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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먼n스토리] "25억 전재산 날린 순간 밑바닥 경험" 실패박람회에 나선 사업가

송고시간2021-09-11 0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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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실패박람회 참석한 사업가 최홍조씨

일찍 시작한 사업으로 40대 이른 나이에 산전수전 겪어

"성공 보다 실패 사례에서 더 많은 것 배워"

해외를 오가며 테이프 사업을 진행한 최홍조씨
해외를 오가며 테이프 사업을 진행한 최홍조씨

[최홍조씨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

(부산=연합뉴스) 박성제 기자 = "실패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면 성공할 수 있는 가능성도 함께 커지는 겁니다."

10일 부산에서 열린 실패박람회에 연사로 나선 사업가 최홍조(43)씨는 이렇게 말했다.

40대 초반, 어리다면 어린 나이에 누군가는 무슨 실패를 그리 겪었냐고 되물을 수 있지만, 최씨는 그동안 여러 차례의 실패와 성공을 맛봤다.

그가 처음 한 성공은 1996년 수능 시험을 치른 뒤 부산에서 군고구마 장사를 할 때.

인건비가 시간당 1천원 가량하던 때라 최씨는 장사하는 것이 답이라고 생각했다.

그는 "아르바이트를 하는 친구보다 훨씬 많은 수익을 내 하루 매출이 10만원을 웃돌았다"고 말했다.

이렇게 첫 성공을 맛보고 나니 어떤 도전도 겁나지 않았다.

군대를 전역한 그는 서울에 가 적은 자본금으로도 사업할 수 있는 인터넷 쇼핑몰을 열었다.

그는 "동대문 시장에 가서 저렴한 가격에 물건을 떼 와서 팔았다"고 말했다.

그러나 화장품, 옷 등 팔 수 있는 건 모두 팔아보며 3∼4번씩이나 업종을 바꿔 재창업했지만, 모두 실패로 돌아갔다.

최씨는 "3∼4년간 손을 댄 모든 사업이 실패하니 남은 것은 두려움밖에 없었다"고 회상했다.

최홍조씨
최홍조씨

[최홍조씨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

이후 그는 다시 마음을 다잡고 사업 착수에 나섰다.

최씨는 수많은 성공 사례 대신 실패 원인에 주목해 왜 실패했는지, 자신의 사업 방식에 무엇이 잘못됐는지 살폈다.

그 결과 이번에는 해외 매트리스 침구를 맞춤 주문, 제작하는 사업을 시작했다.

당시 강남 부유층이 사는 해외 매트리스는 한국의 기성품과 규격이 달랐는데, 이 점을 공략했다.

이 사업으로 그는 수억원을 벌며 두 번째 성공을 맛봤다.

하지만 또다시 시련은 찾아오고야 말았다.

수입 매트리스 규격이 국제 표준화되면서 맞춤 제작의 필요성이 떨어졌고, 이때 즈음 분 재테크 바람에 휩쓸리고 말았다.

그는 "증권사 권고에 따라 18억원의 빚을 내 총 25억원을 주식에 투자했는데 리먼 브러더스 사태로 단 5일 만에 0원이 됐다"며 "전 재산을 날린 뒤 아내와도 이혼, 월세 30만원짜리 방에 어머니, 갓 돌이 지난 아기와 함께 살았다"고 말했다.

희망은 사라졌고 더 이상 그가 할 수 있는 것은 없었다.

스스로 목숨을 끊을까 생각했던 그때, 두 눈에 파지를 줍는 노인이 들어왔다.

최씨는 "그분들이 나보다 낫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당장 무엇이든 하면 변할 수 있는데 그저 무기력하게만 있다는 생각이 들어 마음을 고쳐먹었다"고 말했다.

해외를 오가며 테이프 사업을 진행한 최홍조씨
해외를 오가며 테이프 사업을 진행한 최홍조씨

[최홍조씨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

이후 친구와 떠난 일본 여행에서 그는 새로운 사업 아이템을 발견하게 된다.

바로 현재 그가 운영하는 사업 제품인 마스킹 테이프다.

귀여운 캐릭터가 새겨진 마스킹 테이프는 당시 일본에서 큰 인기였다.

최씨는 "2달에 3번씩 일본을 오가며 큰 캐리어 2개에 담길 만큼의 테이프를 가져와 2년 6개월간 팔았다"며 "한국에서는 해외 직구를 통해 알음알음 사던 시절"이라고 말했다.

보부상 일을 시작한 지 6개월가량 지났을 때 그는 직접 한국 정서에 맞는 디자인을 개발해 테이프로 만들어야겠다고 결심했다.

음지에서만 교류하던 마니아층들을 양지로 끌어내 새로운 시장을 개척해야겠다고 판단했다.

이후 일본, 중국 등지를 돌아다니며 직접 만들려고 했지만, 실패로 돌아갔고 대신 전국에 있는 인쇄소를 수소문하기 시작했다.

그는 "공장이 경기도, 충청도에 있는데, 견본이라도 만들자는 공장이 있으면 밤새 운전해 아침까지 공장에 달려갔다"며 "사장님들이 기특하게 보고 이것저것 알려주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어 "이후 부산은행만이 유일하게 가능성을 보고 대출 승인을 해 줘 가까스로 사업을 재개했다"고 말했다.

최홍조씨가 운영하는 회사
최홍조씨가 운영하는 회사

[최홍조씨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

이렇게 2년 동안 마스킹 테이프 사업 하나만을 보고 산전수전을 겪은 끝에 그는 현재 부산에서 회사를 차려 세 번째 성공을 경험하고 있다.

그동안 실패와 성공을 놓고 최씨는 주변의 격려가 가장 큰 원동력이었다고 강조했다.

그는 "'뭐해도 될 거야'라는 말 한마디가 가장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이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장기화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자영업자에게도 희망의 메시지를 전했다.

그는 "대부분은 주변의 시선 때문에 재도전을 어려워한다"며 "주변에선 도전하는 이들을 비난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이어 "도전하는 이들은 주변 시선보다 자신의 실패 경험을 한 번 더 살펴봤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psj1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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