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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애국 네티즌이 피해보상을 요구한다면[특파원시선]

송고시간2021-08-29 0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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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FP=연합뉴스 자료사진] 중국산 백신을 접종하는 캄보디아 의료진

[AFP=연합뉴스 자료사진] 중국산 백신을 접종하는 캄보디아 의료진

(뉴욕=연합뉴스) 고일환 특파원 = 얼마 전 한 중국인으로부터 걸쭉한 한국어 욕설이 담긴 이메일을 받았다.

'물 백신'으로 불리는 중국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효과에 대해 의문을 제기한 외신 번역 기사가 그 중국인의 애국심과 자존감에 상처를 낸 모양이었다.

한달 쯤 후 다른 중국인으로부터 장문의 이메일이 날라왔다.

이번엔 중국 공산당의 신장 위구르족 박해와 홍콩 민주주의와 언론자유에 대한 탄압을 지적하는 칼럼을 반박하고, 훈계하는 내용이었다.

이메일을 쓴 중국의 애국 네티즌은 꽤 수준 높은 한국어를 구사했다. 말투는 정중했지만, 메시지에는 날이 서 있었다.

그는 "교수든 언론이든 역사적 사실에 기반한 진실을 말해야 한다. 침묵하고 왜곡 선동하는 것은 한중우호를 해치고 한국의 국익을 훼손하는 결과를 초래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라는 경고 글을 첨부했다.

위구르족이나 홍콩 민주주의 탄압을 언급하는 것은 '왜곡 선동'이라는 논리다.

이런 이메일을 받은 상황에서 국회의 언론중재법 개정안에 관심이 생겼다. 구체적으로는 외국인도 징벌적 손해배상을 요구하는 주체가 될 수 있는지 궁금해졌다.

이 질문에 대해 개정안을 주도하는 한 의원실 관계자는 "외국인이라고 해서 우리나라에서 소송을 걸지 못하게 할 수는 없다"고 답했다. 상식적으로도 당연한 이야기다.

그렇다면 '신장에 와본 적도 없는 한국 기자가 악의적으로 서구 언론의 위구르족 탄압 오보를 인용해 중국인들을 모욕하고, 정신적 피해를 줬다'며 징벌적 손해배상을 요구한다면 어떤 반박이 가능할까.

사실 보도는 '증거에 의해 존재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것'이다.

이 같은 사전적 규정에 따르면 위구르족 탄압 증거 제시는 불가능에 가깝다. 피해 증언이 존재하지만, 중국 정부는 그 정도 증언을 뒤엎고도 남을만한 반박 증언을 동원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사실에 기반한 진실을 말해야 한다"고 훈계하는 중국 네티즌의 여유는 자신들의 치부와 관련한 어떠한 증거도 손쉽게 감출 수 있다는 전체주의 사회 특유의 자신감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공익을 위한 보도는 위법성 조각 사유에 해당한다지만, 극단화로 치닫는 사회 분위기 탓에 무엇이 공익인지도 불분명하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자신의 주장을 관철하기 위해 공익을 들먹이는 것은 이익이 충돌하는 현장이라면 어디든지 볼 수 있는 낯익은 장면이다.

중국 네티즌의 이메일에서도 "한국의 국익을 훼손하는 결과를 명심해야 한다"는 주장에 방점이 찍혔다.

위구르족 박해나 홍콩 민주주의 탄압을 비판하는 기사는 대한민국 구성원의 이익을 해친다는 경고였다.

문제는 공익에 대한 규정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이런 허무맹랑한 주장도 법원에서 받아들여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점이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지난 4월 중국 샤먼에서 정의용 외교부 장관을 만난 왕이 중국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

[연합뉴스 자료사진] 지난 4월 중국 샤먼에서 정의용 외교부 장관을 만난 왕이 중국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

물론 이 같은 상황에 말려들지 않을 방법도 존재한다. 중국 애국 네티즌이나 그 배후에 있는 중국 정부의 심기를 거스르는 기사를 쓰지 않으면 애초 발생하지 않을 상황이다.

위구르족의 인권이나 홍콩의 민주주의 문제 등 중국과 관련한 사안에는 "관심을 두고 주시하고 있다"고만 할 뿐 침묵하는 대한민국 외교부처럼.

kom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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