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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경영난에 무너진 삶…23년차 맥줏집 주인의 죽음

송고시간2021-09-12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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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일 숨진 채 발견…"살던 원룸 빼 직원 월급 줬다"

11일 A씨의 빈소
11일 A씨의 빈소

[촬영 정성조]

(서울=연합뉴스) 정성조 기자 = "너무 황망합니다. 이렇게 하려고 그렇게 억척스럽게 장사를 했을까요. 고작 이렇게 가려고."

생활고를 겪다 결국 극단적인 선택을 한 자영업자 A(57)씨 옆에서 20년 동고동락한 김수만(45)씨는 끝내 눈시울을 붉혔다.

12일 서울 한강성심병원에서는 A씨의 발인이 있었다.

앞서 그는 지난 7일 자택인 원룸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사망 시점은 발견 며칠 전으로 추정됐다. 지인에게 마지막으로 한 연락은 지난달 31일이다.

고인은 1999년 서울 마포에서 맥줏집을 시작했다. 입소문을 타면서 운영하는 가게는 몇 년 사이 식당·일식 주점 등 4곳으로 늘어났다.

숯불 바비큐 같은 가게 메뉴가 방송에 여러 차례 소개돼 회식 장소로 인기였고, 연말이면 종일 단체 예약 연락만 받아야 했다고 한다.

김씨는 "A씨에게 장사는 삶의 일부였다. 거의 가게에서 먹고 살다시피 하며 일만 했다"며 "옷도 사 입는 법이 없어 제 결혼식장에도 앞치마를 입고 왔더라"고 했다. 찍은 사진이 몇 없다는 A씨는 영정 속에서도 앞치마 차림이었다.

불어난 직원들에게는 업소 지분을 나눠줬다. 사업 규모가 커진 것에 비해 정작 A씨 손에 남는 것은 많지 않았지만 요식업계에선 드물게도 주 5일제를 시도하거나 연차를 만드는 등 직원들을 아꼈다.

비슷한 업종의 주변 자영업자들이 'A씨가 복지 기준을 높여놔서 사람을 뽑기가 힘들다'고 볼멘소리를 할 정도였다.

주변을 챙기는 데도 열심이었다. 한식뷔페를 할 때는 음식을 많이 장만해 복지재단에 보냈고, 정당이나 단체들에 후원금도 냈다.

김씨는 "지인이 오면 밥값·술값을 못 내게 했고, 직원들 어려운 일이 있을 때도 주머니를 열었다. 주변에 A씨 도움을 안 받아본 사람이 없을 것"이라며 "이익을 크게 자신에게 돌리지 않아 집도 안 샀다"고 했다.

하지만 A씨도 코로나19 상황이 2년째가 되면서 차츰 지쳐만 갔다. 매출은 절반에서 3분의 1로, 하루 10만원 아래로 속절없이 꺾였고 영업제한조치가 강화된 지난해 말부터는 손님이 뚝 끊어졌다.

운영하던 가게는 이미 몇 해 전에 100석 규모의 한 곳으로 정리했지만, 월세 1천만원과 직원 월급을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순간이 지속됐다.

김씨는 "원래 가족이나 주변 사람들에게 힘들다는 말을 잘 안 하는 사람이었다"며 "마지막에 봤을 때는 많이 야위었던데 지금 생각해보니 아파서가 아니라 돈이 없어 밥을 잘 못 먹은 것 같다"고 말했다.

A씨는 숨지기 전 남은 직원에게 월급을 주기 위해 살고 있던 원룸을 뺐고, 모자란 돈은 지인들에게 빌려 채웠다. A씨 곁에서 발견된 휴대전화에는 채권을 요구하거나 집을 비워달라는 문자메시지들이 와있었다.

김씨는 "단체업소에 손님 2명만, 9시∼10시까지 받으라고 하면 장사를 어떻게 하나"라며 "탁상에 앉은 사람들은 계속 2주씩 (거리두기 단계 조정을) 미루는 결정만 하면 되겠지만 왜 희생은 자영업자만 해야 하는가"라고 했다.

그는 "만날 '나라에 곳간이 빈다'고 하는데, 그러면 곳간을 채워두는 이유는 무엇인가. 위급할 때 쓰려고 채우는 것 아닌가"라며 "나라는 안 망했지만, 국민이 다 죽는다면 곳간을 어디에 쓸 것인가"라고 말했다.

빈소에는 그간 고인과 함께 일한 직원들의 발길이 이어졌다고 한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으면 자살 예방 핫라인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xi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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