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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거건물 붕괴참사 100일…처벌 제자리, 그날에 머문 가족들

송고시간2021-09-15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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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리한 공사·재개발 비위, 애꿎은 버스승객 희생 사회적 참사

철거 관련자 재판 시작 단계·재개발 비위 수사 비로소 본궤도

"언제 끝날지 모를 진상규명…유가족만 외톨이로 남겨질까 두렵다"

광주 철거건물 붕괴참사 현장의 흰 국화
광주 철거건물 붕괴참사 현장의 흰 국화

[연합뉴스 자료사진]

(광주=연합뉴스) 정회성 기자 = 9명이 숨지고 8명이 다친 광주 철거건물 붕괴참사가 오는 16일 발생 100일째를 맞는다.

충격과 슬픔에 잠겼던 시민은 하나둘 일상으로 돌아갔지만,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요구하는 유가족은 여전히 그날에 머물러 있다.

지난 6월 9일 오후 4시 22분께 운전기사와 승객 등 17명이 탄 '운림54번' 시내버스가 광주 동구 학동4구역 재개발 사업지 옆 증심사입구역 정류장에 멈춰 섰다.

철거 공사 중인 지상 5층짜리 상가건물이 버스가 멈춰선 순간 도로 방향으로 무너졌다.

건물 전체가 기우뚱 쓰러져 잔해에 버스가 파묻히기까지 사고는 찰나에 벌어졌다.

소방 당국은 긴급구조통제단을 가동해 매몰자 수색에 나섰다.

버스에 몇 명이 타고 있었는지 모르는 상황에서 다른 자동차도 함께 파묻혔는지, 정류장 주변에 행인은 없었는지 등을 확인하는 구조가 7시간가량 지속됐다.

철거건물 붕괴참사 현장 매몰자 구조작업
철거건물 붕괴참사 현장 매몰자 구조작업

[연합뉴스 자료사진]

17명 사상이라는 피해 규모는 잔해를 거두며 버스정류장 주변 수색까지 마친 오후 11시께 최종 집계됐다.

희생자 9명의 장례 절차는 참사 발생 닷새 만에 마무리됐다.

동구청 마당에는 합동분향소가 마련돼 한 달 동안 참배객 5천773명이 다녀갔다.

건물 붕괴로 이어진 무리한 철거 공사, 다단계로 이어진 불법하도급, 그 배경에 자리한 재개발사업의 복마전 의혹이 참사 직후 제기됐다.

재개발 사업이나 철거 공사와 관련 없는 버스승객 9명이 목숨으로 대가를 치른 이번 사고를 언론과 시민사회, 정치권은 사회적 참사로 규정했다.

한 달 보름여 진행한 경찰 수사와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분석을 통해 참사 직접 원인인 건물 붕괴의 경위가 밝혀졌다.

해체계획서를 따르지 않은 철거로 인해 구조가 불안전해진 건물은 속도와 비용 절감에 방점을 둔 공사 방식을 버티지 못하고 무너져내렸다.

해체계획서와 다른 공사…참사로 귀결된 철거
해체계획서와 다른 공사…참사로 귀결된 철거

[광주경찰청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굴착기를 조작한 재하도급 업체 대표, 현장 관리를 맡은 하도급 업체 직원, 하도급 업체와 이면 계약을 맺고 공사에 뛰어든 철거업체의 직원, 철거공사 원청인 재개발 아파트 시공사 소속 직원, 안전 의무를 외면한 감리자 등 7명이 재판에 넘겨졌다.

시공사 현대산업개발, 하도급 업체 한솔, 재도하급 업체 백솔 등 업체 3곳도 이들 7명과 함께 기소됐다.

관련 재판은 현장검증을 거쳐 최근 순차적으로 공판을 시작했다.

철거 공사장 주변에 남겨둔 버스정류장, 위험성을 지적한 민원에 적극적으로 대처하지 못한 행정 등 사고를 막을 수 있었던 대목 또한 참사의 과제로 남겨졌다.

지방자치단체와 정치권은 제도 개선과 법률 제정으로 재발 방지책을 마련하겠다고 약속했다.

참사 배경에 자리한 재개발사업 복마전과 관련한 수사는 사고 직후 미국으로 도피한 문흥식 전 5·18구속부상자회장이 석 달 만에 귀국해 구속되면서 본궤도에 올랐다.

문흥식 전 5·18 구속부상자회장, 인천공항서 체포·방역복 차림 압송
문흥식 전 5·18 구속부상자회장, 인천공항서 체포·방역복 차림 압송

[연합뉴스 자료사진]

철거건물 붕괴참사 수사의 '2막'인 재개발 비위 분야에서 업체 알선과 금품수수 의혹을 받는 브로커 1명만 지금까지 재판에 넘겨졌다.

업체 간 공사 나눠 먹기, 공사비 후려치기, 단가 부풀리기 등 재개발 비위 의혹과 관련해 18명(1명 기소)이 입건됐다.

유가족은 왜 이러한 비극이 벌어졌는지, 누구의 책임인지를 가려낼 때까지 참사는 끝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철거건물 붕괴참사 유가족협의회 대표 이진의 씨는 "우리는 지난 100일 동안 가족을 잃은 슬픔도 채 추스르지 못하고 언제 끝날지 모르는 진상규명 목소리를 이어왔다"고 15일 말했다.

이씨는 "살면서 처음으로 경찰, 검사, 기자, 정치인을 찾아다니고 호소해왔지만 달라진 것은 아직 아무것도 없다"며 "유족들만 결국 외톨이로 남겨질까 봐 두렵다"고 덧붙였다.

그는 "억울하게 희생된 이들의 명예를 지키고 다시는 이러한 비극이 되풀이하지 않도록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비로소 참사가 끝날 것"이라고 강조했다.

h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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