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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당은 묻는 자"…한복 대신 청바지 입은 90년생 무당

송고시간2021-08-31 1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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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칼리 무당 일기 '신령님이 보고 계셔' 출간

(서울=연합뉴스) 송광호 기자 = 영화나 드라마에서 '무당'은 무시무시한 존재다. '방법'(살을 쓰는 행위)을 쓰며 상대방에게 저주를 내리기도 하고, 굿을 통해 복을 기원하고, 귀신들의 한을 풀어주기도 한다. 여러 신상을 모신 방에서 대체로 근엄하고 무서운 얼굴로 내방객을 다그치는 모습도 연출된다. 큰 무당을 지칭하는 '만신'(모든 신을 대신하는 자)이라는 말은 무거우면서도 권위적인 느낌마저 든다.

하지만 무당의 모습이 이처럼 무겁고, 무서우며 불친절한 것만은 아니다. 1990년생 무당 홍칼리(본명 홍승희)는 한복 대신 청바지를 입고, 신당 대신 카페에서 점을 본다. 카카오톡 메시지로 예약을 받아 상담을 진행한다. 페미니스트이며 소수자와 기후변화에도 관심이 많다. 비건이어서 굿할 때는 돼지나 닭의 살점 대신 나물 반찬과 야채로 차려진 제사상에 향을 피운다. 그의 말투는 나긋나긋해서 권위적인 무당의 말투와도 사뭇 다르다.

그는 최근 출간한 에세이 '신령님이 보고 계셔'(위즈덤하우스)에서 무당이란 신의 말을 빌려 사람들의 운명을 해석하는 자가 아니라고 말한다. "무당의 어원은 '묻는 자'다. 무당은 손님이 왔을 때 손님에게 묻고, 신령에게도 묻고, 스스로에게도 물어보는 자다. 그렇게 수행을 해 나가는 사람이라는 뜻이 아닐까"라고 말한다.

무당 홍칼리
무당 홍칼리

[위즈덤하우스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

책에서 저자는 무당이 되기까지의 과정을 진솔하게 풀어냈다. 프리랜서 작가이며 미술가이자 무용수이기도 했던 저자는 삶을 살아가는 과정에서 수많은 문제와 대면하게 됐고, 급기야 조울증까지 걸렸다. "죽기 싫어서 마음 수련을 해보고자" 스님이 되려 했으나 몸에 새긴 '타투'가 걸림돌로 작용했다.

이번에는 무당이 되려고 했지만, 돈이 문제였다. 굿 내림을 하려면 2천500만원이 필요했는데 통장 잔고는 20만 몇천 원이 고작이었다. 프리랜서라 대출도 어려웠다. 당시를 떠올리며 저자는 "돈이 없으면 나는 앞으로도 계속 힘들 수밖에 없을 거라는 의미 같았다"고 회고했다.

무턱대고 떠난 인도에서 그는 마침내 인연을 만났다. 공연을 하던 중 '엑스터시' 상태에 빠졌고, 이를 흥미롭게 지켜본 지인이 고국에 있는 무당을 소개해 줬다. 이번 무당은 내림굿 비용을 요구하지 않았다. 그저 "착하게 살면 돼 그게 무당이야"라고 말해 줄 뿐이었다.

무당이 됐지만 역시나 쉬운 일은 없었다. 무당은 기도 시간을 포함해 하루 12시간 일하는 고된 직업이었다. 특히 여러 사람의 고민을 들어야 하기에 감정 노동의 피로도는 생각보다 컸다고 한다. 역학과 기도뿐 아니라 기후 위기, 페미니즘 등 다양한 분야를 공부할 시간도 필요했다.

무당 홍칼리
무당 홍칼리

[위즈덤하우스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

다른 사람들에게 이렇게 해보라 저렇게 해보라 충고하는 일이지만, 중이 제 머리 못 깎듯, 무당들도 자신들의 뜻대로 되는 일이 별로 없다고 말한다. 저자의 경우에는 연애가 특히 그랬다고 한다. 예컨대 애인의 바람을 신령님이 알려줘서 헤어졌지만, 일주일 만에 다시 그를 만나는 악수를 뒀다.

"신령이 알려주면 뭐 하나, 결국 내 마음대로 다시 그 사람을 만났다…. 연애를 했고, 그것도 꽤 많이 했고, 대부분 망한 연애를 했다."

책은 이 밖에도 저자가 만난 귀신의 종류, '여자 사주'와 '남자 사주'로 나눠 점을 보는 업계의 인습, 무당의 도제식 교육에 대한 비판, 궁합을 새롭게 해석하는 법 등 무속에 얽힌 다양한 이야깃거리를 수록했다.

"나는 행복해서 무당을 하고 있다. 무당이 된 후 가장 좋은 점은 누군가를 위해 간절히 기도할 수 있다는 점이다. 모든 존재를 끌어안을 수 있고, 정화할 수 있는 이 직업이 좋다."

268쪽. 1만5천원.

책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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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즈덤하우스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

buff27@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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