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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시론] 가중 단죄받은 원세훈 정치공작…국정원 어두운 역사 끝장내야

송고시간2021-09-17 1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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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이명박 정부 재직 당시 '정치 공작' 혐의로 기소된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이 사실상 최종 단죄됐다. 이른바 적폐 청산을 위한 재수사를 거쳐 기소된 지 약 4년 만의 사법 심판 마무리 수순이다. 권력기관 패악을 노정한 역사의 한 페이지는 또 이렇게 추가되어 경계로 삼고 교훈을 얻어야 할 이정표를 남겼다. 서울고법 형사1-2부는 17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국고 손실·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등 혐의로 기소된 원 전 원장의 파기환송심에서 징역 9년, 자격정지 7년을 선고했다. 올해 3월 대법원이 재판을 되돌리며 유죄 취지로 본 직권남용 혐의에 대한 판단까지 고려한 결과로 형량은 가중됐다. 2심 재판부는 앞서 1심 재판부가 유죄로 판단한 혐의 대부분을 인정했으나, 1심이 직권남용 혐의 13건 중 12건을 무죄로 판단한 것과 달리 직권남용 혐의 전부를 무죄로 보고 징역 7년과 자격정지 5년을 선고한 바 있다.

이 전 대통령의 최측근이었던 원 전 원장의 세부 혐의를 보면 국정원 예산으로 민간인 댓글 부대를 운영하고 고 김대중, 노무현 전 대통령의 비위 풍문을 확인하는 데 예산을 쓴 혐의, 이 전 대통령 등에게 국정원 특수활동비 2억 원을 건넨 혐의 등이다. 여론 왜곡, 정치 사찰, 예산 불법 전용 등 해선 안 될 일들이란 일들은 모조리 한 셈이다. 기소된 직권남용 혐의 중에는 노 전 대통령의 부인 권양숙 여사와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을 미행하도록 지시한 것까지 있다고 하니 기가 막힌다. 박정희 정권이 만든 중앙정보부로 출발하여 전두환 신군부의 국가안전기획부를 거쳐 오늘에 이르고 있는 국정원의 어두운 역사는 정도의 차이야 있을지라도 직선 대통령 정부에서도 참담하게 반복된 것이다. 최초의 정권 교체로 탄생한 김대중 정부 집권기에 국정원으로 개명할 때까지만 해도, 다시 태어나는 국가정보기관은 크게 개선되리라 믿었던 시민들의 절망과 배신감은 컸다. 민간인 사찰에서부터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관리, 관변단체 지원에 이르기까지 이명박, 박근혜 정부에서 벌인 국정원의 불법 행위와 민주주의 유린 행태는 불가역적 권력기관 대혁신의 필요성을 새삼 일깨우고 있다.

이번 재판과 별개로 원 전 원장은 국정원 직원을 동원해 댓글로 선거에 개입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2018년 징역 4년에 자격정지 4년이 확정된 바 있다. 건설업자로부터 억대 금품을 받은 혐의로는 2016년 징역 1년 2월이 확정되기도 했다. 권세가 대단했던 한 인물의 몰락은 극적이라 할 만큼 끔찍했다. 재판 과정에서 그는 수사와 재판이 잔인하다며 선처를 호소했지만 동정 여론이 일진 않았다. 혐의의 질이 나쁘고 많은 혐의를 부인했던 그의 태도가 연민보다 분노를 자아내게 했으리란 것도 한 이유로 꼽을 수 있겠다. 그는 게다가, 보고받지 못하고 지시하지도 않았다는 식의 항변을 하기도 했는데, 이런 사람이 국가정보기구의 수장을 맡고 있었다는 것이 믿기지 않을 따름이다. 재판부는 "국정원의 존립 이유라고 할 수 있는 국가 안전보장과 무관하거나 단지 안보를 명분으로 내세웠을 뿐 실질적으로 헌법이 보장하고 요구하는 국정원의 정치적 중립을 버리고 정치에 관여한 것"이라고 밝혔다고 한다. 당연하다. 국정원은 존립 이유를 되새겨야 할 때다. 지난달 박지원 국정원장은 과거 정권에서 국정원이 저지른 불법 사찰과 정치 개입에 대해 대국민 사과를 하고 재발 방지를 다짐했다. 늘 그렇듯 관건은 말이 아니라 실천일 것이다. 불행한 역사의 반복은 국민에 대한 반역이요 민주주의에 대한 죄악임을 잊지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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