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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시선] 쿠데타가 아프리카 장기 독재자 청산의 새 방식?

송고시간2021-09-10 0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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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니 쿠데타로 문제 제기…'절망과 희망' 공존하는 아프리카 자유민주주의

지난 7일 기니 군 인사들에 경례하는 쿠데타 지도자 둠부야 중령(중앙 왼쪽)
지난 7일 기니 군 인사들에 경례하는 쿠데타 지도자 둠부야 중령(중앙 왼쪽)

[라디오텔레비종기네엔느 화면 캡처, AP=연합뉴스, 재판매 및 DB 금지]

(요하네스버그=연합뉴스) 김성진 특파원 = 아프리카에서 쿠데타는 장기 독재자를 근절하는 새로운 방식인가.

남아프리카공화국 일간 더 스타는 9일(현지시간) 이 같은 제목으로 최근 서아프리카 기니에서 발생한 군사 쿠데타에 관한 기사를 내보냈다.

기니에선 지난 5일 엘리트 특수부대를 이끄는 마마디 둠부야 중령에 의해 쿠데타가 일어나 알파 콩데(83) 대통령이 억류되고 헌정이 중단됐다.

기니 외에도 서아프리카 말리와 중부 아프리카 차드에서는 지난 2년 새 군부가 쿠데타로 정권을 잡았다. 말리의 경우 작년 8월에 이어 9개월 만에 2차 쿠데타가 일어나 과도정부 민간 지도자가 쫓겨났다.

신문은 이와 관련, 군사 쿠데타가 아프리카의 고령화되는 지도자들과 정부를 뿌리 뽑는 새로운 방식이 되고 있는지, 아니면 대륙이 폭력 사용 없이 평화로운 정권 이양을 할 수 있는지 물음을 던지게 된다고 평했다.

콩데 대통령은 자신을 '기니의 만델라'로 자부했다.

그는 2010년 기니 최초의 민선 대통령이 됐다. 기니가 1958년 프랑스 식민지에서 독립한 이후 처음이었다.

오랜 야당 민주화 인사 출신인 그는 2015년 재선됐다. 하지만 야권의 강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2020년 대통령 임기를 중임으로 제한한 헌법을 뜯어고치면서까지 팔순의 나이에도 권력 연장에 집착하다가 몰락을 자초한 셈이 됐다.

지난 8일 기니 수도 코나크리에서 길거리 축구를 하는 사람들
지난 8일 기니 수도 코나크리에서 길거리 축구를 하는 사람들

[AP=연합뉴스]

기니 등 15개 회원국을 둔 서아프리카경제공동체(ECOWAS)도 당초 그의 3연임에 부정적이었던 까닭에 쿠데타 세력에 그의 석방과 헌정 복귀를 촉구하면서도 대통령직 복귀까지 요청하지는 않았다.

콩데는 집권 11년 만에 군부에 의해 물러날 처지가 됐지만 다른 아프리카 지도자들은 장장 30~40년을 권좌에 머물고 있다.

차드 대통령이던 이드리스 데비는 지난 4월 반군의 진격을 저지하던 현장에서 전사하기까지 30년을 대통령으로 있었다. 적도기니의 테오도로 오비앙 응게마 대통령은 아프리카 최장 지도자로 41년 넘게 권력을 쥐고 있다. 그는 1979년 삼촌을 권좌에서 몰아낸 쿠데타로 집권했다.

카메룬 대통령 폴 비야도 38년 이상을, 콩고 대통령 데시스 사수 응게소는 36년 동안 권력을 유지하고 있다. 응게소 대통령은 지난 3월 21일 선거로 4번째 임기를 이어갔다.

이번에 기니 쿠데타를 주도한 둠부야 중령은 41세다. 아버지 이드리스 대통령의 죽음 이후 차드 권력을 장악한 장성 출신 마하마트와, 말리에서 두 번이나 연이어 쿠데타를 일으키고 자신이 과도기 대통령 자리에 오른 아시미 고이타와 같은 연배다.

이들 쿠데타 주역은 정예 엘리트 부대 출신이다. 아프리카 지도자들이 대체로 자신의 권좌를 지키기 위해 특수부대를 키우다가 '개가 주인의 손을 문 격'으로 권좌에서 쫓겨난 아이러니가 벌어졌다.

기니의 경우 팬데믹(전염병의 세계적 대유행)에도 불구하고 주된 성장 동력인 광업 덕분에 실질 경제성장률이 5.2%를 기록했다.

그러나 콩데 대통령은 무리한 3선 개헌으로 헌법의 토대를 스스로 무너뜨린 결과 이번 쿠데타의 빌미를 제공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사회활동가들도 역내에서 민주주의에 대한 신뢰가 무너져 군사 쿠데타가 더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지난 7일 쿠데타 세력에 의해 풀려난 기니 정치범들의 지지자들이 환호하고 있다.
지난 7일 쿠데타 세력에 의해 풀려난 기니 정치범들의 지지자들이 환호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미국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아프리카 프로그램 국장인 저드 데버몬트는 베냉, 코트디부아르, 니제르 등에서 향후 연쇄 쿠데타가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코트디부아르도 지난해 기니에 이어 알라산 와타라 대통령이 개헌 논란 속에 3연임을 강행한 나라다.

데버몬트 국장은 가나의 전 쿠데타 지도자인 제리 롤링스를 롤모델로 삼은 기니의 둠부야 중령이 앞서 말리와 차드에서 벌어진 쿠데타에 국제사회가 미온적으로 대응하는 것을 보고 이를 교본으로 삼아 향후 행보를 보일 수 있다고 전망했다.

형식적으로 18개월 과도기한을 두고 제재를 피하려고 국제사회의 '입맛'에 맞는 개헌으로 군부 권력을 연장하려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아프리카 쿠데타에 대한 서방의 미온적 태도는 이슬람 과격주의자에 맞선 '테러전'과 아프리카에서 중국 및 러시아를 견제하기 위한 지정학적 목표를 역내 민주주의 증진보다 우선시한 결과라고 평가했다.

남아공 요하네스버그대학의 아프리카 전문가인 아데오예 오 아키놀라는 신문 기고에서 차드를 비롯해 대륙 내 일련의 분쟁과 지난 7월 발생한 남아프리카공화국 폭동의 배후에는 근본적으로 가난과 불평등 문제를 바로 잡지 못한, 부패하고 무능한 정권과 이를 뒷받침하는 글로벌 금융 올리가르히(재벌)가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절망적인 상황만 있는 것은 아니다.

남아프리카 잠비아에선 야당 지도자 하카인데 히칠레마가 여섯 번의 도전 끝에 최근 대선에서 압승하고 주변 짐바브웨와 남아공의 야당 지도자들을 이례적으로 취임식에 초대했다. 이는 아프리카 민주주의 운동사에 있어 이정표로 간주된다.

아프리카의 자유 민주주의는 절망과 희망이 공존하며 아직도 진행형이다.

지난 8일 기니 쿠데타 문제를 화상으로 논의하는 서아프리카경제공동체 지도자들
지난 8일 기니 쿠데타 문제를 화상으로 논의하는 서아프리카경제공동체 지도자들

[서아프리카경제공동체·ECOWAS 배포, 로이터=연합뉴스]

sungji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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