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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문화재의 속살을 더 깊이, 자세히 알고 싶다면

송고시간2021-09-11 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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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학자·건축학자·디자이너가 쓴 문화재 신간 3권

울산 반구대 암각화의 실측 도면
울산 반구대 암각화의 실측 도면

[울산대 반구대연구소 제공=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박상현 기자 = 경치가 수려한 울산 반구대에는 고래를 비롯한 동물과 사람으로 빽빽하게 채운 바위그림, 즉 암각화(岩刻畵)가 있다. 멀리서는 잘 보이지 않지만, 망원경으로 관찰하면 그림이 또렷하게 나타난다.

고구려 고분벽화 연구로 잘 알려진 역사학자 전호태 울산대 교수는 반구대 암각화에 고래 57마리가 있고, 종류는 7개 남짓이라고 설명한다.

그는 성균관대출판부가 펴낸 신간 '고대 한국의 풍경'에서 "처음부터 장대하고 인상적인 고래 무리의 모습이 화면을 가득 채운 것은 아니다"라며 "반구대 바위에 고래를 새긴 사람들은 3∼4차례 이상 이곳을 찾았다"고 주장한다.

이어 "고래사냥에 익숙해지면서 사람들은 거대한 고래를 어떻게 해체하는지도 돌에 남겼다"며 "인류 역사에서 선사시대 고래사냥은 특별한 사건"이라고 짚는다.

문화재는 이처럼 의미나 뒷이야기를 알고 관람하면 더 흥미롭다. 마침 '고대 한국의 풍경' 외에 건축학자가 쓴 '건축의 시간, 영원한 현재', 디자이너가 집필한 '우리 미술 이야기 2'가 최근에 함께 출간됐다.

다시 반구대 암각화 이야기로 돌아가 사람 그림을 살펴보자. 고래 무리 아래에 유독 손가락과 발가락이 강조된 사람이 있다.

전 교수는 이에 대해 신과 소통하는 샤먼의 특별한 능력을 보여주는 예로 해석하는 견해가 있다고 소개한 뒤 진실은 명확히 알기 어렵다고 여지를 둔다.

반구대 암각화에서 직선거리로 1.2㎞ 떨어진 곳에 있는 천전리 각석도 옛 바위그림이다.

전 교수는 선이 또렷한 작품은 역사시대, 흐릿한 그림은 선사시대 흔적으로 분류한다. 그러면서 암수가 짝을 이루는 짐승 그림에는 먹을거리가 될 동물이 잘 번식하기를 바라는 마음이 담겼다고 설명한다.

그는 바위그림에 이어 청동기, 선사시대 그릇, 고분벽화 등에 있는 무늬를 보며 떠오르는 사유를 마치 에세이처럼 적었다.

고창 고인돌
고창 고인돌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플레져미디어가 내놓은 '건축의 시간, 영원한 현재'는 문화재위원회 위원장과 한예종 총장을 지낸 건축학자 김봉렬 한예종 교수가 일간지에 기고한 글을 엮고, 아름다운 사진을 넣어 만든 단행본이다.

책 이름을 접하면 건축 서적 같지만,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와 군위 사유원 등 현대 건축물을 제외한 나머지 사례는 모두 문화재이다. 처음 등장하는 건축물이 선사시대 무덤인 고인돌이고, 다음에는 고구려 국내성과 장군총을 다뤘다.

김 교수는 위대한 건축이 탄생한 과정과 완성된 작품이 전하는 메시지를 간결한 글로 정리한다.

예컨대 고창 운곡리 고인돌은 300t에 이르는 돌덩어리를 올려 고정한 사실에 주목하고 "불가능하리라 생각했던 일이 실현되면 감동은 극대화된다"고 말한다.

이어 부족 공동체의 협업 작품인 고인돌은 마을을 향한 쪽이 정면이고, 보기에 아름다운 면이 정면이라고 알려준다.

보수 작업이 거의 마무리된 사사자 삼층석탑이 있는 구례 화엄사에서는 각황전과 대웅전 건물을 논한다.

그는 "각황전은 크고 높고 대웅전은 작아 각황전 위세에 대웅전이 눌리는 듯하지만, 여기에는 입체적이고 감각적인 실감형 배치법이 있다"며 "건물 위치와 규모를 바꿀 수 없으니 인간이 바라보는 시점을 변경해 같은 크기처럼 보이게 했다"고 이야기한다.

안동 봉정사와 영주 부석사, 도산서원과 병산서원, 남한산성, 구례 운조루, 창덕궁 연경당 등에 얽힌 흥미로운 사연을 소개한 저자는 "건축의 흔적, 즉 유적은 왜곡도 과장도 없이 정직하게 남는다"고 강조한다.

호림박물관에 전시된 수박 모양 청자
호림박물관에 전시된 수박 모양 청자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대학에서 디자인을 배운 최경원 현디자인연구소 대표가 쓴 '우리 미술 이야기 2'는 고려시대 공예품을 집중적으로 탐구한다. 부제가 '아름다워 보이는 것들의 비밀'인 이 책은 지난해 '한류 미학'이라는 이름으로 1권이 나왔으나, 2권은 책명을 바꿨다. 출판사는 더블북으로 동일하며, 5권까지 출간할 예정이다.

그는 고려청자가 청색이 아닌 녹색이고, 녹색 중에서도 채도가 낮은 '올리브그린'임에도 색이 아름답다고 칭송받은 이유는 '마음의 눈'이 개입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즉 "고려청자의 색이 예쁘다"는 생각이 주입된 결과일 뿐, 과학적 근거는 빈약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문화사 측면에서 고려청자가 발달한 과정을 톺아보면 옥을 만들기 위해 청자를 개발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으며, 12세기 전성기 고려청자의 밝고 은은한 색상은 옥과 거의 같아 완성도가 매우 높다고 평가한다.

또 고려청자를 중국 청자와 비교하면 조형적으로 안정적이고, 전체적인 비례와 구조가 탄탄하고 날렵하다고 말한다. 색 외에도 고려청자에 깃든 매력은 매우 다양한 셈이다.

저자는 청자를 중심으로 청동제 주전자와 숟가락, 은제 주전자와 거울걸이 등 고려시대 공예품을 폭넓게 설명한다. 풍부하게 들어간 사진과 그림이 이해를 돕는다.

우리 문화재의 속살을 더 깊이, 자세히 알고 싶다면 - 4

psh5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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