텔스 전투기 이착륙 등 임무 수행 모습을 보여줄 것으로 보인다. 항모에는 영국 해군 F-35B 8대와 미 해군 F-35B 10대가 탑재됐다.

영국은 한국의 경항모 건조 계획에 비상한 관심을 두고 기술 협력과 운용인력 교육 등 파트너십 구축을 희망하고 있어 이런 견학 기회를 준비한 것으로 알려졌다.

퀸 엘리자베스호는 최신 항모라서 무장 체계와 설비 등이 자동화되어 있다. 지난 1월 해군이 공개한 경항모 개념도를 보면 퀸 엘리자베스호의 갑판과 매우 흡사하다.

기존 개념도에서는 함교가 1개였는데 새로운 개념도에는 함교가 퀸 엘리자베스호와 같은 2개로 늘어났다. 함재기를 비행 갑판으로 이동시키는 엘리베이터 2기가 오른쪽에 집중된 것도 유사하다.

군 관계자는 "해군이 경항모에 수직이착륙 항공기 탑재를 계획하고 있기 때문에 항모에서 F-35B가 어떻게 운용되고, 자동화 체계 등 항모 설비는 어떻게 되어 있는지 등을 파악하는 견학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해군 경항모 조감도
해군 경항모 조감도

[연합뉴스 자료사진]

three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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