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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눔동행] "밥차 타고 달려가고파"…대면급식 고대하는 '밥동이'

송고시간2021-09-05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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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부터 9년째 280차례 무료 급식으로 10만4천645인분 제공

코로나19로 중단하다가 작년 추석 도시락 배달 아이디어 내

무료 급식 자원봉사자들 '밥동이'
무료 급식 자원봉사자들 '밥동이'

(대구=연합뉴스) 김선형 기자 = 2일 오전 대구 동구 신천동 한 교회 주차장에서 밥차 '밥동이' 회원들이 지역 노인들을 위한 무료 도시락을 만들고 있다. 2021.9.5 sunhyung@yna.co.kr

(대구=연합뉴스) 김선형 기자 = "이 밥을 몇만 그릇이나 펐는지 몰라요."

지난 2일 대구 동구 신천동에서 만난 '밥동이' 서경자(76)씨는 눈웃음을 지으며 주걱을 들어 올렸다.

주걱으로 뜬 따뜻한 쌀밥은 이내 검은색 플라스틱 도시락에 담겼다.

서씨는 "60대 때 밥동이 봉사활동을 시작했는데 벌써 70대 후반이 됐다"고 했다.

옆에서 도시락을 챙기던 한 어르신은 "이제는 습관이 돼서 손이 딱딱 맞는다"며 "서로 니꺼 내꺼 할 거 없이 틈이 나는 대로 맞추니까 이게 또 즐거움이다"고 말을 거들었다.

대구 동구에 유일한 밥차인 밥동이(밥차와 동행하는 이들)를 불러 모은 사람은 이종수(64) 회장이다.

이 회장이 무료 급식 밥차에 처음 나선 건 2013년 6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변호사 사무실 사무장으로 일하다가 퇴직한 그는 2011년 산책하던 중 한 가지 물음이 떠올랐다고 한다.

이 회장은 "제가 살아온 삶이 과연 주변 도움 없이 가능했을까…문득 그런 생각이 들어 동구자원봉사센터에 가서 봉사 신청을 했다"고 말했다.

3개월간 자원봉사 교육을 받고 밥차를 계획했지만, 여건이 안돼 실행에 옮기지 못하다가 한국자원봉사센터협회가 IBK기업은행과 함께 진행하는 후원 사업에 응모해 선정됐다.

이후 여기저기서 한 해 예산 약 2천400만원을 지원받게 됐다.

밥차 '밥동이' 소개하는 이종수 회장
밥차 '밥동이' 소개하는 이종수 회장

(대구=연합뉴스) 김선형 기자 = 9월 2일 대구 동구 신천동 한 주차장에 설치된 밥차에서 밥동이 회장 이종수씨가 무료 도시락 제작 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2021.9.5 sunhyung@yna.co.kr

그렇게 동구지역 공원 4곳에서 한 번에 300인분 무료 급식을 시작한 것이 지금까지 280차례 10만4천645인분에 이르렀다고 한다.

지난해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유행하면서 다른 밥차나 무료 급식센터처럼 급식을 중단할 수밖에 없었다.

그해 추석을 앞두고 아이디어를 냈다.

식료품 밀키트를 제작해 동구지역 2천 가구에 돌렸는데 호응이 뜨거웠다.

올해도 코로나19 유행이 지속해 대면 급식이 불가능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도시락을 만들어 무료로 배달하기로 방향을 틀었다.

이들은 지난 5∼6월 목요일이면 아침부터 신천동 한 교회 주차장에 모여 도시락을 제작했다. 교회 측이 전기와 수도를 제공했다.

매번 200인분을 만들어 재가 노인 돌봄센터 6곳에 전달했다.

7∼8월 혹서기에는 도시락을 만들지 못하고 생수 나눔을 진행했고, 이달에 다시 도시락 제작을 재개해 11월 말까지 운영할 계획이다.

국 퍼오르는 자원봉사자
국 퍼오르는 자원봉사자

(대구=연합뉴스) 김선형 기자 = 9월 2일 오전 대구 동구 신천동 한 교회 주차장에서 자원봉사자 모임인 '밥동이' 회원들이 무료 도시락을 만들고 있다. 2021.9.5 sunhyung@yna.co.kr

밥동이 자원봉사에 고정적으로 참여하는 이는 약 20여명이다. 모두 원년 멤버로 이제는 평균 나이가 70대라고 한다.

이들은 인터뷰 도중 "우리는 나이가 많아서 다 화이자 맞았어요"라며 마주 보고 웃었다.

봉사자들이 연로하단 건 밥차 운영이 어렵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종복(51) 동구자원봉사센터 사무국장은 "처음 시작할 때만 해도 밥동이 회원들이 젊었다"며 "이번에 신규 자원봉사자를 모집했는데 연락 온 것이 3건뿐이다"고 말했다.

이어 "밥을 하려면 오전부터 나와야 하는데 젊은 직장인이 시간을 내기 어려운 것 같다"며 "영입이 쉽지 않다"고 덧붙였다.

코로나19 시대 비대면으로 전환한 밥차 풍경 변화에 자원봉사자들은 아쉬움이 많다고 한다. 도시락이라는 매개의 한계 때문이다.

권순오(30) 사회복지사는 "밥차를 운영할 때는 '고맙다'는 말 한마디에 뿌듯함을 느낄 때가 많다"며 "그분들을 만나질 못하니 안부도 궁금하고 걱정이 되고 그렇다"고 설명했다.

밥동이들은 생활이 어려운 어르신들이 모인 공원에 '씽씽' 달려가 밥을 나누는 날이 한시바삐 오기를 기다린다.

밥동이 김월성(74) 씨는 "코로나19 이전 무료 급식 때는 설거지까지 해야 해서 몸이 더 힘들었지만, 지팡이를 짚고 한 끼라도 드시려고 나오는 그분들을 보지 못하니 마음이 안 좋다"며 빨리 예전처럼 다시 만나서 밥을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밥차 대신 도시락
밥차 대신 도시락

(대구=연합뉴스) 김선형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으로 밥차 활동을 재개하지 못하는 밥동이 회원들이 9월 2일 오전 대구 동구 신천동에서 무료 도시락을 만들고 있다. 2021.9.5 sunhyung@yna.co.kr

sunhyu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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